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 거기 흘려보내두고.

by 류온


나는 누구보다 그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는 그와,
내가 알고 느끼던 그가 달랐다.

그래서
머릿속 엉킨 생각들은

그를 향해 달려가던 내 마음을

자꾸만 넘어트렸다.


나는 따듯함에 약한 존재다.

따듯함이 몸에 밴 그는
모든 사람에게 그 온기를 나눴다.

누군가 나를 비판하며 욕할 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해 주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조언해 주는 사람.

툭 던진 한마디에도
말이 너무 잘 통해, 소울메이트 같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면, 덩달아 좋아지고.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니.

보면 또 보고 싶고,

보고 오면 더 그립고

그리움 안고 며칠 지내다 보면,

그리움은 스며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되어

무뎌졌다가,

또 보고 나면 보고 싶고 그립고. 설레고.


마음이란 아이가

예민하면서도 무디고.

곧잘 적응했다가

때론 떠돌기도 했다가.

나그네 같네.





그렇게 떠도는 마음.
처음으로 붙잡아, 끌어 앉혀보았다.
나를 똑똑히 보라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의 사랑을 전하는

그런일을.

처음,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홀로 삼키지 않고, 용기 내어 말을 했다.

예상치 못한 말이 돌아왔다.

"나도 동생으로 좋아해.

내 생각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생각을 존종해달라...

그래.

나는 그를 존중한다.

그것을 그도 알기에,

그 말로 나를 묶어버린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생각은? 나의 감정은, 존중받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절.
나는 그 대답의 혼란에 깊이 빠져있었다.
그 말을 매일 곱씹어보며,
나는
마음을 엉켜 붙게 만든, 많은 생각 속에 살았다.
생각들이 잦아들면, 엉킨 마음도 풀어낼 수 있을까.

무엇도 답을 내릴 수 없었고,
나의 혼란 속에
우린 무엇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렸다.




아무것도아니기에아무것도할수없고
아무것도할수없기에아무것도아닌.나를.
아무것도아닐수밖에없는이상황을
어찌아무렇지않게표현할수있을까
어찌아무렇지않은것이되게할수있을까

아무런 생각만 가득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날들이 흐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낀
나의 무기력.
다시 맞이한 그. 무기력은.
나를 좌절시키고야 말았다.




이젠 어떡해야 할까..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야 서로에게 득이 되는 걸까.
내겐 상처지만
그를 위한 선택을 해줘야 하나.

한 번쯤.
내 인생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었는데..
인생은 녹록지 않다.
안 그러면 인생이 아니겠지.


긴 인생의 일부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여본다.
상처 안 받은척해도 받은 건 어쩔 수 없으니.




온 힘을 다해 잊는 중인 건가.
온 힘을 다해 기다리는 중인 건가.
나.

진짜 나는.






그가 했던 말.

참 많이 생각해 봤다.


떠올릴 때마다,

애틋하던

말랑말랑하던 감정이 증발.

깊은 고뇌로 인한 연소 반응.


별 볼 일 없이 쪼그라든
이성만 남았네.

푸석푸석
바스락바스락
만지면 으스러져버리는.

휘 부는 바람에 쓸려가 버렸네.
어디로 흩어져버린 걸까.


말랑포근하던 감정.


생각을 지배하는 이성이란 녀석이
다 먹어치워 버린 걸까.

의미없다.
그 무엇도.

작은 바람에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바스러진
메마른 낙엽 같은.
(내 마음, 내 용기.)






마음을 나눈 사람.
힘들 때, 고민 있을 때.
내 생각을
내 감정을
내 마음을
나눴던 사람이라는 게,
가장 그를 접을 수 없게 했다.


내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준 사람.
또다시 나를 주저앉히는 말을 했던, 그가.
바로,
날 일어서게 한 사람이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또다시 나의 발목을 마음을 묶어버리는 말로
날 주저앉히는 날이 올지라도.
난, 이 순간 최선을 다해보기로.






그 마음은
그냥
거기 놔두고.


그냥

하던 일해.

그러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기.





사람은 내 생각 같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다.







(+)
2018~19년 남겨놓은 글들 중 일부이다.

그때의 마음을 남겨두기 위해

최대한 원문 그대로 옮겨본다.


사람,

그 마음이 쌍방으로 흐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상처가 된 사람.

쓰고 싶지 않은,

쓰지 않으려 했던 사람.

하지만 쓸 수밖에 없는 사람.


사람을 다시 마주해 보니,

어쩌면 쌍방으로 흐르지 않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흐르는 방향이 달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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