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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Jan 13. 2024

나만의 저녁 루틴 만들기 (feat. 미라클나잇)

나는 지금 여기서 편안해지기로 결심했다.

결혼 후 약 1년 동안 나의 저녁 생활 패턴은 이러했다.


~ 7:30 집 도착 및 간단히 씻기

~ 8:15 저녁 식사 및 치우기

~ 9:00 산책 또는 장보기

~ 10:00 샤워 후 머리 말리기 (빨래 등 집안일 조금)

~ 11:00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다가 잠들기


그야말로 집에 가서 밥 먹고 씻고 뭐 좀 하면 잘 시간이었다.

야근을 안 하는데도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밥을 직접 해먹다 보니 저녁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저녁을 안 먹을 수도 없고, 머리 말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머리를 싹뚝 자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는 시간을 줄이기도 싫었다. 남편하고 같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면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 나름 소소한 힐링타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했다.

집에 와서 쉬어도 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은 늘 무거웠다. 다음날 출근할 생각을 하면 끝없는 쳇바퀴에 빠진 것처럼 무기력해지고 마음이 답답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바꾸기로 했다. 바로 침대에서 핸드폰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


핸드폰으로 재밌는 영상을 보기도 했지만, 자극적이고, 말만 들어도 피곤해지는 콘텐츠 소비도 많이 했다. 블랙박스 영상, 범죄 뉴스, 저출산 뉴스, 남녀 또는 세대간 갈등 콘텐츠 등. 이런 것들 때문에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게 쌓여갔던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아예 안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지키기 힘든 목표같았다. 그래서 기존에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하는 시간이 1시간이었다면 절반인 30분으로 줄였다. 30분만 해도 충분했다. 그럼 남는 30분은 뭐하는데 쓸 것인가.


스트레칭, 명상, 감사일기를 쓰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미라클 모닝’의 저자는 아침 1시간을 명상, 운동, 독서, 확언, 시각화, 일기 쓰기 등을 하는데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감명을 받은 나도 이 책을 읽고 따라 해봤는데 나와 맞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다. 미라클 모닝은 나와 맞지 않았지만, 미라클 나잇으로 새롭게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1시간은 너무 거창하니 30분만이라도!


저녁요가 20분,

명상 5분,

감사일기 5분.


총 30분을 휴대폰 대신에 10시부터 10시 반까지 실행하기로 했다.


작은 방 방문을 닫고 조명을 은은하게 켰다.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유튜브를 보며 저녁 요가를 했다. 영상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 잡 생각은 사라졌다. 쉬운 동작으로 딱 20분만 하자라고 생각하니 시작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요가 20분을 마친 뒤엔 거친 숨을 고르며, 사바아사나 동작 겸 명상을 5분간 했다. 가만히 누워 숨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또 이 생각, 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싱잉볼 소리에 맞춰 다시 코 끝에 감각을 집중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매우 차분해져 있었다. 요가를 시작할 시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요가, 명상을 마치면 바로 차분한 마음 그대로 화장대에 앉아 일기를 썼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 나의 감정이 어떤지 나열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그날 감사한 일들에 대해 썼다. 마음이 차분해진 상태에서 하니 감사한 일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그래도 정시퇴근하는 날이 많은 것,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한 것,

취업난에 물가가 오르지만 일자리가 있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사소하지만 인생에 매우 중요한 것들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했다.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방문 하나 닫았을 뿐인데 오늘과 내일 사이에 벽이 생겼다. 그리고 하루를 매듭짓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작은 차이였는데 침대에 누울 때 기분은 훨씬 가벼웠다. 내일의 걱정과 하룻동안 쌓인 피로가 집까지는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파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하루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내일도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심이 생겼고, 불필요한 걱정이 줄었다. 약속 등으로 저녁루틴을 빼먹은 날과 기분이 비교했을 때도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주째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다.

1년 동안 꾸준히 유지할 나만의 미라클 나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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