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도에 솔직해져야 하는 이유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제가 본 가장 심각한 무관심을 드러낸 제목이었습니다. 당시 한 글로벌 에이전시에서 진행한 서베이의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의료체계의 한계로 가족이 죽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가장이 직업을 잃는 등 극도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외출 자체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시기였죠. 또한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예측도 불가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라는 행위가 계속될 거라는 전제로 '의지가 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브랜드의 역할을 과장한 것 아닐까요?
곧 곱창집을 오픈하시는 어머니는 며칠 전 제게 매장 내, 외부 인테리어에 프랜차이즈 브랜드 이름을 크게 넣어야 하는지의 고민을 공유하셨습니다. 물론 오랜 고민 끝에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셨지만, 막상 매장을 시작하려니 곱창보다 브랜드명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더군요.
"어머니, 사람들은 커피 한 잔 마실까? 하다가 주변에 보이는 카페를 찾아가죠. 우리는 당장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후에야 비로소 브랜드가 선택지로 남아있는 걸 확인하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브랜드가 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장의 삶의 필요를 채우는 데 더 관심을 보이는 건 사람입니다. 당시 에이전시의 직원도 사람인지라 당장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문구인 '브랜드는 소비자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묘사한 것이겠죠?
우리는 단순히 사람일 뿐입니다. 각자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죠. 다만 그 본래의 의도에 솔직해질 필요는 있습니다. 분명 브랜드가 주는 안정감과 신뢰성은 무시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그러나 브랜드가 중요하더라도, 기업이 소비자라 칭한 사람들의 현실 속 무게를 넘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상으로 상상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분명 과한 점이 있습니다.
'소비'는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선택하는 수많은 행위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때문에 본질을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고객 관점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제삼자 여야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방법론의 적용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객관성을 위한 의도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관심'을 갖는 건 우리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