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응우엔 후에 거리’

10. 전통 음악과 춤, 아오자이 패션쇼 등 수많은 공연 '종합예술공간'

by 류진환


응우웬 후에 거리 사람들 2.jpg 인파로 넘쳐 나는 응우엔 거리 모습. 멀리 호찌민 시청의 모습이 아름답다.

호찌민 ‘응우엔 후에 거리’ 는 늘 사람으로 넘쳐난다. 낭만과 사랑도 넘친다. 호찌민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관광 1번지로서의 명성’만으로 단지 그런 건 아니다. 이곳은 호찌민 시민들의 사랑하는 광장이며, 휴식처고 젊음의 거리다. 주말에는 거리 전체가 작은 축제장이며 무대다. 버스킹 공연에서부터 전통 음악과 춤, 아오자이 패션쇼, 마술과 묘기 등 수많은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연중 이어진다. 마치 종합예술공간 같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잘 몰랐었다. 길을 지나다 보면 툭하면 무대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뚝딱 뚝딱 트러스트를 세우고 조명을 설치한다. 곧 공연이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여기며 지나쳤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일상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호찌민 시민들의 휴식처며, 호찌민을 찾는 350여 만 명의 관광객들을 하나로 어울리게 하는 만남의 광장이며 어울림의 거리라는 것을 알았다.


난 이곳을 지날 때면 항상 ‘낮은 한 개의 눈을 가졌지만 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어라’ 의미의 영국의 시인 윌리엄 부어딜론의 시(詩) 한 구절이 떠오른다. 느낌의 차이는 있지만 낮과 달리 밤에 만나는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와 오페라 하우스 등 옛 건물과 비덱스코, 타임 스퀘어 등 최신식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빌딩에서 그런 의미를 유추해 낸다.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P. Garder 가 설계한 아름다운 고대 유럽 풍 건물의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는 특히 낮과 밤의 매력이 다르다. 낮엔 플루메리아(Plumeria) 나무로 둘러싸인 베트남 국부 엉클 호(호찌민) 동상의 아우라 역을 맡는다. 그래서 다소 남성적이며 근엄하다. 하지만 변신은 무죄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조명의 옷을 입으면 어느새 중성미를 지닌 ‘멋진 연인’으로 변신해 그곳을 찾는 남녀들을 유혹한다. 인민위원회 청사가 여성미 보다 남성미가 조금 더 돋보인다면, 인근의 오페라 하우스는 여성미가 빼어 난다. 외벽에 조각된 천진난만한 아기와 여자 천사 그리고 비너스를 닮은 여인상 때문인가 한다. 그렇지만 밤이 되면 유연한 곡선미를 자랑하며, 은은한 조명의 의상으로 주변을 휘감는다. 낮의 새침함을 잊고 성숙한 여인으로 익어 간다.


응우엔 후에 거리를 더욱 낭만이 넘치게 하는 것은 길을 감싸고 있는 다양한 상점들과 카페, 음식점이 즐비한 동커이 거리와 고층 빌딩들이다. 특히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빌딩들에는 음악과 낭만이 넘친다. 비덱스코 52층과 타임스퀘어의 바는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귀에 익숙한 팝송과 톡 쏘는 베트남의 사이공 맥주 그리고 사이공 강과 조명으로 수를 놓은 아름다운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아마도 이곳을 한 번 이상 와본 관광객들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경관이다. 그리고 호찌민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내게 항상 한국에 둔 아내와 함께 갔으면 하고 늘 생각하는 랙스 호텔의 루프탑도 밤의 향취를 느끼기에 무척 좋다.


거리공연 1.jpg 응우엔 후에 거리 공연 모습. 이곳에선 밤이면 늘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진다.

아오자이 패션쇼을 보기 위해 귀찮음도 무릅쓰고 저녁 늦게 택시를 타고 응우엔 후에 거리로 나설쓸 때였다. 기대를 갖고 도착한 즈음.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베트남 친구가 토요일을 일요일로 착각한 까닭이었다. 아오자이를 입고 걷는 모델들의 아름다운 몸짓과 옷의 맵시를 보고 싶었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대신 그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쏟아지는 분수 사이를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즐거워하는 가족들과 손을 잡고 거리의 낭만을 즐기는 연인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관광객들은 물론 버스킹 공연으로 즐거움을 주는 한 무리의 청년들까지….


이날 밤 나는 응우엔 후에 거리에 서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과 하나가 됨을 느꼈다. 그리고 오는 11월 수많은 세계인들과 한국 그리고 경상북도를 하나로 만들어 줄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무대를 밤늦도록 거닐었다. 비덱스코와 타임스퀘어 사이엔 둥글고 큰 보름달도 떠올라 거리를 더욱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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