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현욱 Apr 15. 2019

제2의 두뇌 : 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법.

진화의 과정에서 다른 영장류와 호모 사피엔스(당시엔 호모 에렉투스)는 갈림길을 맞이했다.


 다른 영장류들은 장의 크기를 키우는 길을 선택했다. 하나의 예로, 고릴라는 그 큰 몸집을 양분의 밀도가 낮은 음식물, 주로 잎사귀 등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음식을 씹고 소화시켜야 한다. 이를 담아 처리할 큰 장이 필요했다.


 이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두뇌의 크기를 키우는 길을 택했다. 이치를 깨우치는 능력을 통해 불을 발견했고, 불을 사용해 밀도가 높은 동물성 에너지를 소화가 잘 되는 형태로 요리할 수 있었다. 곡식이나 과일과 같은 양분이 모여있는 식물성 에너지를 경작하는 방법 또한 찾아냈다. 영양의 밀도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며 소화기관이 클 필요가 없어졌다. 소화에 쓰이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되며, 두뇌를 더욱 발달시킬 여력 또한 생겼다.


우리가 선택한 음식과 그에 적합한 소화기관이 우리 두뇌가 발달하는 조건이 된 것이다.



두뇌와 장의 긴밀한 상호 연관성


두뇌와 장의 연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항생제 투여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타격을 입게 되면,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한 차례의 항생제 치료는 1년 내에 불안장애가 발생할 확률을 17퍼센트, 우울증이 발생률을 24퍼센트 증가시켰다. 두 차례의 항생제 치료는 이 확률을 40%, 45%로 증가시켰다.


 ADHD나 자폐증이 항생제 치료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있다. 항생제로 인해 유익균이 전멸하면,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균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살아남은 균들 중 ADHD와 자폐 증상을 증가시키는 유기물질(Propionic Acid)을 만들어내는 균들이 과증식 하면, ADHD와 자폐가 나타난다. 이 증상들을 장내 미생물 환경의 복구를 통해 개선하는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장은 제2의 두뇌라는 말이 있다. 두뇌와 장을 오가는 신호의 회로를 장-두뇌 축(Gut-Brain Axis)이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뇌와 장의 연결에서 두뇌에서 장으로 내려가는 신호의 양보다 장에서 두뇌로 올라가는 신호의 양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약 9/10의 신호는 장에서 두뇌로 향하는 것이다.


 장에는 신경전달물질들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있다. 그중 안정과 긍정의 신호인 세로토닌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몫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장의 내벽 세포에는 신경의 가지가 있어서, 장벽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은 바로 신경계에 작용한다. 이쯤 되면, 장이 제2의 두뇌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지닌 장내 미생물의 수는 인간 DNA의 세포 수보다 2-10배 많다. 인간의 DNA에는 20,000개의 게놈이 있고, 이 코드를 기반으로 200,000종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 몸에 작용하는 유전 신호는 사람의 세포에서 비롯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유전자의 표현 신호인 RNA. 우리 몸에 작용하는 RNA의 30%가량은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먹는 음식은 물론, 만지는 것, 숨으로 들이마시는 것에 의해서도 우리와 공생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환경이 변화한다. 이를 통해 우리 유전자가 표현되는 방식 또한 변화한다. 생명체는 환경과의 상호 연관을 통해 유전의 표현을 조정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미생물의 교류는 그 구체적인 방법인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별 효과가 없다?


 장 건강의 개선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은 건강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좋은 실천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실험 결과는 영 신통치 못하다.


 항생제 처방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줄어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건강한 유익균의 생태계가 복원되는 과정이 오히려 지연됐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생태계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장내 박테리아의 종류는 10,000종에 달하며, 아마도 2~4만 종의 장내 박테리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자연계에는 500만 종의 박테리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그 박테리아와 긴밀히 관계 맺을 기회가 생기면 그 박테리아 또한 우리 장내 미생물 환경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보통 건강한 장일수록, 더욱 다양한 균들이 조화를 이룬 복잡계 시스템을 이룬다.


 이런 복잡다단하고, 자연과 상호 연관적인 시스템을 몇 가지 종균의 투여를 통해 조화로운 생태계로 복원하는 것은 어림없는 시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의 환경은 자연환경의 연장이며,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상호 연관을 통해서 유기적인 균형점을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토양에서 자란 음식을 통하여,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균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점차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장을 복원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3단계.


1. 장을 파괴하는 행동을 멈추자.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파괴시킨다. 미생물을 죽이는 것이 본래 목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감염에 의한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사용 후에는 장내 미생물을 복구하려는 적극적인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GMO 식품 생산에 쓰이는 제초제 글라이포세이트(Glyphosate)는, 장내 미생물 환경에 항생제와 같은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라이포세이트는 모든 종류의 미네랄을 잡아당기는 성질(Non-Specific Chelator)을 지녔다. 미네랄의 조효소 작용을 막아, 다른 잡초나 박테리아 등의 생장을 막는다.


 GMO 작물이 유전 조작된 바는, 이러한 글라이포세이트에 대한 내성이다. 이 GMO 씨앗은 화학비료, 글라이포세이트와 함께 자라난다. 이 토양에는 어떤 공생도 없다. 화학비료와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칼로리로 전환하는 공정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GMO 식품에 잔류할 수 있는 글라이포세이트는 장내 미생물 환경에 항생제처럼 동작한다. 모든 장내 미생물의 생장환경을 억제한다. 정상적인 소화는 물론, 신경전달물질 형성, 정상적인 면역작용 또한 저해한다.


