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일과 영성

팀 켈러 저/최종훈 역 | 두란노

by Ryan Choi

※ 일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관련 책들을 시리즈로 읽고 있습니다. (3)


너무 유명한 책인데, 이제야 읽어본 책이다. 앞부분 몇 페이지만 펼쳐도 이 책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내로라하는 목사님들 수십 명의 추천사가 가득 담겨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이 책은 '일과 신앙'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는 교과서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은 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두 번째는 왜 일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지, 왜 열매가 없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지를 다룬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에서는 어떻게 하면 복음으로 이러한 삶의 난관을 이겨내면서도, 일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 파트는 '일의 성경적 의미'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하나님 또한 일하시는 분이며,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어 일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땅을 경작하고 돌보는 일을 주셨는데,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존재로 지어졌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은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니라 창조 질서의 일부이자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는 '소명'이라는 저자의 해석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가 재능과 노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일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방법이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일이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어떻게 왜곡되고 힘들어졌는지를 분석한다. 일이 우상이 되거나,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등 현대인이 경험하는 여러 형태의 일에 대한 고통과 혼란을 지적한다. 어떤 이들은 일을 통해 정체성과 의미를 찾으려 하고, 다른 이들은 일을 필요악으로만 생각한다. 직업을 성직과 평신도 직업으로 구분하는 잘못된 이분법, 물질주의, 성공주의 등 일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을 가진 사람도 많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을 통해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고, 인정받으려 애썼으며, 때로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지쳐버린 적도 많았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에서는 복음이 어떻게 일을 재해석하고 회복시키는지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은 우리가 일을 통해 정체성을 얻을 필요가 없게 하며, 동시에 모든 정당한 직업들이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일에 의미 있는 것들임을 알게 한다. 저자는 복음이 우리를 일의 우상 숭배와 무의미함 모두로부터 자유롭게 한다고 말한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가치가 확립되기 때문에, 일은 더 이상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감사의 응답이 된다는 것. 의미 있는 해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이제 일을 통해 나를 증명할 필요도, 일에서 의미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어진 셈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루터가 깨달았던 바로 그 내용이다. 일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산산이 깨버린 핵심 구절이었다. 우리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일을 통한 구원'이라는 덫에 걸려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충분히 성공했는가? 내 직함은, 내 연봉은, 내 커리어는 나를 증명해 주는가?" 이런 질문들 속에서 일은 더 이상 단순히 생계수단이나 사회적 기여의 방식이 아니라, 나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전쟁터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런 경향을 더욱 부추긴다. SNS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는 점점 더 높아지고 화려해진다.


(89~90p) "저마다의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일의 의미를 바라보는 시각을 포함해서 성경의 가르침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중략) 대다수 현대인들은 직업적인 성공에서 구원(자존감과 자부심)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오로지 높은 보수와 지위를 보장하는 자리에 연연하며 비뚤어진 방식으로 그런 일들을 '섬기게' 되었다. 그러나 복음은 일에 기대어 자신을 입증하고 정체성을 지키라는 압력에서 해방시켜 준다. 이미 인정받고 안전해졌으므로 달리 애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일은 종류와 상관없이 인류를 값없이 구하신 하나님과 더 나아가 이웃을 사랑하는 수단이 된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건강한 태도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말 의미 있는 일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일, 높은 지위와 보수를 보장하는 일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것을 얻지 못했을 때 깊은 자괴감에 빠지거나, 얻었다 해도 여전히 불안해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물론 나 역시 그러는 중이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의 성취감도 있었지만 늘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루터가 발견한 '은혜로 구원받는다는 진리'는 이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끊어내는 내용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던지 나의 가치는 이미 충분하며, 내가 증명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일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저자는 크리스천들이 일터에서 복음을 구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전도만을 의미하지 않고 탁월함, 정직함, 정의를 추구하며 일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자신의 일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하고, 동료들에게 다른 방식의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며, 나아가 사회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터에서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크리스천으로서의 믿음을 확신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결국 일의 의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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