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
키보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죠.
그런데 키보드의 속성은 그저 디바이스에 얹힌 플라스틱 조각들의 모음이거나, 화면 그 자체일 뿐이죠. 반면 키보드의 양상은, ‘표현 및 소통’에 해당하는 공유된 활동이죠. 키보드는 화면을 응시하는 당사자에게는 진지함을 요구하지만, 손안에 꽉차는 두툼한 스마트폰을 쥔 채로 엄지로 like 버튼을 누르는 모습은 일견 안쓰럽거나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죠.
분명 모두가 키보드를 대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행위의 형태와 의미는 제각각입니다. 만약 기술 기업이 키보드가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면, 우선 조직 내부의 키보드 관련 문화를 직시하고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죠.
현상학이 내건 표어는 '사물 그 자체로'입니다.
죽음, 연애와 같은 상황 및 상태, 가족과 같은 관계, 자동차, 병원같은 사물 모두 그 자체를 연구하자는 겁니다. 선입견이나 이론이나 독단을 제외한 채로. 그리고 이러한 실행이 멀고도 가까운 모든 것들에 대한 통찰을 얻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는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경험 연구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어떻게 전혀 모르던 영역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는가?’
‘구매 전환율 3~5%에 대한 예상은 언제 어떤 과정에서 결정된 것인가?
'서비스 출시와 관련한 수치들은 정확히 언제 정리된 것인가?’
대개 다분히 직감적 차원에서 벌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자신만의 경험, 이것이야말로 경험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시장 전반에서 일어나는 패턴들을 발견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하면 최상의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여기서 기본 원료가 주관적 경험입니다.
현상학은 그저 대다수가 일반적이고 평범하다고 여기는 것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니 유의미한 표본 크기에서 통계치를 얻어내는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주시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