 토양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하다. 본래 한 줌의 흙에는 우주의 별만큼이나 많은 미생물이 있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유기적인 활동을 통해 생태계에 기여한다. 글라이포세이트는 이러한 모든 활동을 멈춰버린다. 이렇게 죽어버린 토양을 복원하는 일은 매우 어려우며, 이 글라이포세이트가 지구환경과 인류의 건강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GMO 식품의 섭취를 완전히 거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제된 설탕은 장에 해롭다. 정제된 설탕은 칸디다균과 같은,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균에 선호되는 먹이가 되고, 이 유해균의 과증식은 유익균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설탕에 노출된 장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전부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과학적 실험의 결과는 명확하다. 설탕은 인지능력을 저하시키고, 신체 염증을 증가시키며, 대사를 저하시키고, 노화를 가속시킨다. 이는 장내 미생물 환경의 균형이 깨져 비롯되는 바가 크다.


 밀가루의 글루텐도 장에 해로운 대표적인 성분이다. 밀가루의 끈끈한 점성을 내는 글루텐은 연결조직이 치밀한 단백질로써, 소화시키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유전적 성향이나 장의 건강함에 따라 글루텐을 소화시키는 능력은 차이가 나지만, 글루텐이 소화하기 까다로운 음식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되는 바이다.


 만약 주변 누군가가 심한 피부 트러블이나 이유 없는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밀가루 음식. 특히 GMO 밀가루를 멀리하라 귀띔해주자. 장의 융모에 달라붙은 글루텐은 장벽을 얇고 느슨하게 만든다. 느슨해진 장벽을 통해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혈중으로 세어나가게 되면, 몸 이곳저곳에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매우 흔한 증상이다. (발효된 유기농 밀의 경우 섭취해도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위에 언급된 것들은 장의 환경에 가장 크게 해롭고, 모두에게 해로운 것들이다.


 의외로, 남들에게는 문제없이 소화되는 자연식품. 가령 곡류나, 잎채소, 유제품과 같은 음식이 누군가의 장에는 해를 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아마 장의 구조가 다르고, 물려받은 균의 환경이 다른 것이 이유일 것이다. 흔한 음식일지라도, 누군가의 진화의 맥락에는 낯선 음식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생제, GMO, 설탕, 밀가루를 줄이는 것으로도 장의 트러블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제거한 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식품군을 다시 시도해보는 제거-다이어트(Elimination Diet)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 수도 있다.



2. 장을 튼튼하게 구성하는 원료를 확보하자.


 장의 구조가 이미 헐거워져 있고, 이로 인해 자가면역 증상이 두드러져 만성염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이를 최대한 빠르게 호전시켜줄 보충제를 고려해보자.


Zinc-Carnosine : 소화기관의 내구성을 회복시키는 과정에 매우 주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lutamine : 아미노산 글루타민은 손상된 장벽 복구에 빠르게 쓰이는 영양소가 되어, 회복을 가속시키는 효과가 있다.

Collagen Protein : 저분자 콜라겐은 모든 인체조직 형성에 바로 사용될 수 있으며, 소화기관의 형성에도 주요하다.


 만약 지금 장의 성능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적인 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소화기관은 문제없이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소화기관에 가장 이상적인 식품을 찾는 것은 배움의 과정이 조금 필요할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육식이 적합할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채식이 최선의 식사일 수도 있다. 아마 조상이 진화한 환경에 따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음식을 선택할 때, ‘할머니가 자주 드셨을 음식’에서 시작하는 것은 현명한 길일 수 있다.


 어떤 식사를 하던지, 짧은 지방산인 뷰티르산(Butyrate)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장 건강에 주요하다. 뷰티르산은 장운동의 연료가 되며, 장벽을 튼튼하게 만든다. 뷰티르산은 유익균이 섬유질을 소화시킬 때 발생하며, 우유와 같은 젖의 지방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방을 잘게 쪼갠 케톤이 뷰티르산처럼 기능할 수도 있다.



3. 균의 다양성.


 재미있는 이야기. 한 아프리카 부족의 장에서 다른 인종의 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균이 발견되었다. 그 균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얼룩말과 공생하는 균이었다. 얼룩말의 고기를 먹던 그 부족 구성원들은 얼룩말의 균을 자신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편입시킨 것이다. 이처럼, 어떤 균이라도 우리 몸에 조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은 균의 종 다양성이 클수록 건강하며, 회복탄력성과 적응력이 좋다. 건강한 균 생태계가 살아있는 토양에서 자라난 음식에는 그 음식이 자란 환경의 균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살아있다. 이러한 음식을 먹는 것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가꾸는 최선의 길이다.


 유기농 농산물에는 자라난 토양의 미생물이 가득하다. 뿌리에 묻어있는 흙을 굳이 모두 닦아낼 필요가 없다. 그 흙이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을 한다.


 자연에서 발효시킨 발효식품에는 그 환경에 있는 균들이 번성한다. 김장독을 땅에 묻었던 우리 조상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도시의 환경에서는, 다양한 균이 섞여있는 케피어 종균으로 발효된 요거트라던지, 유기농 농산물로 담근 김치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