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의 나,날들.

by 류온

1

태풍이 올 때마다

나는 바다 앞에 서 있었다. 우두커니.


아무 생각 없이, 온몸을 맡긴 듯.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쿵쾅대는 심장소리만이 존재하는 듯,

고요했다.

태풍 앞에서 나는 정말 고요했던 걸까?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정보도.

모든 것들이 흘러넘치는 시대.

그 속에 살고 있는 나는,

왜 내 감정을 넘치지 못하도록 가두고 있었을까.


나라는 감옥에 가둔 채,

방치, 방관이라는 학대를 당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나의 감정은 왜 흐르지 못하고,

내 안에서만 휘몰아치며 요동치고 있는 걸까?


나가고 싶단 요동. 발악. 발버둥.

수없이 몸부림치고 있었는데,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나는 태풍 앞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거센 바람.

힘차게 부서지는 파도만을 응시한 채.

나는

그저 바람에 휘청이고 있을 뿐이었다.



2

집어삼킬 듯 요동치는 바다를.

더 요동치라며 응원하는 내 마음을.

왜 그런 응원을 했는지, 몰랐다.

내 감정투사였을까.

대리만족이었을까.



3

태풍주의보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광안리로 달려 나갔다.

나는 왜 그곳에 서 있었을까.


모든 걸 맞고 싶은. 맞아내고 싶은 마음.

그게 내 감정에 맞서 싸우고자. 맞서고자 했던 진짜 내 마음이었나.


내 안에 요동치는, 꿈틀대는 그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살아가보라고.


썩어가는, 곪아가는 것들을

다 토해내고,

다 부숴버리고,

진정 니 삶을 살라는,


희망의. 요동이었네.

희망의 휘몰아침이었던 걸,

이제야 알았네.


본능이 이끌던 그 태풍 속.

본능은 계속 내게 말을 걸어줬었네.

다 부서져도 좋다고.

거세게 휘몰아치며

다 토해내라고.


그래야 네가 살아갈 수 있다고,


나는,

그땐 몰랐지.

내가 왜 그곳에 가서.

그 태풍을 보고 서 있어야만 했는지.


두근 대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던 건,

신발을 신을 때 쿵쾅대는 내 심장을 느끼던 건.

내 삶의 희망이었네.

아픔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라는, 희망.



4

태풍이 오는 날,

나는 또 바다 앞에 서 있었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 앞에,

방파제에 부딪혀

온 힘을 다해 부서지는 파도결 앞에,


버티고 서있는 내내,

희열 같은 걸 느꼈다.


나는 왜

곳에 서있는 걸 좋아했을까,

나는 몰랐다.


태풍만큼 휘몰아치는

내 안의 감정들이

이리도 깊고, 짙은 줄도 모른 채.

살았다.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살기 위해선

온 힘을 다해 휘몰아쳐,

부서져야 한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을

토해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자주 바다 앞에 서 있었다.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람 앞에,

거세게 부서지는 파도 앞에,

그것이 내 안에 모습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종종. 자주.




이제서야,

흘러내 본다.


살아내야 하니까.





2018.7.3 . 태풍 쁘라삐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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