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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Nov 08. 2022

[전자신문 칼럼] 메타버스, 그 모호함에의 투자

Humanizing tech investments

‘Time to get fit.’


지난 10월 24일, 헤지펀드 알티미터 캐피털 CEO 브래드 거스트너는 메타의 CEO 저커버그에게 보내는 투자자로서의 위 제목의 공개서한을 공유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10년 간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는 아무리 실리콘밸리라 하더라도 거대하고 끔찍하다고 밝힌 그는 메타가 그동안 Apple, Tesla, Twitter, Snap, Uber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설비 투자를 해 왔으며 이제 시장 및 주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함을 지적했습니다.

 

메타 외 마이크로소프트, Nvidia, Unity, Roblox, Snap과 같은 다양한 기업들이 그동안 전방위적이고 야심차며 개방적인 투자를 감행해온 건 메타버스의 실현이 곧 단일화된 하나의 통합된 세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구현이 어려운 건 단일 기업의 기술적 한계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기업들이 단순히 수익성이 없거나 각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배틀그라운드의 플레이어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바로 이동하게 만드는 포털을 제공할 동기가 없을 뿐입니다. 메타버스를 언급할 때 흔히 떠올리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묘사된, 한 사람에 의해 창조된, 완벽한 디지털 세계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인지 각 기업들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게임이나 플랫폼을 메타버스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결국 코카콜라마저 포트나이트와 연계된 ‘메타버스에서 태어난 풍미’라는 광고 카피를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상도 어렵고 흥미롭지도 않은 맛 표현 이후 점차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힘을 잃기 시작한 듯합니다.


'메타버스 표준 포럼'이라는 협력 기구를 발표한 비영리단체 기술 표준 그룹 크로노스의 회장 닐 트레베트는 그동안의 모호한 메타버스 개념 확립을 위해 포럼명을 이처럼 정하긴 했으나 이제는 그 단어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기술 표준을 하나씩 세워 앞으로의 기업들의 투자에 선택권을 주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메타버스는 특정 기술을 표현한 용어가 아닌 추측적 미래에의 투자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이제 관련 기술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대에 기반한 전체의 완성보다는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기술로 연결하려는 다양한 산업 내 투자자의 관점으로 목표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메타버스 비전 실현의 선구자라 이야기하는 기업들에게 이제부터라도 투자자를 납득시킬 수 있을만한, 조금 더 명확한 과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고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한 두 가지 단서를 처음 메타버스 개념을 창조한 한 소설가의 인터뷰와 팬데믹 기간 중 서구 사회 내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천 마스크 트렌드에서 발견합니다.


첫째, 소설가의 작법을 참고하세요.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창업자로 활동하는 닐 스티븐슨은 1992년 그의 SF소설 “Snow Crash”에서 메타버스 개념을 처음 고안한 사람입니다. 그는 지난주 Venturebea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설가로서의 첫 번째 책임, 즉 관객이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신을 멈추고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돕는데 집중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현실적인 세계의 역학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기술적 지식을 현실에 적용해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보이는 세부 사항을 포함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소설 내 흐르는 논리적이고 일관된 세계를 경험하게 하려 했음을 이야기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나 나델라가 밝힌 메타버스를 통한 연결의 본질은 또 하나의 세계 내에서 확인되는 인간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메타의 VR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회의용 플랫폼 메시는 현재까지 그 구현의 가능성을 드러냈을 뿐 굳이 기존의 경험을 대체할 선택지로서는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는 모든 것으로 채워지며 이와 연계된 페르소나와 사건들이 존재하는 구성을 띕니다. 나아가 이 모든 요소들은 현실의 경험을 불러일으켜 구체적인 경험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독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하고 해당 세계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소개팅 상황을 연출한 개그 코너를 보고 웃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의 소개팅 관련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듯 메타버스 관련 기술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기술 구현이 완료된 세계 이전에 사람들이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하고 재미를 느껴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데에 대한 관심일 것입니다.


30년 전의 SF 소설가였던 닐 스티븐슨이 증강 현실 기술 기업 Magic leap의 Cheif futurist로 활동하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창업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던 건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한 기존 업계의 거물들과 차별화된 그만의 소설가로서의 Selling point 덕분일 수 있습니다.

 

둘째, 기술 혁신 이전에 사회 규범 혁신을 고민하세요. 


팬데믹 초기 미국 내 아시아인의 마스크 착용은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바이러스의 상징으로 경험되었습니다. 당시 동, 서양 간 마스크 문화의 차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로까지 번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후 셀럽 중심의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천 마스크 유행은 대중들의 마스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변화로 받아들이게 하는 계기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술 산업은 미래주의에 의존하기 마련입니다. 현재 팔리는 제품 개발도 좋지만 미래를 파는 것이 더 많은 성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투자자를 움직이는데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올 때 기술 채택자의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는 관점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이때 강력한 편안함이 가장 효과적이기에 새로운 기술 경험의 양상은 기존 사회 내 내재된 행동에서 기인해야 합니다.


2011년 구글 글래스, 2022년 메타와 레이밴의 합작품인 AR 글라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착용자가 경험하는 메타버스의 일부가 됨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의도에 반응하기에 이같이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에 노출된 사실을 인지할 때 불편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때문에 구글 글래스 착용자의 카페 출입 금지 및 운전 시 착용 금지의 법안 발표, WSJ의 Rayban series에 대한 소름 끼친다는 평은 당연한 현실 반응이기도 합니다. 즉, 현실 세계와 연결된 가상 세계 구현을 위한 새로운 기술적 투자 및 시도들은 현존하는 사회 규범을 고려한 좀 더 섬세하고 미묘한 시장 접근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가 전 세계 도시민의 분노를 받은 이유는 기존의 이동수단에 맞춰 구성되어 온 현 사회 내 체계를 무시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 번에 질서를 부수기보다 점진적으로 작은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 소개: 손병채 대표는 탐사보도 취재 방식의 현장 관찰을 통한 인간 현상 중심 분석으로 기업 이슈 해결 및 내부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ryan@reasonofcreativity.com


*이 글은 22년 11월 8일 자 전자신문 기명 칼럼에 게재된 내용의 원본입니다.


References

Time to Get Fit — an Open Letter from Altimeter to Mark Zuckerberg

What Is the Metaverse, Exactly?

Coke’s new ‘Pixel’ flavor appeared in Fortnite

Why Neal Stephenson is trying to make the open metaverse into a reality

Meta Employee Says Horizon Worlds Is "Sad" And "Emp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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