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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Jan 21. 2020

28. 산티아고 순례길 - 도착 하루 전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멜리데 melide >> 아르카 도 피노 arca do pino : 33 km




어느새 산티아고 도착 하루 전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많이 걸었고, 여느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아침부터 걷기 시작해 마음에 드는 바에 들어가 카페콘레체와 빵으로 식사를 했다.       

아침에 느껴지는 이 푸른 채도.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노란 화살표를 따라 계속 길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면 100km 지점을 지나고 나서는 1km, 1km 줄어드는게 너무 아쉽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나는 1km, 1km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너무 힘이 든다. 발병이 난 것이다. 그래도 오늘이면 더이상 보지 못 할 이 풍경들을 마음 속에 꾹꾹 간직하고 싶어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그랬다.



순례길 곳곳은 떨어진 낙엽으로인해 낮은 채도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단풍과는 느낌이 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오랗고 빠~알간 단풍이 나뭇가지에 그대로 매달려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는데 이곳은 물이 들면 바닥으로 떨어져 생기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바닥에는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단풍이 있고, 나뭇가지에는 아직 초록빛이 남아있지만 생기는 많이 잃은 나뭇잎이 매달려있다. 단풍은 한꺼번에 절정에 도달하는 우리나라의 것이 더 화려한 것 같다.



오늘 머물 마을 근처에 와서는 살짝 길을 해맸는데 새로 만난 아저씨1과 아스트로가부터 계속 마주쳤던 커플과 함께 길을 찾아나갔다. 왔던 길을 돌아 걸어올 때는 정말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겨우 몇백미터 잘못 걸어온 것인데 큰 손해를 입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라도 돌아나와 다행이다.

  


날씨가 흐린탓인지 arca do pino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동안 만났던 소박한 마을과 달랐다. 마을 가운데로 큰 도로가 놓여있었고, 그 도로를 통해 큰 차들이 지나다녔다. 마을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도 너무 낡았었다. 화장실은 과연 최악이었는데 남녀 공용 화장실이 가운데 있고, 한쪽으로 가면 여자 샤워실, 반대쪽은 남자 샤워실이었다. 그런데 샤워실에는 문도 없었다... 날씨도 흐린데 알베르게가 위치한 곳이 지대가 낮아 매트리스가 왠지 눅눅한 느낌이었다. 으... 조조님이 1층보다는 2층 침대가 그나마 나은 것 같다며 2층에서 자라고 했다. 불편하지만 2층에 짐을 풀었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조조님과 마을 밖을 나왔다. 너무 추웠다. 11월을 단 며칠 앞뒀다는게 실감이 났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는데 바람이 불어 발이 시려웠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아주 커다란 피자집에 들어갔다. 피자 한판과 샐러드 한 접시를 시켜 나눠먹었다. 혼자서 산티아고를 걷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HJ님과 산티아고 도착 전날 같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큰 피자를 어떻게 다 먹었겠는가.

 


저녁을 먹고는 근처 슈퍼에 가서 내일 걸으면서 먹을 간식을 샀다. 한가지 기억 남는 것은 쿠키였다. 느낌이 슈퍼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서 포장해놓은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쿠키여서 사서 먹어봤다. 아주 맛있었다.


그렇게 디데이를 하루 앞 둔 순례길의 마지막 보통날을 무사히 마쳤다. 무사히 마친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발은 너무 아프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이곳이 숙소인지, 낡은 병동인지 모를 분위기에 마음은 착잡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여기서 자야지.

   

계속...




여행 TIP


Q. 사진은 누가 찍어주나요?      

     

은근 많이 받은 질문이다. 혼자 여행 갔는데 누가 사진 찍어주냐고 ㅋㅋ 거기서 만난 일행들에게 부탁을 했다. 가끔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을 부탁할 때는 나만의 기준이 있는데 


1. 한국인에게 부탁하거나 

2. 큰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에게 부탁했다. 


그러면 사진 찍다가 카메라를 훔쳐가면 어쩌지?란 불안감도 덜 들고, 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줄 확률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티아고에서는 생각보다 내 모습을 사진을 잘 안찍게 됐다.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풍경도 비슷비슷해서 그랫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셀카봉 가져가는건 진짜 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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