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래블 Jul 13. 2019

9. 산티아고 순례길,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에스테야 (Estella) ▶ 산솔(Sansol) : 28km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


에스테야에서 출발해 걷다 보면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만날 수 있다. 와인 회사에서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와인이다.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순례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그냥 벽에서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



그리고 그 근처에는 대장간이 있다. 주인이 직접 철, 구리 등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산티아고를 걷다 보면 사고 싶은 기념품이 많은데 다 짐이 되니깐 잘 사지 못한다. 고민고민하다가 목걸이 하나를 샀다. 목걸이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란 마음으로. 잘 산 것 같다. 한국에 와서는 여기서 산 목걸이를 꼭 산티아고에 가고 싶어 하는 이모에게 선물로 드렸다.       


   

대장간과 직접 만든 제품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 다행이다.


걸음이 빠른 신신 씨는 미리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오후가 되면 기운이 빠져 걷는 속도가 더욱 느려진다. 느릿느릿 걸으며 아롱 언니와 재재 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고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이때 했던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난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산책을 좋아하고,

요가를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성서모임을 좋아하고,

성당에서 바이올린 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고,

홍대를 좋아하고,

맛집을 좋아하고,

가족, 점심 산책 맴버를 좋아한다. 



나는 나의 일상을 참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일상에서 벗어난 이 여행이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오늘 마음 같아서는 항공권 변경해서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벌써 일주일이나 걸었는데!! 조금 더 걷다 보면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조금 달라 보이지 않을까 싶어 참았다. ㅜㅜ     





오늘의 깨달음은 남의 의견에 따라가지 말자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 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게으름 피우고,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가 남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 놓고 선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남 탓을 해봤자 소용없다.     



제발 저기 보이는 도시가 오늘 머물 산솔이길 바라며 걸었다.




알베르게 대신 스페인 민박집 '카사루랄 (Casa Rural)'


오늘은 기존 일정보다 7km를 더 걸어 산솔이라는 마을에서 묵게 되었다. 우리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민박집(까사룰라 Casa Rural)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다. 너무 예뻤다. 산티아고를 걸으며 알베르게뿐 아니라 민박집에서도 한 번 자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게 되어 참 좋다.





산솔에서 머문 민박집 Casa Rural


 

오늘은 일요일. 첫날 빼고는 일주일 동안 미사를 드리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순례길 내내 매일 저녁 미사를 드린다고도 하던데 나는 일요일에도 성당에 못 갔다. 내 노력이 부족한 거라 생각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TIP


Q. 순례길 걷는 동안 알베르게 말고 다른 숙박 시설이 있나요?

마을마다 다르지만 알베르게 말고도 호텔이나 Casa Rural이라는 숙박시설이 있다. 알베르게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 몸 컨디션이 안 좋은 순례자들이 하루 제대로 쉬기 위해 혹은 여유가 있는 순례자들이 이용한다. Casa Rural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숙박시설로 농가민박이라고도 부른다. 스페인 실제 가정집에서 자보는 것 같은 느낌의 특별한 체험을 해볼 수 있으며 예약은 북킹닷컴 등 일반적인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