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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Jul 15. 2019

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출판사

- 인키트(Inkitt) 이야기  

독일 베를린에서 알리 알바자즈(Ali Albazaz)가 창업한 인키트(Inkitt)는 여러 테스트를 마치고 2015년 대중을 위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독자들의 힘을 통해 책을 만드는 출판사(The Reader-Powered Book Publisher)'로 목표를 삼았다. 인키트의 사명은 “재능있는 작가를 발굴하여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작가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15명 이상의 멤버로 구성된 팀으로 성장한 인키트는 전통적인 출판 프로세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작가와 독자를 출간 전부터 연결시키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했다. 


2016년 중반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를 탄생시키기 시작한 인키트는 이미 46개의 베스트셀러를 발굴해서 발표했고, 작가 지망생들은 계속 경력을 쌓아가면서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독자)와 24만여 개 이상의 소설 작품을 작성한 8만여 명의 작가가 등록되어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이용자를 모으고 베스트셀러를 낸 인키트의 성과에 언론과 출판사는 책을 고르는 독특한 기획과 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인키트의 기본적인 운영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작가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원고를 쓰거나 업로드 할 수 있는 작가의 쓰기(WRITERS WRITE), 독자들이 무료로 작품을 읽고 피드백할 수 있는 독자의 발견(READERS DISCOVER), 독자 참여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타이틀을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형식으로 출판(WE PUBLISH)하는 방식이다. 즉, 작가가 직접 원고를 업로드하고, 이를 본 다른 작가를 포함한 독자가 피드백을 제공하는 출판 플랫폼이다. 작가와 출판사가 책 기획과 제작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출간하는 기존의 단방향에서, 독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쌍방향 출판 개념을 적용했다.


베스트셀러 알고리즘을 만드는 방법


인키트 사이트에는 총 4개의 카테고리가 운영되고 있다. 

⓵ ‘무료 스토리(Free Stories)’는 SF, 판타지, 모험, 미스터리, 호러 등 14개의 세부 장르별로 구성되고, 팬덤 코너에는 《해리포터》, 《나루토》, 《반지의 제왕》 등을 별도로 운영한다. 독자들의 관심사를 트랜딩 토픽으로 묶어서 작품별 특징을 파악하고 상호 연결시키는 해시태크(hashtag)도 지원한다. 

⓶ ‘작가되기(Become a Writer)’는 원고를 직접 입력하고, 표지를 링크할 수 있는 테이블 등 차별화된 저작툴을 지원한다. MS워드 포맷의 경우, 직접 링크 방식으로 업로드가 좀 더 편리하다. 기성 작가가 영상으로 인키트의 활용법을 설명하는 콘텐츠도 들어 있다. 작가를 위한 블로그(the writer’s blog)에는 소식지 형태로 작가들에게 집필과 출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⓷ ‘커뮤니티(community)’는 장르/작가별로 개설할 수 있으며, 자기소개/작법/편집/마케팅 등 소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나눌 수 있다. 인키트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작품을 위한 건설적인 내용, 전문가적인 인식, 긍정적인 태도로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작문지침에는 서식을 지정하거나, 문법과 구두법, 기술 지원, 연령 제한과 저작권 관련 사항 등을 알려준다. 

⓸ ‘출간도서’는 인키트를 통해 출간된 타이틀을 간단히 소개하고, 아마존닷컴에 직접 링크해서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구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키트 독점(Inkitt exclusive reads)을 이용하면, 무료로 검토용 사본을 받을 수 있고 리뷰에 대한 크레딧(credit)을 얻을 수 있다. 적립한 크레딧은 종이책과 전자책 사본을 더 많이 얻는데 사용할 수 있다.    


쌍방향 출판 플랫폼을 통해 인키트가 주목한 것은 피드백을 통한 ‘데이터’였다. 회원 가입과 작가 등록 단계부터 원고 작성과 읽기, 후기 작성 등 작가와 독자가 남기는 흔적들은 무수한 데이터로 축적해갔다. 사람과 콘텐츠가 만드는 데이터는 일정한 패턴을 만들고, 이 패턴들은 만족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마케팅 소스로 활용했다. 인키트는 데이터와 성공 경험이 축적되면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알고리즘을 견고하게 만들어 갔다. 


