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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May 02. 2023

미국 서점업계의 반전을 만든  반스앤노블의 행보

- 류영호 | 월간 국회도서관,  2023년 4월호

최근 미국 서점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랫동안 온라인을 대표하는 아마존(Amazon)의 위력 앞에 오프라인을 대표하는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은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독자들의 종이책 구입 채널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전자책이 디지털로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발생한 경쟁의 결과였다. 2010년대에 반스앤노블은 아마존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강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때 1,000개가 넘었던 오프라인 매장 수는 600대 초반으로 감소했고, 전자책 사업도 투자 대비 시장점유율은 미미해서 아마존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10년간 반스앤노블의 대표는 다수 교체되었고, 역량 있는 직원들은 퇴사하거나 고용 불안을 겪었다.  2012년부터 7년 연속 매출액이 감소했고, 2018년에는 1억 2,55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2019년이 시작되면서 매우 상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뀐 것이다. 당시 인수가는 주당 6.50달러이며, 반스앤노블의 부채까지 포함해 총 6억 8천300만 달러 규모였다. 2011년 영국을 대표하는 대형 서점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를 인수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쇠락의 길을 걷던 반스앤노블 경영 방식에 대대적인 차별화 전략을 추진했다. 우선,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영국의 도서유통 전문가인 제임스 던트(James Daunt)를 선임하면서 리더십의 변화부터 시작했다. 그는 원래 금융업계 출신으로 런던에서 유명한 독립 서점 던트북스(Daunt Books)를 운영했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에서 워터스톤즈의 임원으로 영입한 인물이었다.


반스앤노블의 CEO 제임스 던트(James Daunt)


영국에서 경험한 서점 경영의 성공 전략을 반스앤노블에 접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영어권이라는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출판시장 구조와 회사의 조직 문화의 차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무엇보다 2020년 초반부터 확산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세계 출판시장 전반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특히. 미국은 지역별로 셧다운(shut down) 상황이 계속되면서 상당수의 오프라인 매장도 휴점이 불가피했다. 제임스 던트는 길어지는 휴점 기간을 반스앤노블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기회로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내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지역적 특성을 살린 매장 공간 구조의 변화와 현장 매니저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등 획일화된 기존 시스템에 ‘맞춤형’이라는 키워드를 입혀 나갔다.


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소셜 미디어와 친해지다

그러면,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쇠락해가던 반스앤노블은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대형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고정 관념을 탈피하고 독립 서점 운영의 강점을 접목했다. 제임스 던트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서점이 되기 위한 잘되기 위한 비결은 대형 서점이 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본사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역 관리자가 매장에서 취급하는 책과 매장 배치 방식 등 매장에 대해 더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뒤로, 매장의 수익성이 개선되었다. 반스앤노블에서 판매하던 상품 중에서 책과 관련이 없는 많은 상품을 제거했다. 그는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순이 있지만, 대형 오프라인 서점은 사업적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독립 서점 던트북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성공 전략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독립 서점 운영의 원칙을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 도입해서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개념 자체를 무너뜨린 것을 경영자로서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위대한 서점은 그것이 존재하는 공동체의 반영”이라는 철학으로 서점의 운영을 각각의 지점에 맡기고, 그동안 본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출판사를 통한 매대 진열 광고 거래도 중단시켰다. 이는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인기 없는 책이 주요 매장에 진열되어 매장의 비용 증가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반스앤노블의 가장 큰 변화를 독립 서점의 플레이북(playbook, 계획과 전술 등을 뜻함)에서 차용한 것이다. 제임스 던트는 반스앤노블 매장에 해당 지역의 독자들이 원하는 도서를 주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반스앤노블 온라인 사이트 화면


더불어, 젊은 독자들이 애용하는 틱톡 플랫폼의 북톡(BookTok)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도서 판매 카테고리에 북톡을 신설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북톡 차트를 따로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반스앤노블과 틱톡은 독자들이 틱톡에서 좋은 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여름 독서 챌린지 #BookTokChallenge도 운영하고 있다. 반스앤노블의 거의 모든 지점에 북톡의 인기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다.


지역의 정서와 밀착된 매장을 만들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장의 변화도 중요한 추진 과제였다. 신규 출점하거나 리모델링을 추진한 매장은 더 밝은 페인트, 더 밝은 목재, 새로운 레이아웃 등을 적용하면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서가는 알파벳순이 아닌 주제별로 구석구석 배치되어 고객이 오래 머무르며 책을 둘러보고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역사 분야의 책은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고,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쓴 책도 클래식 소설과 현대 도시 괴담으로 세분화해서 진열했다. 장르를 더 상세하게 큐레이션(curation)을 하면 고객들은 더욱 흥미를 느끼고 매장에서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이를 위해 반스앤노블은 매장 인테리어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매장 테이블을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꾸면서 고객이 한 바퀴를 돌면서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매장 평대나 서가에 진열된 책도 정면이 보이게 해서 고객의 주목도를 더욱 높였다. 같은 색깔의 표지를 나란히 두지 않고 다양한 색으로 조합해서 재미를 주기도 했다. 책과 관련된 저자와의 대화부터 낭독회 등 오프라인 행사도 매장마다 최소 주 1~2회 정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별 매장 직원도 책에 관심이 많은 동네 독서광을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직원이 직접 읽은 책을 추천하고, 추천 이유를 메모로 남기는 등 마치 지인이 직접 추천해주는 느낌을 전달한다. 매장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책을 주문하는데 지역 주민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해당 지점의 직원들이 최고라는 결정의 일환이다. 예를 들면 지하철역 근처 매장에서는 무거운 하드커버 책 대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프트커버 책을 주로 판매한다. 학교 근처 매장에는 아동용 도서를 매장 전면에 진열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서가를 꾸미기도 한다.


