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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l 08. 2024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저/이수경 역 | 서삼독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 책은 수천 년간의 인간의 삶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간의 행동방식과 특성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정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은 총 23가지의 주제들로 분절되어 있지만, 한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연결고리 또한 제법 탄탄하다. 그리고 이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CEO가 읽기를 강권한 책이었기에 자발적인 독서는 아니었지만, 그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보이지 않는 것, 리스크(2장)


(49p) "당신이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한 후에 남는 것이 리스크다." 리스크의 정확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한 후에 남는 것.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언제나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였다고.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도, 코로나19 팬데믹도 사실 제대로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대비할 수 없었다. 대비되어 있지 않은 리스크는 현실이 되면 엄청난 피해를 불러온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다음의 일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지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저자는 "예측이 아니라 준비성에 투자하라."는 나심 탈레브처럼, 완벽한 예측에 집중하기보다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사실상 리스크가 아니다.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적합한 전략을 충분히 짤 수 있다. 리스크임을 인지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리스크는 엄청난 파급효과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리스크의 이해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대치와 현실(3장)


(98p) 98세의 찰리 멍거에게 행복한 삶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제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으면 평생 괴로워집니다. 합리적인 기대치를 갖고, 당신이 맞이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침착함과 평정심을 갖고 받아들이십시오."


"행복은 기대치에 달려 있다." 이 챕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예시들처럼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남들이 가진 것과 내가 못 가진 것을 비교하는 습성 때문이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사람이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기대치를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기대치와 현실의 간극은 때론 놀라운 일을 만든다. 기대치는 대단해 보이는 셀럽을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고, 가난한 가족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도 한다. 자신만의 상대적인 기대치가 더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들이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를 좁히려 하거나, 기대치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데에는 열심을 다하면서, 기대치를 관리하는 에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행복을 위해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보다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함에도 말이다.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6장)


(122p)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당신이 틀린 답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당분간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100퍼센트다.


늘 생각해 왔던 부분이다. 뛰어난 아이디어나 옳은 설명, 합리적인 결론이 단기간에는 멋져 보인다. 그리고 옳은 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늘 그것이 승리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감을 이끄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대개 성공하는 법이다.


그래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답을 찾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오히려 훌륭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차가운 숫자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스토리는 힘이 세다. 옳은 대안함께 뛰어난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이 세상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람들은 쉽게 지루해하고, 인내심도 부족하며,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는 연약한 존재다. 그래서 뛰어난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실에 맞는 맥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통계가 놓치는 것(7장)


(144p) 세상의 어떤 것들은 중요함에도 측정이 불가능하다. 수치화가 불가능하거나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그런 것이 결과를 엄청나게 좌우하곤 한다. 수치화할 수 없어서 사람들이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심지어 그것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은 수치로는 측정하기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과 심리에 대한 부분은 수치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자처럼 최근의 데이터 분석과 AI 열풍에 대해서도 할 말이 참 많다. 경험에 의거한 정보가 데이터 분석보다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수치 계산이나 합리적인 논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보다는 그렇지 않은 문제가 훨씬 더 많다. 주어진 문제에 깊숙이 천착하지 못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말한다. "그거 충분히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데 왜 못하는 거지?"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 낭만적말들분노가 치밀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인간의 수많은 의사결정은 욕구와 감정에서 비롯된다.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불합리성과 혼란, 골치 아픈 인간관계, 불완전한 인간들로 들끓는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여정은 원래 힘들다(15장)


(274p) 우리는 빠르고 쉬운 길에 혹하기 쉽다. 고생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길은 거의 없다.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 것을 얻은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누릴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간단하다. 이것은 황금률이다."


원래 그렇다.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는 방법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이고,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은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사실상 지름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수많은 요령과 팁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에 혹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그래서 이 챕터는 제목을 바꾸고 싶다. "지름길은 없다."라고 말이다.  인생에서 필요한 능력은 목표로 삼을 가치가 있는 것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고통을 개의치 않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지름길부터 찾기보다 필요한 때에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 말이다.


내가 겪고 있는 지금의 방황과 어려움, 고통도 '모든 여정은 원래 힘들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것을 누릴 자격이 되는 과정이라고 믿어본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것을 누릴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인내해 본다. 결국 힘든 길이 옳은 길이다. 그래서 적정 수준의 불편함은 견뎌야 한다.




그 밖에 <비극은 순식간이고, 기적은 오래 걸린다>, <사소한 것과 거대한 결과>, <희망 그리고 절망>, <복잡함과 단순함> 등의 챕터에도 공감했다. 특히 복잡함과 단순함의 진리에 대해서는 회사 업무를 생각하며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여전히 복잡한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한 부분이 많았다. 또 몇몇 부분은 나도 평소 느끼고 있는 것들과도 유사해 놀란 적도 있었다. 수많은 꿀팁이 범람하는 SNS와 도파민을 자극하는 영상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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