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1박 2일 여행_ 첫날
영월역에 도착했다. 시내 곳곳에서 높은 산이 가깝게 보인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놓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다.
1. 박가네 곤드레 더덕정식
식당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많았다. 혼자 먹는 점심인데 너무 거창한 곳에 온 것 같아 후회가 됐다. 1인분도 주문이 되는 걸까?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메뉴판을 직접 가져다가 메뉴를 고르고 종업원에게 직접 가서 주문을 했다.
그러나 음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 했다. 더덕을 돌솥에 구워주고 그렇게 구운 더덕을 곤드레밥 위에 얹어먹는다. 밑반찬으로는 제육, 잡채, 전, 찌개 등이 푸짐하게 나왔다.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좋았다. 반찬도 다 맛있어서 남김없이 싹싹 먹고 싶었지만 소화력이 떨어진 30대가 이 모든 것을 먹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메인 메뉴만큼은 다 먹었다. 그만큼 푸짐하고 맛있었다.
2. 일정 짜기
점심을 먹고 나니 1시.
저녁에는 은하수 투어가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늦어도 6시 30분까지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시간이 애매했다. 차가 있다면 주요 관광지를 쏙쏙 갈 테지만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택시도 생각해봤지만 혼자 다니는 것이라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시간을 맞춰 다닌다면 1-2군데 정도밖에 못 갈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운 청령포에 갔다가 서부시장에 들러 저녁을 먹고 오기로 계획했다.
3. 청령포
군에서 버스를 타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과연 내가 시간표를 제대로 확인한 것일까, 그리고 제시간에 버스가 올까 걱정이 된다. 버스가 오기까지는 약 30분이나 남았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내가 제대로 확인한 것이 맞기를 바라며 버스를 기다린다. 정류장 앞 떡집에서 고춧가루를 빻는 냄새가 난다.
놀랍게도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왔다. 버스에 탈 때는 나밖에 없었는데 곧 동네 할머니들로 가득 찼다. 할머니들끼리 서로 아는지 반가워하신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된 곳이다.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뒤로는 높은 절벽이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작은 배가 좁은 강물을 수시로 왔다갔가 하며 방문객들을 이동시켰다.
저벅저벅 청령포 안으로 들어갔다. 와 근데 그 속에 수많은 소나무가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중 어떤 소나무는 6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유배 온 단종을 지켜보았다 하여 관음송이라 한다 하였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청령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가을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는 관광객으로 왔지만, 궁궐에서 살다가 평생을 이곳에 갇혀 지내야 한다면 흐르는 강과 높은 절벽이 아름답게 보이긴 커녕 너무나 끔찍할 것도 같다.
4. 관풍헌
아주 천천히 구경했는데도 다 보고 나오니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다. 청령포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는 4:45차였다. 버스는 포기하고 카카오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바로 택시가 잡혔다. 여기 올 때 얼핏 보았던 관풍헌의 은행나무가 참 아름다워 그것을 보러 가기로 했다.
관풍헌은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이 홍수를 피해 와 있던 곳이라고 한다. 은행나무가 이렇게 예쁜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여유롭게 사진을 찍었다.
5. 시내 구경
아직도 저녁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뭘 하지 하다가 영화관이 있길래 상영시간표를 보았다. 상영작 중 ‘남매의 여름’을 보고 싶었는데 내가 간 날은 상영하지 않았다. 패쓰
길을 가다 보니 동네서점이 보인다. 들어가 보았다.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할 것도 없으니 책을 한 권 사서 카페에 가서 책이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 권 사서 나왔다.
어느 카페를 갈까 돌아다니다가 오늘 5일장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장 구경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4시가 넘으니 장사를 접는 집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5일장보다는 5일장 너머의 동강 풍경이 더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 주변을 오랫동안 산책했다.
6. 살롱드림에서 저녁
한참을 걸어 다니니 발이 아파 쉬고 싶었다. 배는 고프지 않아 카페에서 간단한 디저트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 가게에 wine이라고 쓰여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저녁 시간인데 카페 말고 와인이나 한 잔 마실까 싶어 들어갔다.
나는 동네의 촌스러운 bar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캐럴이 흘러나왔고 tv에서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가 나오고 있었다.
라자냐와 하우스 와인 한 잔을 시켰다. 영월에서 칼국수, 막국수가 아닌 라자냐를 먹을 줄이야. 하지만 맛있었다.
7. 영월 애 달시장
저녁을 먹고 숙소 쪽으로 오니 야시장이 열려있었다. 제1회 영월 야시장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무색하게 동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소주, 막걸리를 드셨다. 아주머니들은 요리를 해서 팔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공연을 관람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공무원인지, 직장인인지 퇴근해서 온 것 같은 옷차림의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이 많은 것이 무서워 약간 떨어져서 사람들을 지켜보는데 이렇게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고 좋아 보였다.
8. 별자리 투어
영월에 오게 된 이유다. 친구가 추천해줬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투어로 별이 잘 보이는 해발 1000m 정도까지 올라가 별자리도 설명해주고 멋진 사진도 남겨준다.
일기예보로는 날씨가 좋다고 나오는데 미세먼지가 많아 하늘이 하루 종일 뿌옇다. 과연 별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투어가이드님이 미세먼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해발 1000m 이상까지 미세먼지가 있지는 않다고 말이다.
차로 30-40분 정도를 달렸을까. 차에서 내렸는데 오~ 과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별이 잘 보였다. 하지만 가이드님 말로는 잘 보이는 날과 비교했을 때 50% 정도 보이는 거란다. 그래도 다양한 별자리와 어렴풋이 은하수가 보였다.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정수리 위로는 별들이 보이는데 사람이 서있는 방향으로는 별이 안 보여 과연 사진이 잘 나올까 싶었다. 오 그런데 사진을 받아보니 너무 잘 나왔다. 눈으로 안 보이는 별까지 다 나온다. 도대체 무슨 카메라인지. 알아서 포토샵이 되는 건지 정말 신기했다.
9. 잘 준비
투어를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10시가 넘었다. 언제 씻고 자나 싶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배려한 덕분인지, 늦은 시간이라 그런 건지 금방 씻었다. 밤 1시쯤 내가 방 불을 껐다. 곧 잠이 들었다.
잉?! 근데 새벽 4시쯤 너무 갑갑해서 눈을 떴다. 전기장판을 틀고 잤는데 너무 더웠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사실. 방 안이 너무 깜깜했다. 생각해보니 2층 침대 3개가 방안을 꽉 채우고 있어 창문이 어딨는지도 모르겠는 방이었다. 어둠이 주는 공포감을 처음 느꼈다. 안 되겠어서 방을 나와 거실로 갔다. 거실은 다행히 불이 켜져 있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화장실에 갔다 오니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시 방으로 갔다. 그런데 다시 누우니 무섭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더 무섭다.
결국 거실에 나와서 아침 해가 뜨길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은 새벽 5시가 넘은 시각...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밤이 생각난다.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러워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누웠다. 그런데 거실이 너무 추워서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또 너무 시끄러워 거실로 나왔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그날 밤 ㅜㅜ
그래도 여기는 거실이 춥지 않아 다행이다.
혼자 떠나는 국내여행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번 생에 여행 고수가 되긴 글렀다.
그래도 핸드폰이 있어 여행기라도 이렇게 쓸 수 있어 다행이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