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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욱 Apr 12. 2019

두뇌의 원료.

인체의 조직은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뇌는 어떤 재료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한다면, 최적의 두뇌건강을 위한 식습관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몸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두뇌의 중요 원재료가 있다.

몸에서 만들 수는 있지만, 쓰임새가 많고 소모가 많아 보충했을 때 이로운 것들이 있다.


신경써 챙길 필요가 있는 것들만을 모아 정리해보았다.



오메가-3 / DHA


 두뇌에서 수분을 빼면 1/4이 오메가-3이다. 오메가-3는 연한 세포조직의 재료이다. 두뇌는 인체에서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조직중 하나이다. 눈이나 신경조직에도 오메가-3가 많다. 오메가-3는 인체에서 합성하지 못해, 반드시 식품을 통해 얻어야한다.


 오메가-3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진화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두뇌의 기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존의 환경에서, 각 종족/문명은 오메가-3를 얻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방법을 찾지 못하면 멸종했다.)


 생선은 오메가-3의 가장 풍부한 공급원이다. 생선의 지방질은 오메가-3가 풍부하며, 몸에서 바로 쓸 수 있다. 특히 생선의 알이나, 신경조직같은 세포에 결합된 인지질의 오메가-3는, 두뇌에서 매우 선호하는 영양소이다.


 포유류 동물의 지방에도 오메가-3가 있다. 하지만 육류 섭취로 충분한 오메가-3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렵인들은, 동물을 사냥하면 두뇌와 척수를 우선적으로 취했다고 한다. 오메가-3가 가장 많은 부위이기 때문이다. 두뇌의 발달이 경쟁되던, 진화의 압력에 따른 본능이었을 것이다.


 식물에도 오메가-3가 있다. 풍부하게 함유된 씨앗과 견과가 있다. 하지만 신체의 조직에 바로 쓰일 수 없어, 몸 속에서 변환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식물성 오메가-3인 ALA는 약 10~20퍼센트가 몸 속에서 쓰일 수 있는 DHA/EPA로 변환된다. 유전적인 요인이 이 변환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동물성 오메가-3를 구할 수 없었던 지역에서 진화한 인구는 이러한 능력이 생존에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이 ALA의 생체 변환률이 두 배 가량 높다. 태아의 신경계 형성을 위해서는 다량의 DHA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외에도, 해조류에 미량의 DHA/EPA 형태의 생이용률이 좋은 오메가-3가 있기도 하다. 채식주의자들은 이를 정제해서 섭취할 수 있다.


두뇌 건강에 오메가-3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하버드의 의학박사 앤드류 스톨(Andrew Stall) 박사는, 조울증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오메가-3를 보충해 그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는 것을 관측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치매를 예방하고, 우울증을 개선한다. 어떤 항정신약물보다 효과적이며, 지속적인 효과가 있고, 부작용 또한 없다.


 하지만 이는, 두뇌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를 약리의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두뇌에는 주된 구성요소가 있으며,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기능의 저하되고, 기능의 저하는 두드러진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오메가-3를 얻는, 자신의 식습관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내는 것. 두뇌 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산물을 주기적으로 먹는 식습관이 없다면, 오메가-3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상적인 두뇌건강을 위해서는 3-4그람을 매일 먹는 것이 좋다.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 형태가 에틸 이스터(Ethyl Ester) 형태보다 흡수율이 3-4배가량 높다. 크릴 오일은 흡수율과 생이용율이 월등히 높아, 모든 오메가-3 중 가장 뛰어나다. 대신 가격도 높다.


 식재료 중, 참치알, 대구알, 열빙어는 훌륭한 오메가-3의 공급원이며, 값도 싸다. 알속의 DHA는 생이용율이 월등하다. 잘 요리하면 맛 또한 좋다.



콜레스테롤


 20세기 중후반, 콜레스테롤은 모든 건강문제의 근원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려는 모든 실험에서 콜레스테롤 섭취와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대사증후군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에서 비롯되는 것이 점차 명백해졌다.


 우리 세포의 주된 구성요소는 지방질이다. 피속의 콜레스테롤은 지방질을 몸 곳곳에 보내, 세포의 재생과 성장의 재료를 공급하는 과정이다. 콜레스테롤은 면역, 성징, 스트레스와 같은 중요한 신호를 담당하는 호르몬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두뇌에는 인체의 총 콜레스테롤 중 25%가 모여있다. 몸무게의 2-3% 가량을 차지하는 기관에 이렇게 많은 콜레스테롤이 모여있다는 것은, 두뇌의 기능에 콜레스테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뜻일 것이다.


