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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울 령 Jan 09. 2021

코로나가 일깨운 '상호 신뢰'의 중요성

사회적 자본을 다지는 기회?

MBC <다큐플렉스>의 '콜드케이스' 회차를 재밌게 봤다. 실제 프로파일링 과정을 보며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중간에 보면서 흠칫 놀라기도 했다. 기존 수사 인력이 맞다고 단정했던 부분을 프로파일러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말하자 양측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장면이었다. 인지 부조화가 오면 부정하는 반응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시민으로서 틀린 부분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찰의 태도는 불안했다. ‘내가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경찰이 오판하면 어쩌지?' '저렇게 현실을 부정할까봐 두렵다' 이 생각과 함께 다른 불안도 겹쳐졌다. ‘아, 이런 방송 자주 보다 보면 점점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경찰의 비리, 무능을 다루는 드라마와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실제 경찰과 사건을 다루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실감에서 오는 충격과 공포는 분명 적잖았다. 이후 방송에서 공권력을 공격하거나, 공권력을 ‘적폐’로 몰며 불신하는 의견을 보면 마음이 안 좋아졌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고, 우리가 위험에 처할 때 가장 먼저 나서줄 사람들이며, 그중 성실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일부 개별적 부정 사례로 신뢰만 낮추는 건 아닌지. 이로 인해 불신만 커지면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현재 코로나 방역 현장의 혼란이 꽤 커보인다. 정부는 시민을 옥죄고, 시민은 답답해하거나 반발하고 있다. 상호 신뢰가 점점 옅어지는 것이다. 그 발단은 작년 8월 사랑제일교회의 광화문 집회였다고 생각한다. 당시 감염세가 확산되자 언론은 거리두기 단계를 낮춘 정부와 집회를 허용한 법원을 비판했다. 하지만 집회 이전에 확산세는 감소 추세여서 원칙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낮출 수 있었다. 만약 사랑제일교회 측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공식 권력 기관인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했다면, 행정 권력 측면에서 이게 더 문제될 소지가 크지 않나 싶다. 또한 법원 역시 사랑제일교회 측이 원칙에 맞춰 집회 신고를 했기에 허가를 내줬다. 이들을 어떻게 믿고 허가 내줬냐고 묻는다면, 무엇을 근거로 내주지 않아야 했냐 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결국 정부와 법원 모두 사랑제일교회 측을 선량한 시민의 하나로 믿고 대한 죄다.


결과적으로 나빴으니 잘못이라는 언론의 비판은 뉴스 팔로업을 세밀하게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공권력에 대한 신뢰만 낮춘다. 민심이 중요한 정부로선 부담일 테니 정부는 이후 신뢰가 깨졌던 곳은 ‘신뢰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방역을 하는 듯 보인다. 가령 초반에 대규모 확진자가 쏟아졌던 헬스장, 사우나, 노래방 등은 집합금지 명령을 이어가지만, 그렇지 않았던 백화점이나 공공 도서관 등은 계속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이젠 정부의 대책이 형평성이 떨어진다,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한다. 권력 감시는 당연하나,  끝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보인다. 이런 식의 비판은  나은 방역보단, 정부와 국민의 상호 불신만 짙어지도록 할  같다.  끝에 나올 반응은 정부 방역 대책에 대한 비협조 아닌가.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연일 대규모 감염자가 속출하는  국민의 정부 불신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방역 조치로 인해 영업 정지가 된 소상공인 보상에 대해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건 이것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잘 전달해 도울 부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상호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하지 않나 자꾸 우려된다. 코로나19는 분명 우리 사회의 큰 위기지만, 제대로 극복한다면 그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낸 사회적 자본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도 잡고 신뢰도 다지는 일석이조의 기회! 그길을 찾을 때 우리 모두 마스크는 벗지 못해도 일상은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빨리 밖에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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