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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Dec 07. 2023

주식회사 이야기

이준일 저 | 이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주식회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경영학이나 법학, 기타 여러 분야에서도 중요한 주제다루고 있긴 하지만,  책은 '주식회사'라는 주제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여 관련 내용들을 엮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다.


(13p) "그동안 주식회사에 대한 설명들은 법학, 경제학, 경영학 등 개별적인 관점에서 따로따로 분리되어 논의되어 왔다. 이 책은 개별적으로 논의되어 온 주식회사에 대한 주요 사항들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먼저 1장에서 회사와 기업의 정의를 짚고 넘어간다.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회사와 기업이라는 용어는 혼용하여 쓰는 경우가 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어에 대해 아래 그림과 같은 범주화를 통해 명확한 정의를 시도한다.


(p37) 기업의 형태와 범주


즉, 기업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해 돈을 버는 조직'으로서 법인이라는 특성과 조직과 경영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회사는 영리성과 법인성이라는 조건을 갖춰야만 하므로, 회사'기업 중에서도 영리를 추구하며, 개인사업자가 아닌 공동기업의 형태를 가지는 경제주체'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각각의 의미를 정의하며 범주화를 계속해 나간다면, 주식회사는 '기업 > 사기업 > 공동기업 > 회사 > 주식회사 > 상장회사'의 순으로 개념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이후에 언급되는 상법상 회사의 종류라던가, 2장과 3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주식회사와 상장회사에 대한 설명은 익숙한 내용들이라 가볍게 눈으로 훑고 넘어갔다. 이 부분은 금융권에서 일하거나 주식시장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아는 평이한 내용들이다.


그래서 사실상 이 책의 백미는 5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5~7장에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상세히 나와있는데, 5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개념적 설명이, 6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현황에 대해, 7장에서는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어 꼼꼼히 읽어볼 만하다.


먼저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내용이 시작된다. 그리고 주주, 오너, 근로자, 회사 자체 등 회사의 주인이 될만한 주체들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주인이라는 개념이 아닌 핵심 이해관계자라는 관점에서 주주의 입장을 중심으로 회사의 소유와 지배, 이사회 구조 등의 논의를 전개한다.


특히 172~173p에서는 지배주주의 비지배주주 이익 침해에 대한 내용을 도식화된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이 대목을 읽다 보면 언론에도 여러 번 등장했던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행태가 떠오른다.


(173p) 국내 재벌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의 사례


책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드러내놓고 날 선 비난은 하지 않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행간의 의미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문제점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74p) "한국기업 주식이 저평가를 받는 큰 원인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지목된다. 상장회사에서 다른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해치고 지배주주의 이익이 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178~179p)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오너(지배주주이면서 경영자)가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다수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사회가 유명무실하여 이러한 행위를 막지 못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지배주주들이 경영자나 이사진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지금 현재에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임을 최근 뉴스를 통해서도 새삼 깨닫게 된다.


2023년 12월 6일자  <매일경제> 기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꽤 설득력 있는 저자의 주장이 이어진다. 저자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기본 가정인 '인간은 효용을 극대화하는 존재'임을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인간의 효용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wealth)로서 효용을 대신 측정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개인의 목적은 부의 극대화가 아니라 본래의 주관적인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 개인도 그럴진대 - 회사의 경우도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이 과연 현실과 맞는 부분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개인의 목적이 현실에서는 부의 극대화가 아닌 것처럼 주식회사도 이익의 극대화가 실제로 주주가 바라는 유일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영자와 기업에 대해 도덕적인 행동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좀 더 현실에 부합하는 회사의 목적에 아니겠냐는 것. 지금껏 들은 CSR 관련 이야기 중에서는 가장 와닿는 논리였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다. 딱딱한 내용을 읽히게 쓴 것은 분명 저자의 능력이다.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쉽게 잘 쓰이기도 했지만 도식화된 그림이나 예시로 든 내용들도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취업준비생이나 학생, 직장인들은 물론, 주식회사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인까지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교양서이다. 주류 학계의 이론들도 간간이 소개되고 있지만 읽기에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나처럼 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주식회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획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큰 도움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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