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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Aug 06. 2019

당신의 책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라 - 아마존 KDP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작가들은 기성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출판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콘텐츠의 수준과 상업적 성공 여부는 기성 출판과 직접 비교하기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출판할 수 있는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은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상황이다. 2000년대부터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이 출현했고, 에스프레소 북머신(Espresso Book Machine)처럼 즉석에서 종이책을 제작하는 기계도 등장했다.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은 스매시워즈(Smashwords), 룰루닷컴(lulu.com) 등 전문 스타트업 회사 외에 반스앤노블의 누크프레스(nook press), 아마존의 KDP(Kindle Direct Publishing) 등 대형 서점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KDP는 2007년부터 전자책 사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개인 작가들의 콘텐츠 소싱 채널로 급성장했다. 이렇게 모은 출판물은 대부분 독점적으로 킨들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대량 판매되고 있다.


사업 초기 기성 출판사들과의 힘겨루기로 인해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킨들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기존 출판 제작과 유통 시스템에 공격적인 변화를 원했다. 콘텐츠 사업의 핵심 성공전략인 콘텐츠(contents)-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디바이스(device) 구조의 일원화를 위해 아마존 안에 구축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디지털 텍스트 플랫폼(DTP)를 리모델링한 KDP를 만들면서 개인 작가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출판 서비스 지원이었다. 아마존 KDP는 “독립적으로 당신의 책을 출간하라(Publish your books independently)”는 것을 목표로 셀프 퍼블리싱의 시대를 주도하면서, 작가들의 수익성 제고와 커뮤니티를 강화했다. 


현재 30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물 제작을 지원하고 있고, 2016년부터 전자책에 더해 종이책 출판을 KDP 옵션에 추가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크리에이트 스페이스(create space)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종이책 출판 서비스를 KDP에 통합한 것이다. 실제 출판하는데 5분이 걸리지 않고,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전 세계 킨들 스토어에 자신의 책이 판매된다. 아마존 KDP에서 인기 있는 분야는 별도의 홍보 페이지를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비즈니스와 투자(Business & Investing), 코믹과 그래픽 노블(Comics & Graphic Novels), 교육과 교재(Education & Textbooks), 어린이(KDP Kids), 문학과 픽션(Literature & Fiction), 미스터리, 스릴러와 서스펜션(Mystery, Thriller & Suspense), 논픽션(Non-fiction), 로맨스(Romance), 공상과학과 판타지(Science Fiction & Fantasy), 10대와 청년(Teens & Young Adult)이며, 각 페이지마다 KDP로 성공 사례를 만든 작가들의 소회와 인상적인 추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아마존 KDP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아마존 KDP 웹사이트의 메뉴바는 책장(Bookshelf), 리포트(Reports), 커뮤니티(Community), KDP 셀렉트(KDP Select)로 구성되어 있다. KDP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마존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야 한다. 정식 계정을 만든 후에 작성자, 지불 및 세금 정보까지 작가로서 필요한 항목에 정확한 내용을 입력하면 된다. KDP에 출판 원고를 업로드하기 전에 서식 지정과 표지 제작 가이드에 따라 제반적인 출판 데이터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원고와 표지 업로드 후, 책장으로 이동해서 제목을 입력하고, 작품 설명과 키워드 정보를 입력한다. 이 때, 자신이 업로드한 원고를 책의 형태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배포 권한과 가격을 정하고, 판매 지역을 선택하면 홍보 단계로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출간하고 이메일, 웹사이트 및 기타 홍보 활동을 통해 잠재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 


KDP 등록 작가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모션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KDP 셀렉트 프로그램에 전자책을 등록하면 더 많은 독자들과 더 많은 로열티를 얻을 수 있다. 신청 작가의 작품은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만 독점 공급되고,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와 킨들 오너스 렌딩 라이브러리(Kindle Owners' Lending Library)에 포함된다. 작가는 킨들 카운트다운 (countdown) 거래 및 무료 도서 프로모션 등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도구에 접속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브라질, 멕시코, 호주 등에서 아마존 고객에게 판매할 때 정가를 기준으로 기본 35%에서 최대 70%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저작물의 모든 권리와 가격 통제는 작가 스스로 정할 수 있고, 언제든지 웹을 통해 변경시킬 수 있다. 


[그림] 아마존 KDP 웹사이트 첫 화면

https://kdp.amazon.com/en_US


추가적으로, 작가 중심(Author Central) 페이지에 등록하면, 더 많은 아마존 독자들과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작가 페이지의 이력과 블로그 관리를 최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존은 KDP 이용 가이드라인을 텍스트 문서로만 제공하지 않고,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상호 피드백하는 KDP 퍼블리셔 유니버시티(Publisher University)를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채널 내 웨비나 아마존(Webinars Amazon) 코너는 전문가와 무료로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성공적으로 KDP에 게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비디오(Videos) 코너는 책의 시작, 형식 지정 및 홍보를 위한 도움말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KDP 점프스타트(Jumpstart) 코너는 아마존에서 출판하기 위한 내부자의 조언이 담긴 엔드-투-엔드(end to end) 가이드를 제공한다. 단계별로 간단한 안내서를 제공하는 점프스타트는 완성된 원고가 정식 출간까지 이르는 4단계(시작하기-도서정보-원고 및 표지-권리 및 가격 책정) 과정으로 보다 쉽고 빠르게 KDP를 이용할 수 있다. 빌드 유어 북(Build Your Book) 코너는 페이퍼백 원고의 형식을 지정하고, KDP에 업로드 준비가 된 PDF 파일 제작과 저장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한다. 


