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Choi Nov 24. 2023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킴 스콧 저/박세연 역 | 청림출판

꽤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팀장에 대해 중언부언 뻔한 말들로 나열하는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름의 생각의 틀을 가지고 그 틀 내에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니. 책 제목이 조금 어그로이긴 하다. 저자 Kim Scott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IT기업 근무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책 내용이 그곳에 있는 기업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실제 원제는 "Radical Candor", 완전한 솔직함이 사실 원래의 제목이다.


이 책은 구조화가 잘 이루어진 만큼, 도식화된 아래의 3가지 그림으로 전부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 그림은 팀장의 역할에 대해, 두 번째 그림은 업무처리 바퀴를 통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방식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그림으로는 팀장과 팀원과의 관계와 소통의 기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1_팀장의 역할, '완전한 솔직함'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그림 중 '완전한 솔직함'


먼저 첫 번째 내용인 팀장의 역할에 대해 이 책에서는 팀장(또는 상사)이 반드시 해야 하는 3가지, '피드백, 팀 구축, 성과 내기'를 언급하면서, 직원에 대해 피드백을 잘 수행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이라는 기준으로 구분한 피드백 유형 4가지를 설명한다. 


먼저 '개인적 관심'이라는 은 단순히 업무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모든 직원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 대립'이라 함은 성과가 좋거나 나쁠 때 모두 직원에게 올바른 피드백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그리고 이 2가지 기준을 만족되어야만 이상적 피드백 형태인 '완전한 솔직함'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반면, 바람직하지 않은 피드백의 예로 '불쾌한 공격', '고의적 거짓', '파괴적 공감'이라는 유형도 존재한다.


먼저 '불쾌한 공격'은 개인적 관심을 표시하지 않고 곧바로 직접적 대립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고 상호 간의 신뢰 없이 직접적인 지적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반면 '고의적 거짓'은 다르다. 진심 없이 거짓된 칭찬이나 지적을 하는 행동을 말한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잘못된 행동들도 그냥 넘어가 버리거나 피상적인 지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괴적 공감'은 극단적 사례다. 상사가 직원들과 좋은 관계만을 유지하려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올바른 지적을 못하게 되는 경우다.


4가지 피드백 유형 모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사실 비슷한 사례만 한 트럭이다. 다만 이 대목을 읽으며 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완전한 솔직함'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배경에서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실제로 실행하기엔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다 책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 2가지를 찾았다. 첫 번째는 지적을 하기 전에 먼저 지적을 요청하고 지적보다는 칭찬을 더 많이 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제를 개인화해서는 안된다는 것. "당신이 잘못되었어."가 아니라 "그것이 잘못되었어."라는 식으로.


이 시점에서 나는 어떤 팀장의 모습인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지난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업무 중심으로만 일했었지 팀원과의 피드백에 대해서는 소홀했기에 내가 어떤 유형이라고 말할 정도의 내용도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칭찬이 아니라면 굳이 말하지 않고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썼던 내 모습도 부끄러워졌다. 갈등이나 논쟁은 되도록 피하려고 했는데 그게 정답은 아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94p)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정답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최고의 상사가 된다. 그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한다. 부하직원에게도 똑같은 노력을 하도록 격려한다. 완전하게 솔직한 상사의 조언은 직원이 평생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2_지시하지 않는 업무방식, '업무처리 바퀴'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그림 중 '업무처리 바퀴'


저자는 '업무처리 바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협력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무처리 바퀴는 먼저 '듣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에서 인용된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너선 아이브의 말을 다시 인용하면 이렇다. "침묵하는 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이야 말로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데서 효과적인 업무의 시작이 이루어진다. 


(171p) "듣는 문화를 구축하려면 회의를 올바르게 관리해야 한다. (중략) 다시 말해, 상사로서 내 책임은 침묵하는 직원에게 발언권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구축되었다면 그다음 단계는 '정리'다.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제거하고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논의'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집중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오로지 해결책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인 것. 그다음은 '결정' 단계다. 저자는 결정은 의견이 아닌 사실에 기반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리더라고 해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가끔은 이를 찾는 '동굴 탐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다음은 '설득'의 단계다. 저자는 의사결정이 올바로 이루어졌다 해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팀원은 반드시 있기 마련임을 명심하고, 의사결정의 사항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팀원의 힘을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때 리더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전문성과 겸손함이다. '실행' 단계에서는 팀원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최대한 효율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며, 마무리 단계인 '학습'을 통해 실행 이후의 교훈을 얻는 것으로 업무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사실 늘 이루어지는 업무의 절차일 수 있다. 하지만 각 단계별로 중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이 단계를 분명히 인식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_팀장이 곧 팀 문화다. '관계의 기술'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그림 중 '관계의 기술'


이 책에서는 팀원의 성장을 어떻게 관리하고 동기 부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직원 유형에 따른 접근법이 나온다.


급격한 성장 궤도와 높은 성과를 바라는 직원("슈퍼스타" 유형)과 점진적 성장 궤도와 높은 성과를 바라는 직원("록스타" 유형), 평범한 직원과 성과나 태도 모두 떨어지는 직원들에 대한 접근법이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개인적인 편차가 크고 유형별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부분은 스킵하고 지나갔다.


이 보다는 오히려 "팀원과의 경력 대화"라는 부분이 좀 더 와닿았다. 이 부분에서는 팀원과 면담할 때의 구체적인 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삶의 이야기에서 끌어내야 하는 그 사람의 동기, 그리고 목표와 꿈에 대한 대화, 단기적으로 팀장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 직장에서의 기회, 성장, 그리고 공정성 등등 실제 적용하기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다.


(386p) "팀장이 바로 팀 문화다. 팀 문화는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개인적 특성은 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으로서 당신의 존재는 팀 문화와 성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내용을 보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팀 문화라니. 팀 문화는 그것이 좋은 것이든 아니든 조직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직장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팀장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책이다. 팀장, 그리고 상사는 하나의 역할일 뿐이지 가치판단의 주체가 아님을 다시금 명심하게 되는 책이다.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직장생활이기에 더욱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발간된 지는 꽤 지난 책이지만, 나 같은 초보 팀장이라면, 혹은 리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은 분이라면 읽기를 추천드린다.

이전 07화 김 팀장은 어떻게 데이터 좀 아는 팀장이 되었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