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저/구세희 역 | 부키

by Ryan Choi

요즘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모 선배님께 추천받은 책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휴일을 이용해 읽어보았다. 저자는 '존 헤네시'로 스탠퍼드 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까지 했던 분이다. 지금은 나이키 회장 필 나이트와 함께 만든 나이트-헤네시 재단 대표이기도 하다.


책 첫 장을 펼치면, 무려 빌 게이츠를 포함하여 셰릴 샌드버그, 콘돌리자 라이스, 월터 아이작슨 등 미국의 유명 인사들과 권오현, 홍석현 등 국내 리더들에게서 받은 추천사가 등장한다. 시작부터 얼마나 대단한 책일지 기대감이 생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화려한 추천사에 비해 내용이 빈약한 경우도 많았기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좋은 리더십의 덕목 10가지가 나온다. 겸손, 진정성, 봉사, 공감, 용기, 협업, 혁신, 호기심, 스토리텔링, 유산 등이 그것이다. 사실 그 하나하나의 덕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리더십 덕목을 나열하면서 적어놓은 저자 본인의 여러 경험들과 성과들에 있다.


사실 누구나 이런 리더십 덕목들은 이야기할 수 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겸손이 중요하고 협업이 중요하다, 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저자처럼 이런 리더십의 덕목을 실제로 체화하여 실천하고 그 성과를 보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책의 내용들이 단순히 이것들이 중요하다는 식의 허황된 외침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무엇보다 자기주장과 어필이 중요한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겸손'이라는 덕목을 제일 첫 번째로 언급한 것에 놀랐다. 저자는 아래 내용에서처럼 겸손해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일갈한다. 강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가졌던 리더가 그간 얼마나 많은 기업과 국가를 망쳤는지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45p)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얼마나 겸손한지를 펴아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어떤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다수의 생각이 거의 항상 한 사람의 생각보다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데 매진할 수밖에 없다."


'진정성'에 대한 언급도 새로웠는데, 저자는 자기 자신과 타인, 공동체, 인류에 대해 고민하고 그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 본인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최고경영자도 그랬듯이, 진정성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덕목이라는 것이다.


(63~64p) "커리어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지 최종 목적지를 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살면서 그 목적지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일부 핵심 가치관은 아주 어릴 때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통해서나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 아니면 훌륭한 전기를 읽음으로써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개발된다."


'용기'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책 내용처럼,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할 수 있는 똑똑한 리더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일수록 혹시나 실수할까 봐, 혹은 누군가에게 욕먹을까 두려워 실천을 머뭇거린다. 그것이 분명 옳은 길일지라도. 용기 있는 행동을 하는 리더가 드물고, 그런 덕목을 갖춘 리더가 훌륭한 이유이다.


(112p) "겸손, 진정성, 봉사, 공감의 자질은 리더가 비전을 갖추고 옳은 행동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해 준다. 반면에 용기는 리더가 옳은 행동을 실천하게 해 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런 분별력에 따라 행동하기는 훨씬 어렵다. 용기 있는 행동을 실천하는 리더는 자신의 조직을 근본적으로, 두드러지게, 지속적으로 변모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리더다."


이 외에도 '협업'의 덕목을 이야기하며 리더십의 위임에 대해 언급한 부분, '호기심'에 대해 언급하며 리더에게 폭넓은 지식의 습득이 필수라고 강조했던 부분, 평생 이어 온 독서 습관, 특히 성공한 리더들의 스토리를 읽었던 것, 그리고 비전을 스토리에 담아 실천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조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155p) "리더의 일에 개입하고 싶은 충동이 들거나 능히 피할 수 있는 실수로부터 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충동을 이겨 내야 한다. 팀의 리더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있다. 그래야만 더 발전할 수 있다. 당신이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당신도 아마 그런 과정을 겪으며 지금의 수준까지 성장했을 것이다."


저자 본인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리더십의 여러 덕목을 이야기하며 그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책이다. 결코 아무나 쓸 수 없는 책이다. 리더십을 쉽게 언급하는 책들은 많지만, 그 하나하나의 덕목들을 실제 본인의 경험과 그 성과와 연결하면서, 담담하고 겸손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뒤에 있는 저자의 추천 도서 목록들도 꽤 유익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품격≫, ≪금융의 지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의 책들은 꼭 한번 읽어보려 한다. 이 책은 그냥 리더가 아닌 '큰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더없이 좋을 책이다. 책을 추천해 준 선배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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