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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Dec 15. 2023

40대, 조바심의 근원을 찾아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최근에 마주한 새로운 고민이 나를 괴롭히는 중이다.


사실 나는 직장생활 이외에 여러 가지 것들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 하는 글쓰기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잘 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나는 직장에서의 나의 모습 외에도 제2의, 제3의 부캐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 정체성을 찾으며, 인생의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삶을 계속 이어가다가 언젠가 은퇴한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조바심과 불안이 좀 더 강해진 것은 얼마 전 어떤 분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그분은 웹소설 작가를 꿈꾸고 있다고 하셨다. 직장생활을 거의 20~30년은 족히 하신 분이다. 그분이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계신지, 어떤 준비와 노력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는 미처 알지 못하기에 막연히 뒤늦은 도전에 박수를 쳐드렸었다.


또 어느 날에는 유튜브에서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어느 직장인의 영상을 본 적도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엄청난 노래 실력을 뽐내던 그분의 모습에 감탄했었다. 분명 그런 분들과거에는 어떤 꿈이 있었고 잘하는 것이 있었는데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그 꿈을 미처 다 펼치지 못했던 것일 테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그 꿈이 발현된 것이었다.


곰곰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있다는, 가짜 위안과 가능성만을 즐기다가 은퇴 후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될까 봐, 나는 사실 그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가외로 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것들이 뭔가 하나로 이어지는 그런 일관성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20~30대의 젊은 동료들보다는 늙수그레한 50~60대 어른들과의 내적 친밀도가 더 높아졌다. 그들도 젊은 시절에는 탄탄한 피부와 젊은 생기를 가지고 에너지가 충만했었을 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민하고 밝은 에너지보다는, 깊은 주름에서 느껴지는 늙은 여우의 능청스러움능구렁이 같은 사회생활 스킬만이 남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예전엔 분명 강한 거부감이 느껴졌던 바로 그 '꼰대'들에게서 말이다.

 

나의 조바심과 걱정의 근원을 하나둘 찾아가다 보니, 앞서 이야기한 그런 여러 명의 사람들을 지켜보며 느낀 감정의 출렁임이 문제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나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꼰대'들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그분들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득문득 두려운 생각도 든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난 과연 이 시간을 제대로 충실하게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진다. 나는 여전히 어떤 선택을 통해 나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그 선택과 결정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연말이 가까워 오는 요즘, 정말 시간이 유한하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난 과연 어떤 순간들로 내 인생을 충실하게 채워나가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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