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걷기 5일차 _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테야(Estella) : 21km
오랜만에 정말 푹 잤다. 코 고는 소리가 없으니 이렇게 잘 자는구나 싶었다.
오늘은 초반에 신신와 함께 걸었다. 취미가 로드바이크인데 한국의 해파랑길을 추천해주셨다. 남자친구와 꼭 가야지 생각했다(현실은...ㅜㅜ). 또 신신 씨는 영어를 아주 잘한다. 나도 한국에 가면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까먹는다 하더라도 일단 배워놓으면 언젠가 써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말이다! (현실은 돌아와서 영어 공부 1도 안 함.. ㅜㅜ)
오늘은 그늘이 많이 없는 길을 걸었다. 그런데 다행히 구름이 많아 걷기 수월했다. 구름이 많지만 또 비는 안 내렸다. 감사하게 생각했다.
오늘 머물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는 국립 알베르게에 머물지 않고 '카푸치노'라는 이름의 사립 알베르게에 왔다. 작은 성당에 붙어있는 건물을 개조한 곳이었다. 시설이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4인실이 없어서 실망했다. 4인실 방에서 오늘도 코 고는 소리에 시달리지 않고 조용히 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4인실을 예약한 사람이 인터넷으로 방을 취소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 방을 쓸 수 있었다. 직원하고 우리하고 진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너무 신기해했다. 한국 여자 4명이 한 방을 쓰니 짐 도난도 걱정 없고 코 고는 사람도 없어서 너무 좋다.
재재 언니가 무겁게 짊어지고 온 짜파게티와 라면을 늦은 점심으로 끓여 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짜파게티 절대 안 먹는데 여기서 먹으니까 이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싶었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큰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와우! 놀랍게도 파울라너가 1유로였다. 약 1400원!!!
우리나라 맥주집 가면 한 잔에 막 7~8천원하는 그것이 여기서 1유로.
이 가격을 보고 안 살 수가 없어서 한 병 사서 마셨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 방에 들어왔는데 또 우울한 기분이 스물스물~~
내가 이 길을 왜 걷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국에서 있는 게 더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는 거지? 군대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지내며 왜 걸어 다니는 거지?! 스스로 납득이 안됐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같은 방 사람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틀었다. 맘마미아 2 ost, 김동률의 출발, god의 길 등. 그래도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길 god
Q.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첫째 국립 알베르게를 이용한다. 국립 알베르게는 사설 알베르게 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통 1박에 5~10유로이다. 사설은 1박에 10~20유로.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 방을 쓰다 보니 사설 알베르게에 비해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러나 무조건 사설 알베르게가 국립 알베르게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 매우 시설이 좋은 국립 알베르게도 있다.
두 번째는 마트를 애용하는 것! 순례길 중간에 먹을 간식을 미리 전날 마트에서 사면 훨씬 알뜰하게 생활할 수 있다. 스페인 마트에서 파는 과일과 빵은 매우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