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호찌민 시청, 오페라 하우스, 노트르담 성당 등 이어진 레주언 길
호찌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궁금했다. 이곳에 온 초창기에는 관용차가 없어 택시를 주로 이용하고, 근처는 주로 걸어 다녔다. 호찌민 시청과 응우웬 후에 거리, 대외협력국, 다이아몬드 호텔, 경상북도 호찌민 통상사무소, 사이공 스퀘어, 오페라 하우스 등 주요 업무처가 사무실과 도보로 20여분 이내 있는 것도 걷는 이유가 됐다. 처음엔 베트남인들도 거의 걷지 않을 만큼 더운 날씨 아래, 오토바이 매연이 짙은 길을 걷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됐다. 하지만 한 번 걷고, 두 번 걷다 보니 점차 익숙해 졌다. 그러면서 문득 호찌민에서 아름다운 길은 어디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호찌민은 지금부터 대략 150여 년 전인 1859년 이래 식민지 기간 동안, 프랑스 인들에 의해 상당수 건물이 지어졌다. 서양 건축 양식을 반영한 당시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남아, 지금 호찌민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주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건물은 호찌민 현대사의 상징인 통일궁. 그리고 그 통일궁 앞길이 내가 생각하는 호찌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내게는 다른이들이 말하는 사이공 강변길과 국영은행 옆 강에 놓여 있는 ‘미라보 다리’를 닮은 길보다 더 아름답다.
통일궁은 1868년 프랑스 식민지 정부가 인도차이나 전체를 통치하기 위해 지은 옅은 노란색의 아름다운 건물이다. 베트남어로 호이쯔엉통녓(Hoi Truong Thong Nhat)이라고 불린다. 총 6층으로 된 건물은 1962년 월맹군 폭격으로 파괴된 후 개축을 거쳤지만, 처음의 양식을 유지했다고 한다. 내부에 대통령 집무실, 큰 회의실, 내각 국무회의실, 외국 국빈 접견실 등이 있다. 지하 벙커엔 베트남 전쟁 당시 종합상황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통일궁 3층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유연한 몸매로 물줄기를 뿜어내는 대형 분수 너머로 큰 길이 쭉 뻗어 있다. 아름드리 가로수가 숲을 이룬다. 한 폭의 그림 같다. 더욱이 통일궁 주변의 멀지 않은 거리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의 유적들이 늘 사람들을 반긴다. 많은 관광객들에게 길을 걷게 하면서.
그 중 첫 번째가 베트남 남부해방의 날을 기념하는 4.30 공원 옆에 두 개의 첨탑을 가진 우린 눈에 익숙한 성당이 있다. 프랑스어로 ‘성모마리아’라는 의미를 지닌 노트르담 성당이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비슷한 두 개의 첨탑과 프랑스에서 공수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당은 고풍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절로 간다.
고개들 좌측으로 돌리면 노란 색의 서양식 건물의 중앙우체국이 보인다. 두 건물 사이에 서면 마치 유럽 한 가운데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중앙 우체국은 파리 에펠탑을 디자인 한 귀스타브 에펠의 작품이라고 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그 고즈넉한 모습에 난 항상 유치환의 시 ‘행복’이 생각난다. 이곳에는 여전히 우편업무와 외환 업무를 보고 있으며,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낡은 전화 부스와 함께 고지도 그리고 각국의 시간을 알리는 시계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1층 중앙과 2층에 관광객을 위한 매점도 자리한다. 여기서 발길을 조금 분주하게 놀리면, 꼭대기에 천사상이 조각되어 있는 매우 여성스러운 건물 오페라 하우스가 근처에 있다. 호찌민의 상징이며 젊음이 넘치는 ‘응우웬 후에 거리’의 멋진 남성적인 건물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시청사)와 베트남 국부 호찌민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통일궁 앞길을 따라 걸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각한다, 승자와 패자의 길을. 큰 길과 작은 길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하며 하나로 연결된 이 길의 이름은 ‘레 주언 길’. 1976년 통일 베트남 공산당 초대 서기장 레 주언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레 주언은 베트남의 위대한 지도자 호찌민이 죽은 다음, 북베트남의 제1당서기로 취임했다. 이후 그는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그 공로로 영광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길의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이에 반해 통일궁은 패망한 남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즈엉반민(Duong Van Minh)이 대통령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북베트남의 탱크가 진입하면서 패망한 월남의 즈엉반민은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사진으로 그 궁 안에 남아 있다.
길은 길로서 이어지고, 길은 길로서 만난다. 역사도 그렇다. 그리고 난 오늘도 그 길 위에 서있다. 아름다운 길과 뒷면에 깃든 승자와 패자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