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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an 02. 2024

새해 문자 단상

진심을 전한다는 것에 대하여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카톡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새해 인사를 하곤 한다.


새해 인사를 핑계로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 자주 보는 사람에게는 이때를 틈타 그간 고마웠던 일들표현하기도 한다. 해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지만, 복을 나누며 연락을 주고받는 그 행위 자체는 참으로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다.


나 역시도 몇몇 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또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나름대로 특별히 노력한 포인트가 있었다. 틀에 박힌 이야기나 뻔하고 흔해빠진 내용을 넣지 않기 위해, 개개인마다 그 사람에 대한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작년 한 해에 그 사람에게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던 경우는 그 내용에 대해, 혹은 평소에 대화하며 공감대가 있었던 이야기나 그 사람의 관심사, 최근 근황 등과 같은 개인 맞춤형 내용을 담기 위해 애썼다.


물론 문자 메시지 하나가 뭐 별 거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해 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문자 메시지 하나에도 진심을 듬뿍 담아 나에게 대한 관심과 고마움, 기대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서 흔히 받아봄직한 사진이나 복붙한 듯한 느낌이 드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게 된다.


사실 그건 메시지의 길이와는 무관하다. 길이가 긴 메시지라면 정성이 좀 더 담길 수 있겠지만, 짧더라도 나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받게 되면,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내 마음까지도 훈훈해진다. 그리고 나 역시도 큰 고심을 하면서 정성을 들여 답장을 쓰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내가 성심성의껏 쓴 메시지에 성의 없는 답장이 오게 되면 헛웃음이 나고 힘이 빠진다. 특히 호칭이나 이름도 없이, 인터넷 어디선가 내려받아 붙인 듯한 그림 파일이나 건배사 같은 새해 덕담을 받게 되면 마치 스팸 메일을 받은 듯한 불쾌감이 들기도 하기에.


그래서 새해 문자, 그 하나만으로도 진심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인지 깨닫게 된다. 소중히 마음속에 담아둔 나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면 어떤 그릇에 어떻게 예쁘게 담아야 할지 다시금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번거롭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점점 더 귀해지는 요즘, 새해 문자를 주고받으며 느낀 생각을 툭툭 털어내어 글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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