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0년도 아닌 무려 20년 이상이나 살아온 외국인의 삶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도 초등학교 때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교과서를 받았고 중학교 때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피카추 돈가스를 먹었다. 고등학교 때 야간 자율학습, 일명 야자를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 적도 있고 원하는 대학교에 붙었을 때 '나 드디어 살았구나'하고 진심으로 울었다. 한마디로 거의 한국인처럼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삶을 직접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재밌어한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외국인의 삶을 글로 남고 싶었다.
외국인 삶이란?
1. 웃기다. 그냥 웃긴 삶이다.
내 뿌리는 필리핀, 자라온 문화는 한국. 웃기지 않은가. 실제로도 웃긴 일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이태원이나 명동처럼 외국인이 많은 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여기 외국인 많네'라는 발언을 한다. 그럼 옆에 있던 친구가 잠시 생각하더니 "너는?" 하고 피식 웃는다. 오랫동안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기분이 그렇다. 웃기다.
2. 모험이다. 위험하고 재밌는 모험이다.
다양한 해프닝이 담긴 이민 생활 에세이를 읽어보셨는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바가지를 당할 수 있고, 현지 언어를 모를 거라는 확신에 말을 함부로 내뱉는 현지인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외국인을 떠오르면 따라붙는 그 단어, 인종차별. 외국인이 되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인종차별 없는 나라는 없다. 어딜 가도 외국인이라는 사람이 극복해야 하는 위험한 모험 중 하나다. 모험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외국인의 삶이다. 그게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3. 혼란스럽다. 되게 혼란스러운 삶이다.
2살 때부터 한국에 이민 왔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생각을 했다. 내가 밟은 땅이 내 세상과 다르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기에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나는 필리핀 사람인가, 한국 사람인가, 둘 다 아니면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어린 나이에 외국인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시련이다.
이 에세이의 핵심은?
핵심은 세 가지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장소. 내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는 장소를 소개하면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에세이의 목표다. 추억이 담긴 장소를 보여주면서 내 과거와 현재의 정신세계를 소개하는 것이다. 단순히 '한국 좋아요'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 외국인으로서의 삶과 가치관을 에세이를 통해 표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