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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Jun 06. 2019

프롤로그. 한 달 안식휴가, 무엇을 할까?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길

내가 다니는 회사는 만 3년을 일하면 한 달의 유급 안식휴가를 준다. 어느새 만 3년을 이곳에서 일했고 나에게 안식휴가가 생겼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할까?’



이 고민을 꽤 오래 했다. 일하는 3년 내내 이 고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생기지 않는 소중한 기회이기에 성공적인 한 달 휴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휴가를 위해 나만의 조건을 만들었다.





<성공적인 한 달 휴가를 위한 나의 조건>


1.     해외로 떠난다 

일단 한국을 벗어나야 한다. 어영부영 주말 보내듯 한 달을 보낼 수는 없다. 또, 괜히 한국에 있으면 회사에서 연락 올지도 모른다. 연락이 잘 안 되는 먼 곳으로 떠나야 한다.


2.     언제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안 된다

일본, 홍콩, 대만 등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은 평소에 가는 것으로 한다. 한 달이라는 연속적이고 긴 시간은 아무 때나 생기지 않는다!


3.     돈이 많이 드는 곳은 안 된다 

왜냐면 돈이 별로 없기 때문 ^^


4.     혼자 가도 좋은 곳

혼자 가도 안전하고, 혼자 가도 심심하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 한 달 동안 같이 갈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한 달 동안 누구랑 같이 있는 게 더 피곤하다.


5.     의미 있는 곳

이왕이면 의미까지 있으면 좋으니까 ^^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남미였다. 남미는 절대 짧게 다녀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유니 소금사막, 마추픽추, 파타고니아 등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싸다는 게 문제였다. 또 혼자 다니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가족들의 걱정에 접었다. 나도 남미에 혼자 가기는 겁이 났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일출을 배경으로 요가

두 번째 후보는 발리였다. 일을 시작하고부터 꾸준히 요가를 해왔다 퇴근한 뒤에도 마음이 답답하고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확실히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렇게 요가의 매력에 빠져 요가 지도사 자격증도 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리에서 휴양을 하며 요가를 배우고 싶었다. 요가의 본고장은 인도지만 인도는 워낙 위험하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서 대안으로 발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혼자서 발리에 가면 너무 외롭고 심심할 것 같았다. 발리는 신혼여행지니까…



세 번째는 네팔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도 가고 싶었다. 그런데 히말라야 트레킹은 7박 9일 일정으로 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굳이 한 달 휴가 때 가지 않고 연차를 사용해서 가도 될 것 같았다.




꼭 한 달이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한 달 동안 마냥 노는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나의 고민은 깊어갔다.


그러다가 성당 신부님과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양화대교 한가운데서. 성당 사람들과 선유도에 소풍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함께 온 다른 사람은 주차해놓은 차를 가지고 오겠다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괜히 뻘쭘해진 나는 아무말 대잔치를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막 하다가 한 달 휴가가 생겼는데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지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신부님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추천했다. 순례길은 숙박비가 저렴해 돈이 많이 안 들고, 혼자서 가도 안전할 뿐 아니라고 대부분 혼자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으며, 순례길을 완주하려면 최소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 곳이라고 했다. 게다가 요즘 나는 성당도 열심히 다니고, 신앙심도 뿜뿜하는 중이었기에 의미도 있었다.


“순례길 걷는 거 힘들지 않을까요?”



내가 걱정하니 신부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짐을 오늘 도착할 숙소로 먼저 보내는 서비스도 있고, 중간에 버스나 택시를 탈 수도 있고, 아침 시원할 때만 걸으면 되고 점심쯤 오늘 머물 마을에 도착하면 오후엔 마을에서 관광도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적극 추천해주셨다.


그 얘기를 듣고 완전 산티아고 순례길로 꽂혔다. 집에 오자마자 산티아고 관련 책을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 '남자 찾아 산티아고'


‘남자 찾아 산티아고’


아니?! 산티아고에 남자도 있단 말이야?!!! 더 가고 싶어졌다. 당장 도서관에 가서 책을 후딱 읽어보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그렇다. 한국에서 안 생기는 사람은 외국 나가서도 안 생긴다. 그래도 나는 더욱 산티아고 순례길에 사로 잡혀버렸다. 그래서 항공권까지 순식간에 질러버렸다!!


그렇게 스물아홉의 나는 산티아고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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