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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충분히 똑똑하다.

자존감과 자기 발전의 균형 찾기

by Ryan Choi

요즘 후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묘한 변화를 느낀다. 예전에는 "난 충분히 똑똑하지 않아.", "뭘 해도 잘 안 돼."라는 식으로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너무 패기가 넘쳐서 탈이라고 할까. 이런 꼰대 같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건 다 대단하다."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위험한 자기 합리화까지 서슴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의 홍수 속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당연히 책에 따라 내용이 다양하고, 깊고 얕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냥 무 자르듯 뚝 자르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 듯하다. 하나는 위로의 방향이다. "너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지금 충분해. 잘하고 있어." 또 다른 하나는 지적의 방향이다. "더 열심히 살아라. 더 잘해라." 지금 상태로는 부족하니 더 갈고닦으라는 일갈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첫 번째 메시지만 골라 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존감이라고 착각한다. "나는 잘났어. 나는 최고야. 난 뭐든지 다 잘해." 이런 건 자존감이 아니다. 헛소리다. 진짜 자존감은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현실을 왜곡해서 만든 모습은 모래성과 같다. 큰 실패가 한두 번 오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난 충분히 잘났고 똑똑하다." 이런 생각은 이 세상에 나홀로만 존재한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진짜 똑똑함은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좋은 점을 가지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되 그것에 절망하지 않고, 장점을 알되 그것에 도취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기 인식이다.


"자로야, 내가 너에게 '안다는 것'인지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안다는 것'의 의미이다."
- ≪논어≫ 위정 편,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진정한 자기 인식이고 그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뭐든지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나는 잘났고 최고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만약 계속해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면? 그러다 보면 스스로도 아는 그 부족함과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진다.


그리고 그 괴리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망가뜨린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지켜봤다.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안하고, 남들 앞에서는 완벽해 보이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번아웃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에 흠집을 낼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에 있다.


결국 괴리를 줄이기 위한 해답은 결국 하나다. 배워야 한다. 그리고 느껴야 한다. 본인의 부족함을. 자존감과 자기 발전의 균형을 찾으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자신의 장점을 알되 그것에 안주하지 않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런 균형감 있는 자기 인식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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