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내리며

엘리베이터 공사와 강제 운동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시작되어 거의 한 달 가량을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게 되었다. 현재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에서 꽤나 높은 고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집 밖을 나서야 하거나 귀가할 때면 나름의 각오를 하고 움직여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강제로 스쾃 운동이 되니 좋은 것 아니냐며 합리화를 했지만 여전히 힘들고 고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며칠 동안 매일 계단을 오르다 보니 처음의 그 헉헉거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힘으로 운동 효과를 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공사로 인해 강제된 계단 운동은 처음에는 힘겹고 지루한 일상의 도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상의 작은 여정은 삶의 깊은 은유로 다가왔다. 이렇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리 일상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꾸준함의 힘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오르막길은 인생의 도전과 닮아있었다. 한 번에 모든 층을 뛰어오르려 하면 금세 지치고 포기하게 되지만, 일정한 속도로 한 걸음씩 오르면 어느새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서둘러 목적지에 가려하거나 성급하게 가려고 하면 몸에 탈이 나고 더 지치게 된다.

내려올 때가 올라갈 때보다 더 쉽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것은 삶의 순간들이 때로는 고난의 등반처럼 힘들지만, 그 과정이 지나고 되돌아보는 여정은 훨씬 수월함을 깨닫게 했다. 어려움을 겪으며 배운 교훈들이 나중엔 더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는 점차 단순한 신체적 활동을 넘어 명상의 시간이 되어갔다. 매일 같은 길을 오르내리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다. 삶도 이와 같아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과 성찰의 기회가 숨어있음을 느꼈다.

우리의 인생 여정도 마치 이 계단과 같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지치지만,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공사로 인한 불편함은 오히려 내게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선물했다. 이 작은 일상의 여정은 나에게 인내, 꾸준함, 그리고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때로는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경험들이 가장 깊은 지혜를 담고 있음을 깨달았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더 이상 단순한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내 삶을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의 작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편리함을 누리겠지만, 이 계단의 지혜는 오래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