 두뇌의 기능과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는 연관성이 분명하다. 한 연구에서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추상적 사고, 주의집중력, 언어의 유창성, 집행기능 또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은 인슐린, 염증, 중성지방 등의 다른 원인(주로 정제된 탄수화물의 과다에서 비롯되는)과 결합되었을 경우에만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생긴다.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가 많지 않다면, 지방의 섭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다.


 인체에서는 하루에 1그람 가량의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내며, 약 35그람 정도가 저장되어 있다. 섭취한 콜레스테롤은 인체가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필요한 인체 기능에 바로 쓸 수 있게 한다. 형성해야할 신경이 많거나, 복구해야할 세포의 손상이 많다면,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


 계란, 버터, 육류와 같은 콜레스테롤을 함유한 식품의 섭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두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뷰티르산 (Butyrate)


 뷰티르산은 장내의 박테리아가 섬유질을 소화시킬 때 생기는 짧은 지방산이다. 버터와 같은 유지방에도 3-4%의 뷰티르산이 존재한다.


Butyrate


 이 뷰티르산은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세포의 구성성분이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작은 분자구조로 인해 빠르게 소화되고, 세포 구성에도 쉽게 쓰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 놀라운 효능들이 더 있다.


 먼저, 장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장의 세포들은 뷰티르산을 매우 선호한다. 장벽의 구성성분이 되고, 장 운동의 연료가 된다. 뷰티르산이 충분하면, 장이 건강하다.


 장은 제 2의 두뇌라는 말이 있다. 세로토닌 생성의 90%가 장에서 이루어지며, 장의 상태는 두뇌의 컨디션과 직결된다. ADHD나 강박성향, 불안과 같은 세로토닌 부족 증상은 장 건강의 개선을 통해 다스리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점차 힘을 얻고있다. 충분한 뷰티르산의 확보는 유익균의 다양성, 염증 유발 식품의 제거와 더불어 장 건강에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뷰티르산은 두뇌를 외부의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의 구성성분으로 쓰이기도 한다. 염증, 독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혈액뇌장벽이 느슨해져 외부의 물질이 뇌 속으로 바로 침투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두뇌의 염증이 급증한다. 큰 폭의 인지능력 저하는, 거의 언제나 혈액뇌장벽의 파괴를 동반한다. 뷰티르산이 충분할 때 혈액뇌장벽 또한 튼튼하며, 이러한 두뇌는 질병이나 독소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뷰티르산은 DNA의 발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중나선의 긴 끈인 DNA는 히스톤이라는, 매듭 단백질에 묶여있다. 뷰티르산은 이 히스톤에 묶인 DNA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istone deacetylase, HDAC)로 작용한다. DNA가 발현되기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신체의 기능 발현 전체를 향상시킨다.


Histone


 이 외에도, 뷰티르산은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두뇌의 신경재생 및 형성을 돕는다. 염증을 줄여주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두뇌에 뿐만 아니라, 온 몸에 미치는 이로움이 막대하다.


 뷰티르산을 보충제의 형태로 섭취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무의미하다. 섬유질의 소화과정에서 뷰티르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섬유질의 충분한 섭취가 건강에 이로운 이유이다.



지용성 비타민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지용성 비타민이 매우 부족하다. 비타민 D, K, A의 부족은 면역작용, 혈관형성, 세포형성이 애매하게 동작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인체의 800가지 유전자 작용에 관여하는 비타민 D는, 면역의 반응을 조절하는 주요 역할이 있다. 현대인의 만성질환은 대부분 염증성 질환이다. 염증은 면역반응의 결과이다. 이러한 만성적 염증은 면역의 on/off가 수월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이 이유이다.


 비타민 K는 혈액의 응고, 혈관의 형성, 칼슘대사에 주요하다. 비타민 K, 특히 활성형태인 비타민 K2를 식품을 통해 얻는 것은 까다로운 편이다. 비타민 K가 충분하면 혈관과 뼈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어 튼튼하다. 두뇌는 혈관으로 가득하다. 튼튼한 두뇌를 위해서는 비타민 K2의 확보를 신경쓸 필요가 있다.


 지용성 비타민, 특히 비타민 D3와 K2의 보충제 섭취는 효과가 가장 큰 보충으로 꼽힌다.



