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래블 Oct 09. 2019

19. 산티아고, 순례자들이랑 다 좋게 지내기 힘들어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걷기 16일차 _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 (Carrion de los Condes) ▶ 레온 (Leon) : 92km ( by BUS)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서 버스를 타고 레온으로 왔다. 비행기 일정에 맞추려면 순례길에 늦어 27일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아무리 많이 걸어도 일정이 촉박해 버스를 타게 됐다. (약 92km를 버스로 점프!)


오늘은 순례길에서 만난 한 여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스칼렛 요한슨을 닮은 브라질 여자로, 어제부터 일이 꼬였던 것 같다. 어제 알베르게 세탁기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카운터에 세탁 코인을 바꾸러 간 사이에 그 여자가 세탁기에 자기 옷을 넣은 것이다. 코인도 안 바꿨으면서! (이곳은 카운터에서 세탁 코인을 구매한 다음 그 코인을 넣어 세탁기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순서를 뺏긴 것 같아 기분이 나빴는데 세탁기 사용 방법, 코인 바꾸는 방법 알려주고, 먼저 하라고 했다. 그 여자도 미안했는지 같이 세탁기 돌리자고 해서 잘 해결됐다.


그런데 오늘 아침, 레온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버스정류장 앞 카페에 앉아있는데 그 여자도 거기 있는 것이었다. 눈치를 보니 레온으로 가는 버스를 그녀도 타려고 하나보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산티아고 일정표도 보여주고 그러면서 어제의 찝찝함을 잘 푼 듯했다.


카페에 앉아 e북을 보며 버스를 기다렸다.


레온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같이 내린 그녀는 나한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나도 몰라서 모른다고 대답하고 나는 핸드폰으로 지도를 검색해서 일단 레온 대성당으로 갔다. 그다음에 그 근처의 알베르게를 검색하다 산 프란시스코 아시스 알베르게에 오게 되었다. 한참 헤매다 도착했는데 그 여자도 바로 뒤따라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사람들에게 물어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비슷하게 도착했기에 4인실 룸에 조조님과 나 그녀까지 셋만 방을 쓰게 되었다. 좋았다. 그녀가 8시 미사를 볼 거냐고 물어보길래 같이 보자고 했다.


버스 안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도시인 레온



그리고 나는 배가 고파서 버거킹을 먹으러 갔다. 버거킹을 먹고 레온에서 필요한 것들, 샴푸, 클렌징 폼을 사고 레온 대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대성당 앞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니 대성당에서 미사가 6,7시에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레온 대성당에 입장하려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하는데 미사 시간에는 성당에 무료입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6시 미사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한테 나는 6시 미사를 볼 거라고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6시 미사를 드리고, 장을 보고, 저녁을 먹으려고 주방에 갔는데 그녀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인지 몰랐다!! 처음에 딱 인사하고, 나는 먼저 미사를 드렸다고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아무튼 저녁을 맛있게 차리고 호호님과 조조님이랑 셋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눈치가 그녀가 나를 기다리는 눈치다. 미사에 같이 가기 위해............... 8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나는 이미 미사에 다녀왔다고 얘기를 했다.


레온 대성당
미사를 드린 성당


침대에 누워있는데 마음이 불편하당..

어제 세탁기 일도 그렇고,

레온 도착했을 때 길 모른다고 했는데 같은 숙소에서 마주친 것도 그렇고,

미사 같이 가기로 해놓고 나 먼저 미사를 드린 것도 그렇고,

저녁 식사할 때 혼자 먹던데 내가 챙겨줬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ㅠㅠ ..

모르겠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상황에서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니 은근 스트레스받고 힘들다..


저녁에 먹은 스테이크.. 같이 먹을걸 ㅠ_ㅠ


엄마, 아빠, 언니, 건빵이가 많이 보고 싶다.

회사는 하나도 안 그리운데 우리 집과 내 방,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

엄마 나이와 비슷한 조조님과 같이 다니다 보니, 엄마랑 이렇게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실제로 같이 다니면 막 싸우고 내가 짜증내고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남자친구와 가장 많은 연락을 하고 있지만, 가장 보고 싶고,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고, 같이 밥 먹고 싶은 사람은 엄마와 언니다.


앞으로 10일이 남았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이상 심신이 지쳐버린 산티아고 순례자의 하루 마감 일기였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TIP


Q. 순례길 중간에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나요?


순례길 중간에 버스를 탈 수 있다. 나는 시간이 촉박하여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서 레온까지 약 100km 정도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외에도 꽤 큰 도시에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택시를 타고 하루치 정도만 점프를 하는 사람도 봤고,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도 봤다.

버스 편을 알아보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도 좋고, 아니면 알베르게나 여행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면 거기에서 물어봐도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18. 산티아고 순례길, 가장 좋았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