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Choi Oct 24. 2023

자아는 늙지 않는다.

다만, 성숙이 필요할 뿐

#1 "남자는 다 똑같아. 중학교 2학년  정신연령에 멈춰있는 거야."


50대 형님께서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무슨 뜻으로 하신 이야기인지 의도를 알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나름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는 말인듯하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면 그 나이대에 걸맞은 인격도 함께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혹 그러한 기대치에 맞는 성숙함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알만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부터, 40~50대임에도 대화의 수준이나 행동은 학창시절의 미성숙한 그것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아니, 저 나이 돼서 저렇게 한다고?" 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의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매년 한 살씩 먹어간다는 것과 인격이 성숙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이가 든다고 결코 모두가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간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마음을 갈고닦는 사람만이 진정한 인격의 성숙을 경험할 수 있다.



#2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마음은 여전히 젊은 상태에 머무르는데 육체만 늙어가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지만 젊게 살아보겠다고, 젊은 사람이랑 소통하겠다고 이상한 것(?) 배워와서 해보려 하는 사람들은 극혐의 대상이 되고 만다.


자기만의 것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수용성과 겸손함이 있으면서도 성숙된 인격을 바로 갖추는 것이 정말 제대로 '젊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후배들도 말 안 통하는 꼰대보다는 그런 어른진정으로 존경하기 마련이다. 



#3 "마음은 이팔청춘이야!"


자아는 결혼, 자녀의 탄생, 죽음 가까이의 경험과 같은 인생의 큰 사건이나 본인의 결심 등으로 단련되고 성숙, 성장, 변화해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성숙의 과정이 없다면, 자아는 그 자아가 완성된 시점에 그대로 머물고 말 것이다.


더 이상 성숙하지 않는 바로 그 시점, 그것이 중고등학생 시절이었든, 20대 대학생 시절이었든, 아니면 본인이 가장 빛났던 그 어느 전성기 때의 모습이든 간에 더 이상의 변화가 없었던 그 시점의 모습이 바로 내 자아의 현재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자아는 늙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늙지 않는 것을 마냥 즐거워해서는 안된다. 내 마음은 이팔청춘이라도 인격은 그 나이에 걸맞은 것을 갖춰야 한다. 발전 없는 자아를 깨닫지 못하고 육체의 늙음을 한탄하기보다는 성숙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육체의 늙어감을 멈출 수는 없다. 그건 자연의 섭리다. 지만 정신의 성숙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삶이 좀 더 의미 있는 삶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일하는 곳을 옮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