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직접 먹고 추천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음식 열 가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맛, 그리운 맛은 바로 카페콘레체다.
'레체'는 우유라는 뜻으로 카페콘레체는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올린 커피다. 쉽게 카페라떼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지 이틀째 되는 날, 카페콘레체로 아침을 시작했는데 마치 해장을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속이 뜨끈해지면서 아주 좋았다. 그 뒤 매일 아침 이 커피를 마셨다. 심지어 나는 한국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근데 유럽에 오면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매일 커피를 마시게 된다. 원두도 좋고 우유도 좋아서 그런 듯. 꼭 드셔보시길. 참고로 스페인의 bar는 술집이라기보다는 카페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문을 연다. 아침에는 사람들이 주로 커피에 빵을 먹고, 저녁에는 맥주 한 잔을 하는 장소다.
스페인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타파스. 타파스는 술과 곁들여 먹는 작은 안주다. 다양한 종류의 타파스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시골 bar에서는 잘 안 파니 큰 도시에 왔을 때 먹으면 된다.
스페인은 과일이 정말 맛있다. 똑같은 과일도 스페인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 마트에서 사면 아주 싸니까 마트를 자주 애용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청포도, 오렌지를 많이 먹었다. 멜론 같은 것은 까먹기가 힘들다. 그래서 bar에서 조각으로 잘라서 팔 때 먹으면 된다. 진~~짜 맛있다.
또 꼭 먹으라고 강추하고 싶은 것은 레몬맛이 나는 맥주다. bar에서도 팔고, 레스토랑에서도 판다. 맥주 병에 레몬이 그려져있다. 한참 더운 시간에 순례길을 걷다가 bar에 도착해 벌컥벌컥 마시면 끝내준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좋아한다.
유럽에 왔는데 와인을 안 먹을 수가 없다. 스페인에서는 리오하(RIOJA)와인이다. 리오하는 지역명이기도 한데 스페인 북쪽,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지나는 길에 있는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에는 리오하라고 표시되어 있다. 실제로 순례길을 걷다보면 정말 많은 포도밭을 지나게 된다.
마트에서 리오하라고 써있는 와인은 2~5유로로 매우 저렴한 것들이 많다. 리오하라고 써있는 와인을 고르면 망하는 일이 없다. 리오하 와인은 대부분 스페인 내부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거의 수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스페인에 있을 때 많이 마셔야 한다. 와인 하면 프랑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스페인도 프랑스에 밀리지 않는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참고하시길!
커피를 좋아해도 많이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온다. 그래서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고, 점심에는 오렌지주스를 마신다. 이 동네는 오렌지주스를 달라고 하면 오렌지 2~3개를 어떤 기계에 넣는다. 그럼 그 그 오렌지를 쫙 짜서 주스 한 컵을 뚝딱 만들어낸다. 물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고 오직 오렌지로만 만든 주스다. 진짜 맛있다. 한국슈퍼에서 파는 오렌지주스랑은 비교도 안된다.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왔으면 순례자 메뉴는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순례길에 있는 마을 레스토랑에서 주로 저녁에 판다. 순례자 메뉴 가격은 8~10유로 정도고, 보통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3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와인과 빵이 포함이다.
유일하게 특정 지역의 가게를 뽑아서 먹으라고 추천하는 곳!!
사리아와 포르토마린을 지나 있는 Gonzar라는 마을의 카사 가르시아(casa garcia)에서 파는 스테이크다. 나는 이곳 알베르게에 머물며 저녁으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먹었던 식사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게 나왔던 곳.
순례길에서 유명한 메뉴 중 하나가 문어, 바로 뽈뽀다. 특히 멜리데의 뽈뽀가 유명하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면서 갔다. 워낙에 유럽 스타일의 문어를 좋아한다. 근데 기대 이하. 맛없지는 않지만 맛있지도 않았다. 그래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안 먹기는 아쉬우니까 한번 먹어보시길. 개인적으로 포르투, 시칠리아에서 먹었던 문어가 훨배 맛있었다. 비교 불가능.
마지막으로 빠에야. 빠에야는 프라이팬에 고기, 해산물, 채소를 넣고 볶은 후 물을 넣고 끓이다가 쌀을 넣어 익힌 스페인의 전통 쌀요리다. 아무래도 쌀로 만든 음식이다 보니까 한 끼 먹으면 든든하다. 나는 산티아고에 도착한 기념으로 화려한 해산물 빠에야를 먹었다. 좀 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먹으면 좋은 것들은 에스프레소, 하몬, 쇼콜라떼 등.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스페인은 맛있다'라는 책도 읽고 갔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가난한 순례자들이 걷는 길이다 보니 맛집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마트에서는 스페인에서 난 좋은 식재료들을 많이 판다. 올리브오일과 새우와 마늘을 사서 감바스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요리가 어렵다면 그냥 스테이크용 고기 사서 알베르게 주방에서 대충 구워 먹기만 해도 맛있다.
p.s.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인생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산티아고 순례기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