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조정민 저 | 두란노

by Ryan Choi

※ 일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관련 책들을 시리즈로 읽고 있습니다. (2)


팀 켈러의 책 ≪일과 영성≫이 '교과서' 같은 책이라면, 조정민 목사님의 이 책은 '실전 연습문제 풀이' 같은 느낌이다. 그것은 이 책이 쉽고 간결하게 쓰여 있으면서도 실제 현실에서 체감하고 적용해 볼 수 있는 냉철한 조언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25년간 언론인으로서 치열하게 일하다가 40대 후반에 예수님을 만난 분이니, 그 경험치와 성경에서 얻은 지혜에서 나오는 조언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책은 크리스천이 일과 영성에 대해 가져야 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일에 대해 잘못된 우선순위를 따르고 있으며,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조차 묻지 않은 채 일을 통해 하나님을 대신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말씀처럼, 일은 '내 뜻'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에 따라 중심을 잡고, 말씀 안에서 바른 노동관과 직업관,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13p) "인간은 일하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피조 세계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사람의 책무입니다. 아파트에 관리인이 있고, 조직도 관리자가 있어야 잘 운영되듯이 온 세상을 관리할 책임을 인간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관리자는 주인의 뜻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이의 뜻에 따라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일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끼는 이유가 바로 본질을 벗어난 채 일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 했던 시도와 나 스스로 만들어낸 일 속에서 나의 이름을 드러내려 했던 욕망,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고단함과 고통, 공허감. 이 모든 것들이 결국 하나님을 멀리한 채 인간으로서의 의미만 찾아 헤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5p) "우리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을 가지길 원하고, 거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중략)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고유한 일을 저버리고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입니다. 우리는 그칠 수 없는 일의 흐름 속에 삽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할 수 있는 게 일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낸 일, 스스로의 이름을 드러내는 일들 때문에 어렵고 힘든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일에 대한 영성을 배우고, 그 답을 성경에서 찾아야 하며, 일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일의 시작과 끝은 '내 계산'이 아니라 '믿음의 계산'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이 인상 깊었다. 믿음은 능력보다 크다는 말씀,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뜻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는 말씀, 하나님의 뜻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그 일은 이미 성공한 것이라는 말씀도 은혜가 되었다.


(63p) "어떤 기준으로 일을 시작해야 합니까? 내가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기준이 아닙니다. 나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기준이 아닙니다. 과연 하나님의 뜻에 맞는 일인가 아닌가가 기준입니다.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가 근심하시는 일인가가 기준입니다. 정말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가 싫어하시는 일인가가 중요합니다."


(63~64p) "믿음의 계산을 끝내고 나서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믿음은 능력보다 큽니다.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님의 뜻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그 일은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중략) 그러면 언제 일을 끝내야 합니까? 하나님의 일은 내가 끝낼 수 없습니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끝내는 것도 내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 기쁨이고 평안입니다. 그래서 족합니다."


세상 속에서도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도 좋았다. 저자는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탁월한 실력과 영성을 함께 갖추고, 적당히 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하라고, 그리고 하나님을 의식하고 하나님을 드러내기 위해 일하라고 말이다. 간혹 교회에서 세상 속 모습과 너무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며 시험에 들기도 했었는데, '착하고 무능한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서도 소용이 없다'는 저자의 말이 참으로 명쾌하게 느껴졌다.


(82p) "하나님을 믿는 탓에 늘 당하고 뒤쳐져야 합니까? 아니면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신앙과 별개로 세상 법칙에 따라 생활해야 합니까? 많은 사람이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합니다. 그러나 착하고 무능한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서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은 믿음의 길이 아닙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도 깊이 공감이 되었다. 자신을 냉대한 일곱 형들을 시기하지 않고, 자기를 죽이려고 달려든 사울에 대해서도 복수하지 않았던 다윗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기심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미래를 망치지 말고, 내면의 문제에서 해방되어 내 안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감당하며,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108p) "내 안의 문제는 나의 몫입니다. 내 밖의 문제는 하나님이 해결하십니다. 다른 사람 문제는 하나님의 일입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지켜보는 것은 믿음의 자녀들에게 주어진 특권입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합니다. 내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뜻밖의 선물로 안겨 주실 것입니다."


일상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집중해서 읽었다. 바른 영성은 하나님께 몰입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영성은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일상에서 삶을 다 소진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과 쉼의 균형을 찾아가며 날마다 영성을 가다듬고 키워나가는 것, 일상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 속에서 영성을 추구하며 몰입하는 것이 가장 성경적인 삶이라는 말씀이었다.


(120p) "요셉의 영성은 성전이나 수도원에서 빚어진 것이 아닙니다. 고통스러운 일터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일상은 우리가 영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나님이 허락하신 환경입니다."


나 같이 신앙이 깊지 않은 크리스천이나, 일을 하며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책이다. 결국 내게 필요한 것은 나와 나의 내면과의 교제, 그리고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였다. 나도 언젠가는 저자처럼 하나님이 들어 쓰실 날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나를 연단해 주시는 지금 이 순간들을 즐기고 경험하며 살아보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뜻을 깨닫게 될 그 순간을 꿈꿔본다.


(178p) "나 또한 25년간 언론인으로 살아온 삶이 복음을 전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 붙들려서 동기가 새로워지고 삶의 목적과 의미가 새로워지면,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걸 들어 쓰셔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게 하실 것입니다. 내 모든 삶의 배경과 능력과 커리어를 들어 쓰시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왜 그 일을 하느냐고 끊임없이 물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상에서 닦은 기량을 바로 쓰시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왜 써야 하며 무슨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깊이 묵상하며 깨닫는 시간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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