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단양여행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고작 3일 함께 있었을 뿐인데 이미 분업이 확실히 되어 있다. 덩덩은 아침을 준비하고 제제는 진돗개 순심이를 산책시키러 나갔다. 나는 상차림 준비를 도왔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로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어제보다 더 여유롭게 토스트와 커피를 즐겼다. 둘은 여행업 종사자로 코로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일을 쉬고 있었다. 나는 여행업 종사자였지만 출판사로 이직했고 다시 전공을 살리겠다고 일을 그만두고 수험생활을 시작하여 1년 넘게 일을 쉬고 있는 상태였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한켠에 있었다.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강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를 했다. 출국은 쉬워도 출국했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입국이 어렵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다.
2박 3일 단양 여행 그 자체로도 풍성했다. 하지만 단양 곳곳에서 지난 여행이 떠올라 더 풍성했던 것 같다. 산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 순간에는 베트남 사파의 풍경을 떠올렸다.
'카페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터키 욀류데니즈와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했던 때를 떠올렸다.
단양 구경시장에서는 제주 동문 시장을 떠올렸고, 헌책방인 세한 서점을 방문했을 때는 프랑스 파리의 헌책방,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핀란드 헬싱키의 세련된 서점인 아카데미아 서점을 갔던 것이 떠올랐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는 몽골의 커다란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아이슬란드에 오로라를 보러 갔지만 날이 흐려 별도, 오로라도 못 본 추억을 떠올렸다.
단양에 있었지만 동시에 지난 추억 속에 있었다.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은지는 2년이 다 되어 가고, 국내여행도 떠나기 어려워 1년 만에 간 것이었다. 여행 질리도록 다녀서 더 이상 안 다녀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