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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Sep 13. 2019

17. 산티아고 순례길 옷차림은 어떻게?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걷기 14일 차 _ 온타나스(Hontanas) ▶ 보아딜라 델 카미노 (Boadilla del Camino) : 27.3km



아침 출발


이젠 코골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처음에는 코 고는 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잠에서 깨서 뜬 눈으로 밤이 지샜는데 말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베드버그는 다시 만날까 무섭다.


6:30쯤 일어나 아침 7시에 숙소 밖을 나섰다. 별이 보이긴 했지만 날이 흐려서 그런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조조님과 처음엔 같이 출발하였으나 어느새 간격이 벌어졌다. 혼자 깜깜한 밤을 걸었으나 앞뒤로 저 멀리 후레쉬 불빛이 보여 그리 무섭진 않았다. 차츰 날이 밝아지고 어떤 이탈리아 청년과 얘기를 나누며 걷게 되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친절하고 상냥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좋았다.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을 알고 있어서 신기했다.


길을 걷다 만난 성벽.


길에서 만난 순례자와 함께 하늘 사진을 찍으며 오늘 하늘이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다.


점차 밝아지는 세상



멀리 보이는 순례길의 마을



혼자 걷고 싶어


마을 입구에 Bar가 있어서 나는 여기서 아침을 먹을 거라며 길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년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Bar에 들어가니 조조님은 이미 여기에 와계셨다. 조조님이 앉아 계신 테이블에 앉았다. 잠시 뒤 헤어진 청년이 내가 들어온 카페로 도로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조조님과 앉아있는 것을 보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 더 걷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처음 순례길을 걸을 때는 많은 외국인을 사귀고 싶었는데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피곤하고 혼자 걷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탈리아 청년과 함께 아침을 먹고 같이 걸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조조님과 아침을 먹고 자연스럽게 헤어져 혼자 걷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오늘도 역시 카페콘레체를 주문하고, 빵은 크로와상을 먹었다. Bar가 아주 예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어 마음에 들었다. 여기 이후에 두 번째로 들른 Bar는 조명이 어둡고 지저분한 느낌이 들어서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다. 순례길에 있는 Bar라고 다 똑같은 Bar가 아니다. 같은 것도 이렇게 다르다.



사진 많이 찍은 하루


내 스틱을 호호님께 하루 빌려드렸다. 스틱이 없어서인지 손이 자유로워 카메라로 더 많은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가을의 정취가 골목에 가득했다. 카스트로헤리스 (Castrojeriz)라는 마을을 통과하는데 꽤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마을


순례길의 흔한 노란 화살표


앞서 가는 순례자


길에서 만난 강아지




하얀 레이스 커튼이 달린 창과 제라늄


구름이 낮게 깔린 탓인지, 고도가 높은 탓인지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메시타 구간이다. 농작물은 이미 다 수확해서인지 황량하고 사막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10월, 아침, 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알베르게에서 아침에 출발할 때는 추워서 티셔츠, 경량 패딩조끼, 바람막이, 장갑, 모자까지 중무장을 하고 출발한다. 걷다 보면 해가 뜨면서 더워져서 하나씩 벗는데 12시가 넘으면 어느새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있다. 마치 ‘햇님과 바람’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여 숙소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장갑도 끼고, 바람막이도 입고 걸었다.


내가 걸어온 길


황량한 고원 같은 메세타


내가 걸어가야 할 길


360도로 찍어본 황량한 메세타



알베르게 도착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오늘 머무는 알베르게는 최악이었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2층 침대 6개를 그냥 넣어놓은 느낌. 호호님이 마을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를 잡은 것인데.... 시설이 참 열악했다. 로비나 주방이 따로 없고, 세탁기도 없어서 직접 손빨래를 했는데 날씨가 흐려서 내일까지 양말이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저녁은 옆 알베르게에 가서 먹었다. 마을이 워낙 작아서 따로 레스토랑이나 마트도 없었다. 이 마을에 머무는 순례자 대부분이 가장 규모가 큰 알베르게에 모여 저녁을 먹는 듯했다. 10유로에 스프, 고기, 아이스크림이 차례로 나온다. 고기는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비슷하여 먹기 좋았다. 또 맛있는 바게트 빵이 계속 나와서 좋았다. 와인도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이곳에서 직접 만든 것인지 상표나 라벨이 따로 붙어있지 않았다.      


식사 중 내 옆자리에는 프랑스에서 온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는데 영어를 거의 못하셨다. 그래서 손짓, 발짓 바디랭귀지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겨우겨우 뜻이 통해서 아주 재밌었다.


     

이제 산티아고 여행도 절반 이상 흘렀다.      

카페콘레체와 함께 하는 아침은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샤워, 헤어드라이기, 세탁, 건조가 힘든 것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고 힘들다.




산티아고 순례길 TIP


Q. 10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데 어떤 옷차림이 좋은가요?     

     

10월은 일교차가 매우 크다. 아침에는 장갑을 끼고 걸을 정도로 날씨가 쌀쌀하고, 낮에는 내리쬐는 태양에 외국인들은 나시티 하나만 입고 걷기도 한다. 나는 얇은 긴팔 티셔츠 -> 경량 패딩조끼 -> 보온성이 꽤 있는 바람막이를 입고 다니며 추울 땐 입고, 더울 땐 벗었다. 그리고 장갑, 모자, 얇은 스카프를 들고 다니며 추울 때는 착용하고 더울 때는 벗었는데 부피가 적은 소품으로 실용성 있게 다녔던 것 같다. 특히 얇은 스카프는 보온뿐 아니라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목이 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바지는 레깅스 하나, 등산바지 하나씩 들고 갔다. 둘 다 좋았다. 잘 때는 내일 입을 티셔츠에 냉장고 바지 같은 편한 바지를 입고 잤다. 원래는 잠옷 바지도 안 가져가려고 했는데 가져가길 참 잘했다. 샤워하자마자 딱 붙는 레깅스나 등산바지를 입었다면 참 불편했을 것 같다.      


<결론>     

* 긴팔 티셔츠 -2     

* 경량 패딩조끼 - 1     

*  바람막이 - 1     

* 레깅스바지 - 1      

* 등산바지 - 1     

* 잠옷바지 - 1     

* 기타 - 장갑, 스카프, 모자, 양말(얇은 발가락 양말 2, 두꺼운 등산 양말 2)     

     

들고 간 옷이 너무 적어서 세탁을 매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가방은 매우 가벼웠다.      

개인적으로 내 짐가방은 버릴 거 하나 없고, 유용한 아이템만 가득한 실속 있는 가방이었다고 생각한다! (총 약 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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