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향한 것인가?

by 류온


나는,

일할 때 예민하다.


여러 번 확인작업을 하며 완벽하게 해냈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머리가 없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나는 그 감정을 당연하다 여겼다.

여긴 배우러 오는 학교가 아닌,

급여를 받는 회사이기에

일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다.


그렇게 일을 못하는 사람과 여러 번 마찰이 있었다.


그리고

사회복지기관에 입사했을 때,

감정을 돌보는 건 잘하지만

행정은 여러 번 알려줘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 날 선 눈빛과 냉랭한 말들이 날아갔다.

짜증과 화로 뒤덮인 시기였다.


사회복지경력 10년쯤 된 그 사람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그런데, 왜 항상 화가 나 있어요?"


머리와 심장이 퉁.

시간이 잠시 멈춘 느낌.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생각했다.


나는 왜 항상 화가 나 있을까?

정말 그 사람에게 화가 나 있는 게 맞는 걸까?


묻고, 또 묻던 오랜 생각 끝에 깨달았다.

나는 나에게 화가 나 있었다.


짜증과 화는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된 것이었고,

나도 모르는 불안이

내 몸 깊숙한 곳 어딘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래서 여러 번 확인하며, 완벽을 추구했고,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허술함은 내 안의 불안을 자극했다.


부당함과 불합리를 참아내지 못함도,

총대를 메고 앞장서서 그것을 바꾸려는 무모한 행동들도.

어리고 무기력했던 내가

현실의 벽 앞에 무릎 꿇려,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했고,

꿈 없이 살며

여러 번 무너졌기에.

존재를 부정당했기에.


어른이 된 나는,

그때의 무기력을 더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넘어지지 않도록,

무릎 꿇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내가 체득한 생존방식이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화를 냈고

불안을 확인하기 않기 위해, 완벽을 추구했다.

나를 무너뜨릴, 주저앉힐

그 불안한 상황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기어코

맞서 싸워 변화시켜 냈던 것이다.


다시는,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을 잃은 채, 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은 내 안에 꽁꽁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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