KDP를 통해 출판된 콘텐츠는 고객이 아마존에 기대하는 높은 기준에 맞추어져 있다. 독자가 전자책에서 발견한 문제에 대해 알려주면,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작가가 KDP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광고와 판촉을 하거나 부정확한 내용과 메타데이터 등이 입력되면 패널티를 부여해서 전체 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렇게, 아마존은 출판사를 거치지 않은 출간물의 완성도와 원고 수준 등에 대한 독자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고 있다. 


스토어를 통해 책이 판매되면, 상품별로 판매 내역(sales data)을 고객의 구매 시점과 같은 시간대에 작가에게 제공한다. 아마존의 세일즈 대시보드(sales dashboard)는 기간별, 지역별 등 각종 테이블별로 매출과 정산 내역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작가에게 투명한 판매 정보와 로열티 금액 지불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8년 KDP 이용 작가들의 총 수입이 2억6,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수천 명의 작가들의 수입이 연 5만 달러 이상이며, 1천명이 넘는 작가들의 로열티 수입은 연 10만 달러 이상에 달할 만큼 기성 출판사와 거리를 두어도 아마존에서 상당액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KDP의 작가 로열티는 매월 정산되는 방식으로, 해당 금액이 확정되면 60일 후에 입금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월에 벌어들인 로열티가 최소 기준액(아마존US는 100달러)을 충족하면 8월에 지급되는 방식이다. 작가가 타이틀 배포를 선택한 아마존 킨들 스토어별로 로열티를 지불 받게 된다. 사용가능한 지불 방법은 직접 입금, 계좌 이체, 수표 등이며, 작가가 설정한 은행의 위치에 따라 확정된다. 


아마존의 출판 콘텐츠 제작과 유통 생태계에서 KDP는 원천 소스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채널로 성장했다. 그러면, 개인 작가들이 아마존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안정적이고 편리한 플랫폼과 강력한 마케팅 지원 도구에 있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통과하고 작품성과 인기가 높은 상품이라고 판단되면, 아마존은 해당 분야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집중적으로 프로모션한다. 전자책과 종이책 모두 가격도 저렴하고, 회원제 서비스를 통해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서 고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그림] 아마존 KDP 서비스 지원 페이지 

https://kdp.amazon.com/en_US/help?ref_=TN_help


2014년 어린이 동화책 작가를 위한 KDP 키즈(KDP kids)를 출시하면서 아동 콘텐츠 작가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동화책 작가들이 편리하게 동화 출판물을 제작할 수 있게 별도로 킨들 키즈 북크리에이터(Kindle Kids’ Book Creator)를 제작했다. 디지털 기술을 잘 모르는 작가도 기본적인 KDP 프로세스에 맞춰 전자책을 쉽게 출판할 수 있다. 기존 종이책에 있던 그림을 넣거나, 글자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작가들이 전자책으로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러셀 그랜디네티 아마존 킨들 부문 임원은 “책을 쓰기 위해 굳이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 없다. 작가는 오직 이야기에만 신경 쓰면 되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해선 아마존이 해결하겠다”라는 말로 KDP의 강점을 주장했다.


셀프 퍼블리싱의 위상과 방향


아마존의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은 단순히 개인 출판을 위한 솔루션 제공에 그치지 않았다. 개인 출판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의 완성도와 상업성에 대한 개런티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유통이 생산까지 직접 추진하면서 여러 저항들이 있지만, 시장은 플랫폼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 시장 내외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작가와 독자를 어떤 구조와 수익 모형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따라 플랫폼의 성패가 결정된다. 셀프 퍼블리싱 플랫폼 중 아마존 KDP의 성장이 가장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존은 KDP를 통해 역량있는 작가와 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킨들 스토어를 통해 대량의 전자책을 유통하고, 굿리즈(Goodreads)를 통해 소셜리딩(social reading) 커뮤니티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출판시장을 뒤흔들면서 아마존에 우호적인 작가와 독자 확보에 매진할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포맷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마존의 출판 콘텐츠 사업은 끝이 없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아마존을 통해 자극을 얻고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는 작가와 출판사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자기 원고가 서점에서 직접 판매된다는 점은 상업 출판에서 외면받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작가들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경험으로 남는다. 아마존 KDP는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기도 하지만, 기성 작가들이 독자들과 첫 대면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접점의 역할도 한다. 셀프 퍼블리싱 모델은 미래 출판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편리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출간 가능하고, 수익성도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출간 경험을 갖고 싶거나 출판업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우커(Bowker)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이 부착된 셀프 퍼블리싱 도서가 처음으로 100만 종을 넘어섰다. 종이책은 전년대비 38% 증가한 88만여 종, 전자책은 13% 감소한 13만여 종으로 집계되었다. 전자책의 ISBN 발행수는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개인 작가들이 ASIN(Amazon Standard Identification Number)을 사용하는 아마존 KDP로 많이 이동했는데, 아마존은 정확한 출간 통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의 셀프 퍼블리싱 전자책 판매 종수 증가율을 감안하면, 전체 합산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셀프 퍼블리싱 모델을 지향하는 콘텐츠 생산자들은 디지털 미디어 발전에 따른 텍스트와 이미지의 수용 능력에 익숙하다. 그들이 만드는 출판 콘텐츠는 결국 기존의 규격을 깨고 나오는 다양성에서 시작된다. 이제 작가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기성 출판사도 독립 작가를 현재의 시선이 아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출판계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새로운 기획 출판을 위한 실험과 도전의 장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 <기획회의> 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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