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나를 되돌아보다.
제5장 생활바보 벗어나기
by Ryan Choi Dec 12. 2022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이다.
한 청년이 지혜롭기로 소문난 왕을 찾아가, 성공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왕은 그에게 포도주가 가득 찬 잔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포도주 잔을 들고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비결을 가르쳐주마. 단, 물을 엎지르면 큰 벌을 내릴 것이다."
청년은 땀을 뻘뻘 흘리며 시내 한 바퀴를 돌고 돌아왔습니다. 시내는 시끌벅적한 상인과 손님들로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값을 흥정하고 물건을 사고 파느라 정신이 없었고, 길에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잔뜩 널려 있어서 걸음을 옮기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시끄럽고 복잡한 사람들 틈을 비집고 지나가며 온 정신을 포도주 잔에 집중하려 애썼고, 그리고 다행히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한 바퀴를 돌 수 있었습니다.
왕이 물었습니다.
"시장을 돌며 무엇을 보았느냐? 거리의 장사꾼을 보았느냐? 술집에서 새어 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었느냐?"
청년이 당황하며 대답했습니다.
"오직 포도주 잔에만 신경 쓰느라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하면, 목표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이 글은 하나에 온 마음을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지만,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그동안 너무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좁은 세계에 갇혀있었고, 내가 해야 할 일상의 몫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 손에 있는 '포도주 잔'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헌 포도주를 버리고 새 포도주로 채워야 한다. 노심초사하며 포도주 잔만 쳐다보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포도주를 들고 시장의 상인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 사람들에게 포도주도 나눠주며 울고 웃는 일상의 삶을 누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야 한다.
와이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결혼한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본가에 다녀와 와이프가 나에게 넌지시 툭 던진 한 마디. "넌 어머니에게 너무 눌려있는 것 같아." 내 눈이 뜨였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아이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욱 하는 짜증이 올라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아이를 통해 보였다. 아이를 통해 나를 발견했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며, 매사 조바심을 내며 예민하게 구는 내 안의 나를 보았다. 그리고 아이를 통해 나의 내면을 알았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성장했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나의 부족함을 알았다.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내 모습을 보았다. 매일같이 나 자신을 들들 볶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느끼고, 감사하며 일상의 행복한 순간을 누리는 삶을 보았다. 그동안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의 것들을 이제는 보듬고 챙겨야 함을 알았다.
이제는 새로운 눈으로,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려고 한다. 나만의 세계가 아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 이제는 온전한 나로서, 독립된 어른으로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생활바보'는 그만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