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와 행보의 시간.

by 류온


시간은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 걸까?

어릴 땐,

내 발 아래에서부터 위로 흐르다가,

그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 있는 듯하다.


언젠가부터

내 시간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이르게.


언제부터 나를 짓누르며 괴롭혔던가.

중학교 때, 나는 왜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내가 나라는 존재를 인식했을 때,

내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 시간은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위로 흐르던 시간은

어느 순간 유턴해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아래로.



이 삶이 힘들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빨리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빨리 독립해야겠다.

여길 벗어나야겠다.

이런 생각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반면,

나를 짓누르는 건, 고된 시간들.


내가 시간으로부터 도망치려 발버둥 칠수록,

시간은

나의 모든 바람을 보란 듯이 짓밟아버리는 듯했다.

너의 바람대로는 절대 되지 않을 거란 절망을 안겨주듯.


시간은 그렇게

내 온몸을 짓누르며

느리게 느리게 흘렀다.



나는 실제로 그즈음부터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어깨에 올라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땐 매일 아팠고,

몇 년을 버티다 심해져서 스무 살 넘어 관절경 수술을 받았지만,

정말 병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웠고,

낫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고된 농사일.

그 삶의 고됨이 실제로 나를 짓눌렀던 건지,

심리적인 건지 알 수 없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어깨는 아프지만,


지금의 시간은,

활기가 생겨 가벼운 걸음은 옮기고 있는 듯하다.


시간도 소진되어 가면서

점점 가벼워지기 때문일까.

그 소진은.. 죽음이겠지.


죽음으로 가는 길이

가벼운 이유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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