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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an 03. 2024

퇴임한 임원에게 연락드리는 이유

"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의 반론

연말이 되면, 여러 기업과 기관들의 임원 인사가 언론에 연이어 보도된다. 대부분은 신규로 선임된 임원들에 대한 소개 기사가 주를 이루지만, 당연하게도 새로 선임된 임원들의 뒤편에는 퇴임한 임원들이 있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는 말이 있다. 현직에 있으면서 조금이라도 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퇴임하는 순간 주변에 남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썰물처럼 사라진다는 이야기.


"내가 엄청 케어해주고 빨리 승진시켜 준 녀석들이 연락을 더 안 하더군요.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나 충성된 모습을 보이더니. 에휴."


하지만 이건 일반론일 뿐 내가 경험한 퇴임 임원들과의 뒷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이런 상투적인 말들에는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싶어진다.

물론 그분이 지금 현직에 있고 나와의 이해관계와도 굉장한 관련성이 있는, 그런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생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분이 퇴임한다 하여 그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분에게 배울 점이 있고 존경할 만하며 매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퇴임한 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드려 안부를 묻고, 찾아가서 직장생활과 인생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선배들이 그래왔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속담을 운운하며, 임원 퇴임해 보니 현직에 있을 때 자신에게 알랑방귀 뀌었던 사람은 연락 한 번 없더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의 매력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의 부족함을, 인격의 미성숙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말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아니면 퇴직 이후에 어디에도 적이 없는 상태에서 여전히 그런 대우를 그리워하고 바란다는 것인가.

 회사의 대표나 임원과 같이, 조직의 높은 자리에 올라갔던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도 권력을 좇았기에 그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 조직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퇴임 이후에도 연락 와서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친절히 대해주면 정말 고마운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그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현직 때 미처 쌓아놓지 못한 본인의 진실된 인간관계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마음의 선택은 분명 본인의 몫이다. 다만 누릴 거 다 누리고, 심지어 퇴임 이후에도 현직 때와 같은 대접을 받길 바라는 것은 마음의 사치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그런 한탄 따위 하지 않고 자신의 남은 인생을 진실되게 가꾸는 선배 어른들이 훨씬 더 멋져보인다.


연말의 임원 인사 시즌에 흔히 하는 어른들의 말씀에 태클을 걸며 한 마디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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