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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Sep 23. 2024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계획과 현실의 괴리

이번 추석 연휴에는 중국 상해에 다녀왔다. 태풍으로 인해 예정된 일정의 비행기는 결국 결항되었, 일정을 바꿔 겨우 도착한 상해에서도 여행을 위해 세운 여러 계획들이 날씨나 현지 사정으로 조금씩 어긋나게 됐다.


날짜별로 세심하게 준비했던 계획들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로 차질을 빚었을 때 느꼈던 좌절감과 무력감은 짜증으로 이어졌다. 낯선 곳과 변화된 상황에서 요구받는 선택의 순간도 꽤나 스트레스였다.


상해에서의 여행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연성 있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좀 더 마음 편하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는 없었을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비단 이것뿐이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사실 계획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완벽하게 실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건방진 태도일 수 있다.


세상은 우리의 의지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태풍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 그래서 계획이 항상 실현될 것이라 믿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할까?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되, 그것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다.


그래서 계획은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유연함은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단순히 여행이나 일상의 작은 계획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리며 그것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새해가 되면 한 해의 계획을 야심차게 세우고 먼 미래의 이상적인 내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진정한 지혜는 계획을 세우되, 그 계획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다.




그동안의 삶을 되짚어보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일많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나이브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 태풍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와이프의 말도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무시했었다.


이번 상해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중요한 삶의 교훈이다. 앞으로의 여행, 더 나아가 인생에서도 이 교훈을 적용해보려고 한다.


계획은 세우되,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며,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보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준비된 여행자', 나아가 '준비된 삶'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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