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행위다. 아무렇게나 자기 생각을 내뱉는 것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의 노력의 결과물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세를 고쳐 앉고 좀 더 신중해져야 하기에.
따라서 어떤 대상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평가자에게 무거운 책임감이 주어진다. 내 평가로 누군가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입사 면접과 각종 시험, 공모전, 논문 심사 등의 여러 평가에 있어 완벽한 의미의 공정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평가자의 개인적 선호와 편견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과 성격이 다른 백종원 님과 안성재 님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데, 그것이 시청자에게 큰 재미를 느끼게 한다.
백종원 님은 그간의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맛을 중심으로 평가를 내린다. 반면 안성재 님은 자기만의 기준이 명확하다. 셰프의 의도를 중요시하며 꼼꼼한 메모와 소수점 단위 점수가 눈에 띈다.
어찌 보면 '평가'라는 일을 함에 있어, 개인의 주관과 각자의 특성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다는 점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행위의 본질적인 한계이며 동시에 가장 큰 도전이기도 하다.
특히 어떤 조직에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업무 능력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잠재력이나 태도, 팀과의 조화, 조직 문화와의 적합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이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때로는 능력보다는 운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에 눈에 띄어 선택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능력보다 운의 영역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좋은 평가를 받아 누군가로부터 선택된다는 것은 평가자와의 '핏(fit)'이 맞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일은 복잡하고 불공정한 게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평가의 불확실성과 한계들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내가 생각한 방법은 크게 4가지이다.
끊임없는 도전 : 결국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방법, 그래서 기회의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운의 요소를 줄이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킨다.
다양성 추구 :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핏(fit)'의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계발 :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통해 실력의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운이나 평가자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피드백 수용 : 평가 결과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의 핵심이다.
인간은 평생 누군가에게 끊임없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평가의 대상이 된다면, 위의 4가지를 실천하며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스스로를 내가 온전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데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가 좋은 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거울 속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세상의 어떤 박수도 공허할 뿐이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음에 있어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그 명확하고 단단한 기준과 원칙은 바로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쌓아 온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만들어진다.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님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