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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n 05. 2024

'찍먹'형 인간과 '부먹'형 인간

서로 다른 두 가지 인간 유형

탕수육을 먹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찍먹'과 '부먹'이다.


'찍먹'은 말 그대로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서 먹는 방법이다. 탕수육의 바삭한 식감을 즐기려 하는 사람에게 선호된다. 반면, '부먹'은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서 먹는 방법이다. 탕수육 소스의 달콤한 맛과 한데 어우러진 야채 맛을 즐기는 사람이 선택한다.




요즘 가만히 관찰해 보면, 사람도 '찍먹'형 인간과 '부먹'형 인간으로 나뉘는 것 같다.


먼저 '찍먹'형 인간은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지만 하나에 깊이 파고들지는 못한다. 금방 싫증을 내거나 또 다른 것에 흥미를 느껴 한 가지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야가 넓고 호기심도 많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적응력도 빠르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집중력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 깊이 있는 성취를 이루는 것은 어렵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면 쉽게 지친다.


반면 '부먹'형 인간은 한 가지에 집중하고 전념할 줄 안다. 한번 시작한 일은 꾸준히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유형이다. 깊이 있는 전문성을 쌓을 수 있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장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생각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관심사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이 드물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특정 분야에 몰입하다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내 주변 사람들도, 실제로 이런 성향의 차이로 인해, 삶의 태도나 성취 여부가 갈리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먹'형 인간은 이것저것 조금씩 다 찍어 먹어보는 사람이다. 이직을 자주 하기도 하고, 취미도 다양하다. 와인 공부도 했다가 커피를 공부하기도 하고 골프가 유행일 때는 골프, 테니스가 유행일 때는 테니스, 어느 하나 안 해보거나 못해본 것이 없는 사람이다. 반면 끈기 있는 노력으로 성과를 내는 일은 드물다.


'부먹'형 인간은 보통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편이고 취미도 몇 개 없다. 만나는 사람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소수의 사람을 깊게 사귄다. 실행 속도는 다소 늦고 고민도 많지만 한번 결심하면 뚝심 있게 오랫동안 이어가는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돋보이진 않지만 변함없이 지속하는 힘이 강하다.




각 유형별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장점만 취하며 균형 있게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40대 이상이 되면, 이제 더 이상은 '찍먹'하며 살아가긴 어려워진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기에는 더 이상의 시간과 기회가 허락되지 않는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부먹'형 인간 유형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마도 단기간 '찍먹'하며 반짝였던 사람은 이미 그 빛이 바랜 지 오래되었고, 한 우물을 파며 오랜 기간 자신만의 길을 갔던 사람은 이제야 시간이 흘러 성과물이 나올 시점이 된 것이 아닐까.


난 굳이 따지자면, '부먹'형 인간이 아닐까 싶다. 쉽게 움직이지 않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새로운 변화에 취약하고 도전보다는 안정에 더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젠 삶의 다양한 접근 방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며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결국, 삶의 의미는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에서 찾을 수 있기에.


나는 이미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부먹'형 인간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다채로운 삶을 꾸며가기 위해 '찍먹'의 세계를 꿈꾼다. 하루하루 열심히 내가 가는 길, 가야 할 길을 갈고닦아 보려 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 그 길에서 언젠간 만나게 될 성과물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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