알리 알바자즈는 “우리는 독자들의 행동을 통해 참여도를 분석한다. 독서를 시작하고 계속하기 위해 밤새도록 플랫폼에 머무르거나, 하루종일 휴식하면서 원고를 읽으면서 남기는 데이터를 통해 소설에 대한 호불호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아마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출판사가 데이터 과학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콘텐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라고 평가했다. 


인키트는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패턴을 총 1,200여 개로 분석했다. 읽는 속도, 가장 오래 머문 페이지, 전체 읽은 페이지 수, 언제, 어디에서 읽었는지 등을 독자들이 남긴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별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밤에 책을 읽는다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읽는 경우 등 흥미로운 독서 패턴까지도 분석했다. 이렇게 찾은 베스트셀러 후보 작가들은 인키트에서 직접 연락해서 정식 출간 계약하고, 전자책/종이책/오디오북 등 출판물을 제작한다. 이렇게 베스트셀러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출판 사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커뮤니티의 존재다. 광대한 커뮤니티는 소설을 즐겨읽는 새로운 독자, 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새로운 작가들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인키트 홈페이지]


인키트는 기성 출판사에서 편집자가 작품의 판매 여부를 직감적인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아쉬워했다. 데이터에 근거한 출판 결정과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직감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을 그간의 성과를 통해 증명해가고 있다. 인키트는 어떤 책이 편집인이나 에이전트의 본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주관성이 떨어지면, 프로세스가 느려지기 때문에 인키트는 다른 출판사보다 더 빨리 베스트셀러 작품을 식별하여 게시할 수 있다. 


작가가 소설 원고를 제출하고, 독자들의 평가가 좋으면, 인키트는 8주 안에 해당 작가와 계약을 추진한다.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확인되면 저자는 판매 로열티(전자책 25%, 종이책 51%)를 포함한 계약서를 받게 된다. 작가와의 계약시 세밀한 편집, 전문 디자이너가 제작한 표지 등 출판에 필요한 것들을 작가에게 제공한다. 작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되 결정 및 변경 권한은 작가에게 준다. 모든 결정이 끝나면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원고 업로드부터 출간 후 마케팅까지 종합적인 작가 에이전시가 되어 준다. 


해리포터가 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전에 작가 조앤 롤링(J.K.Rowling)은 12번이나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해리포터는 담당 편집장이 자신의 8살 딸이 원고의 첫번째 장에 푹 빠져서 읽는 것을 보고 출간을 결심했다. 이후 해리포터는 역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10억 달러의 산업을 만들 수 있었다. 작가들은 전통적인 출판 시스템에서는 자신의 원고가 점점 더 출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가 출판 방식을 이용했다. 자가 출판 방식은 전통 출판에 반대하며 진화했으며, 저자는 광범위한 독자 풀을 이용할 수 있었다. 자가 출판이 쉬운 출간 방식이지만, 성공적으로 마케팅하고 판매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마케팅이 없다면, 수백만 개의 타이틀이 있는 플랫폼에서도 최고의 스토리는 사라질 것이다. 


모든 도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독자층이 누구이며, 효과적인 도달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다. 모든 책은 독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독서 중에 사람들이 얼마나 그 이야기에 매여 있는지 알아내고, 책의 이상적인 독자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초기 독자 분석을 거친다. 이런 식으로 인키트는 베스트셀러 잠재력을 지닌 소설을 식별하고 출판 전에 독자층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인키트의 출판팀이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활용된다. 