콜린 / 인지질 (Phospholipid)


 콜린은 신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아세틸콜린, 뇌세포의 주요 구성성분인 포스타티딜콜린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인산염(Phosphate)과 지방이 결합된 인지질(Phospholipid)은 세포의 막을 형성한다. 우리 몸에서도 합성할 수 있지만, 이미 합성된 것을 섭취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합성에 필요한 과정을 건너뛰어, 효율을 증대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두뇌의 세포구조는 주로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과, 포스파티딜세린 (Phosphatidylserine)으로 이루어져있다. 계란, 생선알, 크릴오일, 씨앗류에는 인지질이 많다. 이러한 식품은 두뇌는 물론 인체의 모든 세포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식품추천


 살펴본 바와 같이, 두뇌건강에 주요한 영양소는 단연 지방질이다. 두뇌는 60%가 지방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세포는 매 순간 죽고, 새로 태어난다. 두뇌에 쓰임이 많은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두뇌에 이로운 것은 당연하다.


 한 연구에서는, 지방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42% 낮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에 비해,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4배였으며,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21% 낮았다.


 모든 지방이 동등한 것은 아니다. 식물의 씨앗에서 화학적으로 추출한 기름인 식용유는 몸에서 제대로 쓰이지도 못할 뿐더러, 열에 쉽게 파괴된다.


 그에 비해, 동물성 지방, 유지방, 올리브유, 코코넛유, 견과류 등과 같은 자연적인 지방질들은 몸에 이롭게 작용한다.


 특정 유전자(APOE4, 인구의 약 14%)를 지닌 사람들은 몸에서 포화지방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엔 불포화지방을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에게 포화지방은 깨끗하게 연소되고, 안정적이며, 맛이 좋은 식재료이며, 충분히 섭취해도 해롭지 않다.


 아래는 두뇌에 이로운 성분이 주요하게 모여있는 식품들이다.


계란

 구하기도 쉽고, 값도 저렴한 계란. 계란에는 두뇌를 구성하는 주요 영양소가 모두 함유되어 있다. 오메가-3, 콜레스테롤, 콜린또한 풍부하며, 인지질로 구성되어있어 생이용율 또한 높다. 지용성 비타민, 비타민 B도 많다. 면역작용과 항산화에 주요한 황 성분 또한 풍부하다. 두뇌를 위한 최고의 식품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생선알

 생선알에는 오메가-3가 인지질의 형태로 고용량 함유되어있다. 두뇌의 주요 구조에 쉽게 쓰일 수 있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생선알은 매우 훌륭한 두뇌 식품이다. 지용성 영양소 또한 풍부하며, 항산화 미네랄인 셀레늄도 풍부하다.


 동물의 간은 자연식품 중 가장 영양소가 많은 식품이다. 특히 구하기 어려운 지용성 영양소는 간에 주로 함유되어 있다. 결핍되기 쉬운 철분또한 간에 많다. 콜린또한 풍부하다. 하지만, 간은 맛이 좋지 못하며, 구하기도 어렵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챙겨먹으면 건강에 여러모로 이롭겠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대구간유를 통해 오메가-3과 비타민 A, D를 섭취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소간을 동결건조한 알약을 구할 수도 있다. 철분과 구리, 지용성 영양소, 비타민 B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일 수 있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채식만을 하지 않았다. 동물성 식품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는 두뇌기능에 필수적이다.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한다면, 영양섭취에 추가적인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비타민 B12, 아연, 오메가 3, 지용성 비타민, 콜린을 추가적으로 보충하고, 단백질의 아미노산 구성을 따져 완전단백질을 얻고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비싸디 비싼 기관.


두뇌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하고, 요구하는 것도 많은 비싸디 비싼 기관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체 중 단연코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이며, 먹이사슬 가장 위에 존재하는 인간의 신체기관 중에서도 가장 고등기능을 담당한다. 어느 면에서 보나, 자연계의 서열 피라미드 꼭데기에 있는 기관인 것이다.


이토록 요구를 우리 지능의 대가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들이 부족한 두뇌는 기능이 떨어진다. 삶의 모든 경험이 생생함을 잃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우울, 불안, 산만함. 각자의 약점이 두드러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증상을 가리는 처방약을 먹을 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제 기능을 찾을 때 해결된다. 유전적 원인도, 그릇된 마음가짐도, 트라우마도, 튼튼한 두뇌에서는 병증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크고작은 정신적인 불편을 지녔다면, 두뇌의 건강에 주요한 영양소를 가득 채우는 것으로 해결을 시작해보자. 어떤 치료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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