반스앤노블은 2023년에 약 30개의 신규 매장을 개점할 계획이며, 최근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다. 운명의 장난처럼 보스턴 지역에 문을 닫은 두 곳의 아마존 북스(Amazon books) 매장으로 이전했으며, 대부분 잘 운영되고 실적도 높은 편이다. 현재 아마존 북스의 다른 지점을 인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반스앤노블은 이제 상장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2022년에 매출액은 4% 이상 성장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반스앤노블의 오프라인 매장 내부 전경


브랜드 평판 관리를 높게 유지하다

반스앤노블은 자사의 브랜드 평판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스앤노블을 인수할 당시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판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미국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eputation Institute)의 2018년 미국 리테일 순위에서 반스앤노블은 ‘미국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소매업체 1위 업체’로 소개된 바 있다. 지역과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매장의 매니저다. 특히, 총괄 매니저는 직원과 함께 고객에게 브랜드의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총괄 매니저는 모든 고객 접점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하다. 브랜드가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것은 총괄 매니저의 책임이다. 제임스 던트가 매장의 운영 자율권을 총괄 매니저에게 위임한 것은 반스앤노블이 가진 브랜드 평판을 과거보다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평판은 과거 성과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다. 브랜드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그 과거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제임스 던트에게 중요한 문제는 반스앤노블이 과거에 무엇을 성취한 것보다는 과거의 성과가 브랜드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즉, 반스앤노블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명성에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명성을 수익성 있고 지속적인 미래로 가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에 따라 개별 매장에 집중하면서 지역별로 반스앤노블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모든 직원이 고객의 마음속에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반스앤노블의 브랜드 약속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일은 모든 매장에서 매일 모든 고객에게 관련성 있고 차별화되며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나갔다. 그는 기술을 사용하여 온라인 프로모션을 개인화하고 오프라인 서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과 달리, 책을 구매할 때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접촉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온라인 세계에선 찾을 수 없는 우연한 마주침(serendipity)이라는 경험이다. 서점은 독자뿐만 아니라 유명 작가를 제외한 모든 작가와 모든 규모의 에이전트 및 출판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반스앤노블의 모든 책을 통해 의미 있는 만남이 매일 일어나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멤버십 강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다

반스앤노블은 이제 멤버십 프로그램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시 할인 혜택만 있었던 연회비 25달러의 멤버십은 40달러의 신규 멤버십으로 교체하면서 온라인 구매도 포함한다. 가입 회원에게는 구입액의 10% 할인, 최소 금액의 기준 없이 무료 배송, 토트백 제공, 서점 내 카페에서 사이즈업(size-up) 혜택 등을 제공한다. 고객이 10달러를 쓸 때마다 가상 스탬프를 적립할 수 있는 하위 등급의 멤버십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스탬프를 10개 모르면 5달러의 스토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제임스 던트는 기존 멤버십 프로그램 회원인 550만 명 중 최소 75%가 새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40달러 요금제에 신규 고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연말에도 전체 유료 회원 수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스앤노블은 이번 멤버십 프로그램 확장을 통해 고객이 무엇을 읽는지부터 언제, 얼마나 상품을 구매하는 지 등 고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미 월마트, 베스트바이,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대형 유통 기업들은 자사의 트래픽과 매출을 늘리기 위해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반스앤노블도 맞춤형 상품 추천과 진열 방식의 변화 등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고객 마케팅에 집중적인 투자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결정으로 보인다.


반스앤노블은 책과 독서라는 본질에 집중해서 턴어라운드(Turnaround)에 성공했다. 매장은 제품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간단하면서 어려운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다. 제임스 던트는 “아마존부터 동네 서점까지 모든 종류의 서점이 실제로 전체 도서 구매를 늘릴 수 있다. 사업 성공의 열쇠는 서점이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서점업계 내 상생의 중요성과 함께 차별화된 독자 가치를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여전히 일반도서 판매량 가운데 아마존의 점유율이 절반 수준에 있을 정도로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반스앤노블의 행보는 오프라인의 희망이 되었다. ‘아마존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시대와 결별하고, 회사의 새로운 주인과 전문 경영인을 통해 업의 본질에 집중한 점은 결국 독자들의 마음을 얻게 된 결정적인 선택이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오프라인 서점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큰 반전을 만든 반스앤노블과 제임스 던트 대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참고자료

- Barnes & Noble's New Boss Tries to Save the Chain—and Traditional Bookselling, The Wall Street Journal, 2020.12.5.

- Barnes & Noble is stealing the indie shop playbook, and it&s working, FAST COMPANY, 2023.2.28.

- How Barnes & Noble CEO rescued the bookstore chain, AXIOS,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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