[인키트 작품 보기 페이지]


인키트의 성공 사례로는, 사롯 리간(Charlotte Reagan)의 데뷔 소설인 《저스트 줄리엣(Just Juliet)》이 있는데, 이 소설은 출시 후 몇 시간 만에 아마존의 4백만 개 타이틀 중에서 51위를 차지했고, 첫 9일 동안 아마존에서 100개 이상의 별점 5점 리뷰를 받았다. 그녀의 이러한 성과는 인키트 작가 중 유일한 것은 아니다. 인키트의 출판 타이틀 중 90% 이상이 아마존 톱 100에 들었고, 작가들은 정식 출간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는 꿈을 실현했다.  


출판은 오래된 산업이며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작가들이 출판 경로를 바꾸고 온라인으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엘 제임스(EL James)의 《50가지 그림자(50 Shades)》 시리즈는 원래 팬픽션(fanfiction)이었다. 앤디 위어(Andy Weir)의 《더 마션(The Martian)》은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연재물로 시작되었다. 온라인 글쓰기의 세계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인키트의 모델은 저자가 자신의 작업을 외부로 나가게 만들고, 더 많은 베스트셀러를 독자가 더 빠르게 발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8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키트의 니콜라스 델케스캠프(Nicholas Delkeskamp) 프로젝트 총괄 담당자가 참석했다. 당시 컨퍼런스 세션에서 그는 전세계의 데이터 증가 그래프를 들고 나왔다. 이 그래프는 지난 10년간 데이터가 2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출판업계에서도 중요한 지표라고 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사람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은 가치 있는 데이터라고 주장하면서 인키트의 강점을 부각했다. 그는 데이터가 어떻게 책을 찾아내고, 책을 어떻게 쓸 것인지 안내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키트가 기존 출판업계보다 앞선 이유로 책을 누구에게 타겟팅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충분한 마케팅 과정을 거친 결과로 알 수 있지만, 인키트는 출판 경향을 데이터를 통해 미리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업에 있어서 인키트의 목표는 출간한 책의 99.99%를 베스트셀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있는 주장의 근거는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책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편집자가 아닌 인공지능이 판단하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구축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판단이 보다 정확한 예측과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독자의 집단지성은 출판의 새로운 미래


그렇다면, 독자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출판 모델은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존도 2014년 10월에 라이트 온(Write On)이라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저자들이 아마존 회원들에게 원고의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과 제안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전자책을 출간하는 서비스다. 집필 과정에 독자들이 참여하는 방식과 별도로 이미 완성된 작품을 보고 출간할 만한 책인지 독자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프로그램인 킨들 스카우트(kindle scout)도 있었다. 두 개 프로그램 모두 독자들이 직접 출간에 참여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종료되었다. 


[아마존 킨들 스카우트 페이지]


인키트와 아마존을 일대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독자의 집단지성을 데이터로 활용해서 출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공통점은 발견된다. 작가들이 기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자를 직접 만나고 출판 제작과 마케팅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찾는 빈도수는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스마트 디바이스 사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고, 데이터 비즈니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사업자가 출판계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인키트의 데이터 알고리즘이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만들면서 새로운 출판 모델을 보여주고 있지만, 확장의 한계점도 느껴진다. 작가들이 주로 원고를 등록하고,  데이터 생산과 커뮤니티 운영도 장르문학 독자층이 중심이다. 경제경영, 인문, 과학 등 다른 분야의 경우, 장르문학 소설에 비해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과 커뮤니티 참여율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인키트의 출판 모델은 데이터 확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인키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출판계에 접목한 상징적인 플랫폼이다. 재능있는 작가를 발굴해서 독자들의 평가로 성공시키겠다는 인키트의 목표와 의지는 다수의 가시적 성과로 증명되고 있다. 아마존은 포기했지만, 인키트는 지속되고 있다. 메이저 출판사들도 인키트 데이터 기반 출판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편집자 중심의 원고 선정과 출판 제작 프로세스는 지속되겠지만,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가 더해지는 모델은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만큼 출판사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알고리즘을 통해 제2의 해리포터를 찾겠다는 인키트에 주목해야할 이유다. 


- <기획회의> 490호(2019.6.20)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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