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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Aug 21. 2019

13. 산티아고 순례길, 알베르게에서 무엇을 해 먹을까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걷기 10일 차 _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자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 ▶ 벨로라도 (Belorado) : 22km



다시 아침


잠을 잘 못 잤다. 그냥 잘 못 잤다. 16인실 방 2층 침대에서 잤기 때문일까? 그래도 아침에 눈을 떠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나갈 준비를 한 후였다. 7시쯤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아직도 깜깜했다. 어떤 여자가 앞서가길래 뒤를 따랐다. 그 여자만 믿고 깜깜한 밤을 걸었다. 그러다가 같이 걷게 되었다. 독일에서 온 여자로 이름은 메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앞으로 뭐하며 살지 고민하는 중에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굉장히 밝은 소녀였다. 



오늘도 아름다운 일출



bar를 만나는 기쁨


걷다 보니 첫 bar가 금방 나왔다. 마을 입구에 간이 형식으로 bar를 차리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오렌지 주스와 크로와상을 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다음 마을까지도 금방 걸었다. 오늘은 중간중간 마을이 많이 있어 걷기 쉬운 느낌이었다. 확실히 중간에 bar에 들려 쉬면 몸이 한결 편하다. 두 번째 들린 마을에서도 bar에 들렸다. bar에 들어가 카페콘레체와 머핀을 시켰다.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아 참으려고 했는데 아침에 안 마셨더니 허전하고 너무 아쉽다. 대신 커피는 조금 넣고, 우유를 많이 달라고 부탁했다. 맛은 아주 흡족~     

bar에서 먹은 커피와 머핀



조조님과 호호님


오늘은 조조님과 함께 걸었다. 엄마보다 4~5살 정도 어리신 것 같다. 워낙 활발한 성격이라 같이 다니며 나도 덩달아 많은 사람들과 인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워낙 좋아하시고 잘 즐기고 계셔서 나도 옆에서 점점 즐길 수 있게 된다.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느낌이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마을에 도착해서 호호님이 알려주신 알베르게로 갔다. 먼저 마을에 도착하셔서 나와 조조님 자리를 예약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씻고 함께 마을 언덕에 올라가 마을 경치도 한 번 구경하고, 마트에 가서 오늘 먹을 저녁거리도 샀다. 오늘은 감바스를 해 먹기로 했다. 올리브유, 냉동 새우, 바게트, 마늘, 와인 등을 사서 알베르게로 갔다.  


벨로라도 전경이 보이는 마을 언덕



알베르게에서 요리해 먹기


알베르게 주방에서 마늘을 까는데 냄새가 심해서 외국인들이 한 마디씩 한다. 민망해져서 감바스를 만들어 먹을 거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와서 요리를 하며 요리법을 꽤 배운다. 감바스는 집으로 돌아가서 나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스페인 와인과 함께 감바스, 바게트, 고춧가루에 살짝 볶은 머리고기를 먹는데 너무 행복했다. 오랜만에 너무 맛있게 식사를 한 것 같다. 아까 냄새난다고 뭐라 했던 외국인들도 완성된 요리를 보더니 최고라고 한다. 맛을 본 사람들은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줬다.     


감바스, 바게트, 와인


오두막 같은 집에서 맛있는 요리와 음악, 공간을 가득 채운 따뜻한 온기까지 너무 좋았다. 그리고 테이블 가득 순례자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었다. 타이완 사람과도 얘기를 나누고, 아침에 만난 독일인 메알지와 어제 내 아래층에서 잔 미국 아저씨, 그리고 예쁘게 생긴 브라질인 라우라와도 대화를 나눴다. 타이완 사람과 라우라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침실로 올라왔다. 이제 어느 정도 산티아고에 적응을 한 것 같다.

내일은 e북을 한 번 결제해볼까 한다.     

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TIP


Q. 알베르게 주방 예절

많은 순례자들이 주방을 같이 쓰기 때문에 요리를 한 뒤에 바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프라이팬에 요리를 했으면 요리를 접시에 옮기고, 프라이팬은 바로 닦아놓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그 프라이팬을 사용해서 요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넉넉히 요리하여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것도 좋다. 남은 식재료 중에 오래 보관해서 쓸 수 있는 것(올리브유 등)은 알베르게에 기부해도 좋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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