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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Jan 24. 2021

그 외국인의 첫 소주: 어릴 때 실수로 마신 일화

한국 생활 24년 차 외국인의 일화

내 첫 소주는 어릴 때 일어났다. 그 당시 나는 2살, 한국 나이로 3살이었다. 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술을 마신 외국인. 아마 눈을 크게 뜨고 '왜? 어쩌다가?'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이야기를 더 재밌게 만들려고 MSG 첨가해서 2살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상황이 일어나서 술을 마신 것도 아니다. 내 첫 소주는 실수 때문에 일어났다.


외국인 아기였던 나는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엄마의 도움을 받고 물을 마셨는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을 마시는 딸을 이상하게 여겼고 딸이 마셨던 물을 살짝 맛을 보더니 그대로 멈칫했다. 흔한 물맛이 아닌 알코올 같은 쓴맛이 입안에 풍겼다. 엄마가 당황하면서 생수병을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물인데 술맛이 났다. 아빠가 생수병을 들고 이웃에게 물었다.


"물맛이 왜 이래요?"


아빠의 질문에 이웃이 한마디를 했다


"그거 소주예요."


부모님은 편의점에서 산 생수병의 정체를 깨닫고 매우 놀랐다. 생수병이 아닌 소주 페트병을 산 것이다. 페트병으로 된 음료라면 모두 생수병이라는 확신에서 일어난 실수였다. 그 당시 엄마와 아빠는 한글을 읽을 줄 몰랐고 한국 생활도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한국 생활이 처음이고 한글을 읽을 줄 몰라서 소주 페트병을 생수병으로 착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가끔 마트나 편의점에 가다가 소주를 보면 소주 사건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때의 기억이 없어서 내가 소주를 마시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으나 그 표정을 상상할 수 있다. 눈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살짝 흔드는 2살 외국인 아기를 떠오르자마자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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