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이룬 성취와 그 노력의 과정은 크고 작음과 무관하게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혹 다른 사람의 성취를 무시하거나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그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본인이 아예 모르는 분야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일수록 그런 무시와 폄하는 더욱 심해진다. 예를 들면,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다들 초중고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오면서 여러 경험을 해왔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는 각자 한 마디씩 얹을 의견들이 분명히 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부서는, 또는 나는 회사에서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데, 옆 부서 사람들을 보면 맨날 노는 것 같아 보인다며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대학에 입학하거나,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여 본인만의 성취를 거둔 사람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시간과 돈만 있었더라면 박사학위 정도는 충분히 땄을 거야." 라든가, "내가 누구처럼 재수, 삼수만 했어도 서울대는 갔을 텐데."라는 식의 이야기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제대로 성취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결코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진정으로 본인이 열심히노력하여 이룬 성취를 경험해 본 사람은 함부로 다른 사람의 성취를 깎아내리지 못한다.
그 과정의 고통과 피, 땀, 눈물이 어떤 것임을 너무나 잘 알 테니까. 그 성취를 해내기까지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던 본인의 노력과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성취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성취를 보잘것없이 생각하고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는데, 남들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겠나.
오늘 주일 설교 시간에,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개인이 함부로 해석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수술칼과 부엌칼의 비유를 하셨는데, 굉장히 공감이 되었다.
"전문적인 의학 공부를 하고 나서 3년 간 수술용 메스로 외과 집도를 했던 의사에게, 나도 부엌에서 30년 간 칼질을 했으니 사람 수술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들이댄다면, 과연 여러분은 그런 사람에게 내 몸 수술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부엌에서 30년 간 칼질 했다 하여, 의사의 성취를 함부로 폄하할 수 없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고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노하우와 전문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저 정도는 아무나 해. 누군 열심히 일하고, 누군 제대로 못하고..." 라는 식으로, 좁디좁은 자기만의 시야로 남들을 평가하고 재단하기 전에 본인의 성취는 무엇이었는지 그 부족함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그래도 깨닫지 못한다면, 먼저 본인의 그릇이 작음을 탓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