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어른이 되고 싶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얄팍한 거짓말

by Ryan Choi

얼마 전 참석했던 어느 교육 자리에서였다. 마땅히 해야 할 과제나 준비를 해오지 않은 누군가가 "요즘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없었다."며 멋쩍게 웃어넘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 뻔한 변명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불쾌한 짜증이 훅 치밀어 올라왔다.


물론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로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내게는 그 말이 무책임한 핑계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분명 주어진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왔어야 할 일들이 애초에 그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테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말은 내 삶과 일정을 통제할 능력이 없음을, 혹은 그 일의 중요도를 내 삶에서 한참 뒤로 미뤄두었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빈약한 언어다. 특히 이 얄팍하고 무책임한 변명은 업무와 일상을 넘어 인간관계로 이어질 때 더욱 사람을 피로하게 만든다.


"요즘 너무 바빠서 연락을 못 했다.", "다음에 꼭 밥 한 번 먹자."는 말들은 상대방의 기대와 신뢰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하지만 치열하고 밀도 있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아무리 바빠도 타인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으며 짧은 안부조차 결코 놓치지 않는다.


연락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기꺼이 내어줄 마음의 여유와 크기가 딱 그 정도였음을 스스로 방증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의지가 있었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해 기꺼이 일상의 틈을 쪼개고 잠을 줄여서 어떻게든 그 시간을 만들어낸다.


결국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과 시간의 쓰임에 대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오롯이 책임지는 과정이다. 특히 40대 이후의 삶은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이거나 번지르르한 핑계로 남을 기만해서는 안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이나 챙겨야 할 사람을 놓치고 나서 바빴다고 얼버무리기보다는, 그리고 만약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그런 핑계를 대고 싶어질 때면, 차라리 내 역량이나 마음의 여력이 부족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다.


진정한 어른의 태도란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명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얄팍한 변명 대신, 솔직한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삶을 진정 의미 있고 밀도 있게 만드는 것은 번지르르한 말이나 지키지 못할 핑계의 나열이 아니라, 내 삶의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세우고, 그 소중한 것들을 위해 묵묵히 시간을 내어 책임을 다하는 단 한 번의 정직한 '행동'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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