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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y 27. 2023

알면 도움되는 뇌과학 이야기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주말의 느긋한 여유를 만끽하며, 평소 관심이 있었던 '뇌과학'에 대한 책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와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를 읽어 보았다.



#1_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 7가지에 대해 설명한다.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멜라토닌, 아세틸콜린, 엔도로핀이 그것들이다. 


이들 각각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기분과 컨디션, 스트레스를 컨트롤하기 위해 '마음가짐'만을 다잡아보려 했던 과거의 노력들이 부질없는 이었음을 깨달았다. 정신력으로 극복해 보라거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삶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식의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 마음가짐도 물론 무시할 것은 아니지만 - 우리의 뇌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이자 오랜 기간 뇌과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인간의 능력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는지 작동원리를 파악하고, 그 기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한다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일의 능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먼저 도파민은 의욕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복물질'이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인간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도파민은 목표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그리고 목표를 달성할 때 분비된다. 또한 지속적인 도파민 분비를 위해서는 의식적인 보상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목표를 달성하고 난 다음에는 자신에게 상을 주고, 이 보상이 더 큰 쾌감을 얻기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위한 강화학습과 선순환이 필요하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집중력, 기억력,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물질'이다. 단기간에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잠시 동안이라도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감을 설정하는 방식이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을 짧게 사용하는 방법이 유용할 듯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분비되는 물질이기에 장기간 분비되면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는 물질이다. 이 책에서는 도파민형 동기부여와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를 번갈아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아드레날린은 무언가에 몰입하기 위해 신체능력을 높일 때 쓰이는 '흥분물질'이다. 보통 전를 앞두거나 실제로 싸우고 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공포나 불안을 느낄 때 교감신경의 신호를 받아 분비된다. 그래서 신체 기능이나 근력을 일시적으로 높일 때, 집중력과 판단력을 높일 때 분비시키면 좋을 물질이다. 다만 이 물질 역시 노르아드레날린과 유사하게 충분한 휴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만원 지하철이 과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 샤워는 40도 이하의 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세로토닌은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고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쓰이는 '치유물질'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이성을 잃지 않는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세로토닌 분비를 잘 활용하려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세로토닌의 합성과 분비는 해가 뜨면 활발해지고 오후에서 밤이 되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기분 전환을 통해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추천한다.


멜라토닌은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기 위해 쓰이는 '수면물질'이다. 이 호르몬의 농도가 올라가면 졸음이 오고 잠에 빠진다. 잠의 중요성은 사실 두말하면 잔소리인데, 멜라토닌의 분비를 통해 충분한 숙면으로 휴식을 취함으로써 피로를 해소하고 세포 복구를 돕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아세틸콜린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쓰이는 '학습물질'이다. 온몸의 장기를 진정시키는 부교감신경의 전달물질이기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일에 집중할 때 분비된다. 아세틸콜린은 오후부터 밤까지 원활하게 분비되는데, 이 시기의 뇌는 논리적 사고는 약해지고 창조적 활동에 적합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오전에는 논리적인 작업 위주로 하고, 아세틸콜린이 활약할 수 있는 오후나 밤에는 창조적인 작업을 하라고 추천한다. 그리고 아세틸콜린의 원료인 레시틴은 달걀노른자와 대두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엔도르핀은 초인적인 힘이 필요하거나 몸과 마음의 이완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마약물질'이다. 일반적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상태일 때 그것을 완화시키고 진통효과를 주기 위해 분비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완상태에서 분비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예로 든 시기는 '명상'이다. 명상은 마음을 평온하고 잔잔하게 해 주기 때문에 집중력과 주의력이 높아지고 의식이 맑아지게 되며 이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것. 또한 남에게 감사하거나 감사의 말을 듣는 경우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긍정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다.


저자는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은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 물질들은 균형이 무너지면 서로를 억제하여 능동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 어떤 한 가지 물질이 과도하게 몰리게 되면 뇌가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양이 골고루 잡힌 식사와 운동을 통한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상태를 유지해 가는 일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뇌와 마음의 건강까지 지키는 길일 수 있다. 특히 가다랑어 포가 뿌려진 '죽순 간장조림'이 도파민 생성의 최적의 요리임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며 과거 내가 힘들거나, 즐거웠던 때, 집중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받았던 일이 꽤 많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앞으로 이 책에서 추천한 업무방식과 생활습관을 따라 해 보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힘써볼 예정이다.



#2_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책은 좀 두껍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쓱쓱 잘 읽힌다. 처음부터 끝까지 뇌의 '생후배선(livewired)'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생후배선은 '생후', 즉 태어난 이후에 만들어지는 신경망의 '배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뇌가 스스로 자신의 구조를 바꿔가며 빠르게 적응해 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우리의 뇌는 태어날 때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변하고 스스로를 조정하며 죽는 날까지 스스로를 바꿔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내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새로운 감각과 경험의 데이터에 따라 적응해 간다.  


재밌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꿈과 새로운 감각, 뇌-기계 인터페이스 등의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다.


뇌는 부피가 한정된 피질 내에서 온갖 다양한 업무를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기능의 재배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청각을 잃게 되면 피질의 영역 재배치가 일어나, 청각을 담당하던 뇌 조직이 다른 감각을 대변하게 되므로 시각이나 촉각이 더 민감해진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시각 피질이 밤 사이에 이웃 영역들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게 하려고 인간이 꿈을 만들어내고 시각 피질이 다른 감각들에 점령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꿈'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은 꿈에서 후각과 촉각만을 느끼게 된다는 것.


또한 서번트 증후군인 아이가 기억력이나 수학문제 풀기에 월등한 재능을 보이는 현상도 설명이 가능하다. 뇌가 예외적으로 많은 피질 영역에서 하나의 작업에만 집중하게 되면 평범한 사람과 다른 엄청난 재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평범한 기능들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뇌의 적응력이 빠르고 강하다면, 지금껏 인간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경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데이터를 뇌에 입력시킬 수 있다면 뇌는 어떤 데이터를 받든 사용방법을 알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데이터의 입력뿐만 아니라 출력 기능도 마찬가지다. 뇌의 적응을 통해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로 출력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삶에서 무엇에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는 내용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열정을 쏟느냐가 뇌의 구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이 뇌의 신경계를 어떻게 개조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어떤 방식으로 중독과 금단현상이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설명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뇌도 늙는다. 처음에는 신경망 전체에 걸쳐 가능한 경로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데이터)이 쌓인 경로는 잘 유지되는 반면, 사용빈도가 낮은 경로는 희미해지고 세상과의 상호작용에 성공하지 못한 뉴런들은 결국 없어진다는 것이다. 유연했던 뇌라 할지라도 수십 년 간의 경험이 쌓이면 주변 환경의 영향이 물리적으로 새겨지게 되, 변화가 이루어진다 한들 아주 작은 일부만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 이런 점에서 어린 시절에 외국어 공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크게 3가지 점을 깨닫게 되었다.

1.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한 가지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다른 기능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2. 뇌는 유연하게 계속 움직인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연성이 약화되므로, 더욱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훈련해야 한다.

3. 뇌의 생후배선으로 인해 우리들 모두는 각각 시간과 공간의 그릇이 된다. 개개인이 모두 세상에 살아가는 그 순간을 기록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대로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소중한 존재다. 생후배선으로 인해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각자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주말 동안, 2권의 책을 통해 매일 나와 함께 생활하고는 있지만 제대로는 알지 못했던 친구, '뇌'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뇌를 알아야 나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할 수 있고 인생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두 책 모두 읽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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