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규 저 | 좋은습관연구소
지난번에 읽었던 저자의 책 ≪데이터는 예측하지 않는다≫의 여러 도발적인 주장들에 공감이 갔던 터라,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다. 지난 책이 '데이터 분석'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책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내용이 평이하거나 초심자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아,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고,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명확한 주장들이 나와 좀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다만 전반부에 있는 32~39p의 "인공지능의 가장 직관적인 이해" 내용 중, 머신러닝의 개념 틀로 생성형 AI를 설명한 부분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발표나 설명할 기회가 있을 때 써먹어 봐야겠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대중들의 과도한 기대와 환상을 경계한다. 그리고 연구분야도 유행이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여러 도구들 중 하나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15~116p)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은 천하제일검이 아니라 그냥 검이다. 지금의 인터넷이 인류 문명과 기술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사용하는 도구들이기도 한 것처럼, 인공지능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렇게 된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중략)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이 그런 도구로 올라서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천하제일검이 아닌 누구나 사용 가능한 그냥 '칼'이 되는 시점 말이다."
또한 요즘은 생성형 AI가 대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에서는 여전히 생성형 AI 보다 분석형 AI에 더 가치를 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현실에서는 목적에 맞는 분석형 AI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냉철한 분석이다. 실제로 분석형 AI는 생성형 AI보다 덜 화려하지만 분명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금융 실무에서도 각 분야별로 특화된 분석형 AI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120~121p) "대한민국 기업들은 백이면 백, 챗GPT나 AI 에이전트 같은 생성형 AI를 떠들고 있다. (중략) 즉, 10억 달러 이상 기업 중 80% 이상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응용을 선호하지 발표자료를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는 오히려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특정 분야에 특화되거나 기업 목적에 특화된 AI 응용이 여전히 주류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저자는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법을 찾는 것에 핵심이 있는 것이지, 인공지능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문제는 굳이 인공지능을 적용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유행을 따라가며 인공지능 방법론 그 자체에 경도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드시 인공지능만을 이용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9p)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에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 도입은 문제의 본질을 고려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직업의 양극화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간을 대체하여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각 직업군 중에 최상위 직군은 여전히 인간이 담당할 것이라고.
(131~132p) "생성형 AI가 대체할 것으로 생각되는 직업군 대부분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양극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직업군의 일자리 수요는 대부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 사용자는 거의 무료에 해당되는 재화를 소비하겠지만, 해당 재화를 만드는 직업의 최상위 직군(의사결정을 하거나, 해당 분야 최상위 전문가)은 여전히 인간이 담당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저숙련 노동자나 단순 업무를 대체하게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판단은 인간이 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제대로 판단할 줄 아는 '진짜 전문가'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132~133p) "학술 논문을 위한 번역이나 문학 작품 번역의 경우라도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중략) 다시 말해 생성형 AI를 사용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번역가(인간)는 여전히 필요하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더 깊이 있는 도메인 지식을 쌓고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인공지능도 결국 기본을 갖춘 사람만이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인문학의 분야를 단순히 문과 분야로만 국한하지 않고, 물리학이나 수학 같은 이과 과목도 포함시켜 인간학, 과학, 언어의 3가지 영역을 포괄하여 이야기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자연과 소통하는 도구인 '수학', 인간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인 자연 '언어'(국어, 영어 등), 기계와 소통하는 도구인 '코딩' 등을 언어의 영역 안에 포함시켜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161p) "리버럴 아트 = 인간학 + 과학 + 언어
ㅁ 인간학 = 문학, 역사, 사회, 철학, 경제...
ㅁ 과학 = 물리, 화학, 생물...
ㅁ 언어 = 영어, 수학, 코딩..."
결국 인공지능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나 모두가 인공지능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기 위한 깊이 있는 사고와 자신만의 답을 스스로 찾는 능력이 관건이 된다.
(177p) "결국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배우는데 시간과 역량을 투자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투자해야 한다."
(185p) "세상에 휩쓸려 정보를 습득하는 데만 익숙해지게 되면, 스스로 정보를 만들고 생각하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 검색으로 얻는 정보든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진 정보든 중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판단이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다."
특히 다른 부분을 다 스킵한다 하더라도, 마지막 194~203p에 나오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꼰대들의 자세"와 "성실함이 무기가 되는 세상" 챕터는 주의를 기울여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 부분에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의 전문성 향상,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하는 이유, 인문학적 소양의 스킬업과 생각의 호흡을 길게 하기 위한 성실한 노력의 중요성 등에 대해 저자의 통찰력이 가득 담겨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어려워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현재의 인공지능을 단순히 기술로서만 바라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들과 해답, 그리고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책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언어학이나 철학 학위를 가진 분들이 빅테크에 많이 입사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본질과 인문학 소양에 대해 강조했던 저자의 주장에 잘 들어맞는 흐름이 아닐까.
내용도 명료하고 분량도 200 페이지 이내로 짧아 출퇴근 시간에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분량에 비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공지능의 근본을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