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직장상사 이야기

능력 있는 회피자 vs. 무모한 책임자

by Ryan Choi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직장상사를 만나게 된다. 20년 가까이 되는 직장생활과 몇 번의 이직으로 겪게 된 여러 유형의 리더들 중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의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머리는 좋은데 책임지기는 싫어했던 '능력 있는 회피자', 다른 한 명은 좀 부족해도 뭐든 책임지려 하는 '무모한 책임자'. 이 두 리더를 통해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능력 있는 회피자 - "분석은 완벽, 책임은 패스"


첫 번째 상사는 정말 똑똑했다. 복잡한 데이터를 봐도 금세 핵심을 파악하고, 논리 정연하게 문제점을 짚어냈다. 회의할 때 그의 분석을 들으면 '아,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은 정말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다. 특히 전략 수립이나 복잡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경우, 그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의 논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은 팀 전체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너무 똑똑하다 보니 자기가 책임져야 할 것들과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까지 다 보였던 거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책임 회피 성향이 그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어떤 프로젝트 하나가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때였다. 그때 회의를 하며 그 상사가 했던 말은 이랬다. "이게 제 책임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 순간의 팀원들의 표정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는 좋지 않은 결과물에 대해 핑계 댈 거리를 찾아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다른 부서나 팀원들에 책임을 전가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팀원들의 신뢰를 잃게 했고, 조직 전체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 결국 그 뒤 핵심 인재 몇 명이 하나둘 퇴사하기 시작했고 나도 얼마 있지 않아 퇴사를 하게 되었다.



무모한 책임자 - "모르겠는데, 내가 책임질게."


두 번째 상사는 정반대였다. IT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상사였는데 솔직히 기술적인 부분은 다른 팀원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매력은 따로 있었다. 예산이 초과됐을 때 그분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추가 예산은 제가 해결해 올 테니 여러분은 걱정 말고 업무에 집중하세요." 자신의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심지어 자신의 팀원들에게는 더더욱.


실제로 그는 다음 날부터 경영진 사무실을 드나들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런 리더십은 팀원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고,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면 정말 마음이 편하다. 뭔가 잘못되어도 '저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었다. 팀 분위기도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것도 양날의 검이었다. 한 번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꽤 오랜 기간 엉뚱한 서비스 개발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었던 거다. 그래도 그때 그 리더는 자신의 판단 미스라고 말하며 책임을 졌지만, 그 당시 회사의 손실은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책임감이 있더라도 전문성이 부족하면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그때 알았다.



둘 다 겪어보니 알겠더라.


두 스타일 모두 나름 의미가 있었다. '능력 있는 회피자'의 장점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이다. 전략을 세우거나 복잡한 분석이 필요할 때는 이만한 사람이 없다. 이들은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여러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 최적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또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정작 실행 단계에서는 발을 빼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무모한 책임자'는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탁월했다. 무엇보다 팀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강한 책임감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은 구성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동기부여를 시켰다. 또한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하니 집단 지성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교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글쎄, 좀 위험했다.



결국 답은 '균형'에 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직장상사란 어떤 사람일까? 당연히 두 장점을 다 가진 사람일 테다. 똑똑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리더. 정확한 분석력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온전히 책임지는 사람이자,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실패했을 때도 남을 탓하지 않는 그런 사람.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완벽한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자신이 어느 쪽에 치우쳐 있는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능력은 있는데 책임지기 싫어하는 쪽인가? 아니면 책임감은 있는데 능력이 부족한 쪽인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이 첫걸음이다.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모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팀원이라면, 상사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능력 있는 회피자' 밑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분담하고, '무모한 책임자' 밑에서는 더 세심한 분석과 합리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완벽한 리더는 없다. 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보완해 나갈 때,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 당신은 어떤 상사를 만나봤는가? 그리고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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