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1박 2일 둘째 날
1. 나갈 준비
아침 7시 반. 한반도 지형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한방을 쓰는 사람 중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용히 침대를 벗어나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 씻고 나왔는데도 아무도 안 일어났다.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나갈 준비를 했다. 8시가 되어도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은 다들 여행을 늦게 시작하는 것이 트렌드인가. 나만 부지런을 떠는 것인가 싶었다.
2. 한반도 지형으로 가는 버스 타기
한반도 지형으로 가는 버스가 8:34이라고 하여 부지런히 나왔다. 11월, 영월의 아침은 꽤 추웠다. 다행히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온기가 나온다. 신기하다.
8:34 딱 맞춰서 내가 타려는 버스가 왔다. 헉 그런데 기사님께 여쭤보니 한반도 지형으로 안 간단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분명 50번 버스 타라고 했는데!!
다시 열심히 검색하니 37번 버스를 9:15에 타야 한다고 나온다.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식당에서 따끈한 아침을 먹을걸 그랬다.
30분 동안 버스정류장에 가만히 있기는 그래서 한 정류장 앞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 앞에는 빵집이나 카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삭토스트가 있어 이삭토스트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앉아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포장만 가능하고 매장에서 먹지는 말라고 한다. 그럼 안 먹을 테니 10분만 앉아있겠다고 했다. 그래도 된다고 친절히 대답해주셨다.
버스가 오기 10분 전 미리 정류장에 나갔다. 근처에서 간판 작업을 하는 아저씨가 이 시간에는 한반도 지형으로 가는 버스가 없을 텐데~라고 말하며 겁을 준다. 헉 하지만 인터넷에는 9:15에 온다고 했는걸요?!!! 걱정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데 딱 9:15 정각에 다행히 버스 한 대가 왔고 한반도 지형에 간다고 한다.
3. 한반도 지형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짙은 안개가 자욱하고 눈앞 풍경도 잘 안 보인다. 달리면 달릴수록 안개가 짙어지는 느낌이다. 한반도 지형으로 가는 버스 안에는 나 혼자 뿐이다. 가까운 장릉이나 갈걸 그랬나 조금씩 후회가 몰려왔다.
도착해서 버스에 내리니 역시나 안개가 자욱하다. 한반도 지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입구에서부터 2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걷기 시작하는데 그곳을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가도 안 보일 것 같다고 하셨다. 앞에 가게 같은 데서 기다리다가 안개 사라지면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11:10차를 타고 다시 시내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안개 낀 한반도 지형이라도 보기 위해 들어갔다.
10시가 넘은 시간인데 관광지에 아무도 없는 느낌이었다. 혼자 산길을 걸어 들어갔다. 뱀 나오는 거 아닌가 무서웠다.
한반도 지형에 도착하니 역시나 안개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말고 남자 세분이 안갯속의 한반도 지형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의 말이 희망이 됐다.
“이제 대전까지는 보인다.”
“그래도 점점 보인다.”
나도 앉아서 날이 맑아지길 기다리기로 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아까 산 이삭토스트를 꺼내 먹었다. 먹고 있으니 정말로 점점 안개가 걷어졌다. 나중에는 한반도 전체가 보였다.
관광지를 관리하는 다른 분이 오더니 사진 포인트를 알려준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 찍는 것이 더 한반도를 가깝게 볼 수 있다, 이 나무 뒤에서 찍어봐라, 가로로도 찍어봐라. 과연 그 말이 다 맞았다.
점점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완전히 맑아질 것 같았다. 그러나 버스 시간이 있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올 때 사람들이 그제야 한반도 지형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찌 알고 다들 제시간에 맞춰 들어가는지 신기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없을 때 한반도 지형을 구경한 것도 나름 좋았다.
나오니 버스 시간까지 20분이나 남았다. 버스정류장 표시는 따로 없고 한반도 지형 표지판 앞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거기서 기다리니 주차 관리하시는 분이 나를 부른다. 버스가 11:11에 오니 11:10까지 와도 된다고 다른데 앉아있다가 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이곳 버스는 무조건 제시간에 오나보다. 뭔가 확신이 생겨 조금 편안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버스는 정각에 왔다.
4. 점심은 어떻게
게스트하우스에서 맡긴 짐을 챙기고 그 근처에 있는 다슬기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친구의 추천을 받은 곳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꽉 차있고 대기까지 있어서 못 먹었다 ㅜㅜ 역시 아침에 먹었어야 했어.
시장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부시장으로 갔다. 아침에 떨어서 그런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마침 순대국밥집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와 여기도 맛집인가 보다. 사람들로 꽉꽉 차있다. 자리가 없어 나왔다. 서부시장은 전병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별로 끌리지 않았다.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다. 결국 그냥 시장을 나왔다.
시장 구경까지 하니 집으로 가는 버스시간까지는 애매하게 남았다. 그래서 그냥 카페에 가서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 정류장 5분 거리에 굉장히 감각적인 카페가 있었다. 그곳에서 쌍보차를 시켜마셨다. 체질개선에 도움이 되는 건강차라고 한다. 예상은 했는데 맛이 완전 한약 맛. 입이 절로 오그라드는 맛이었다. 먹다 보니 안에 들어간 레몬이 우러져서 레몬향도 났다. 거기서 어제 산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 버스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5. 집으로
버스 좌석을 예매할 때는 분명 좌석이 꽉 차있었는데 타니까 텅텅 비어있었다. 뭐지? 싶었다. 또 시외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기 마련인데 계속 시골길을 달린다. 뭐지? 그러다가 한 할아버지가 중간에 내렸다. 그리고 또 달리더니 제천 터미널에 멈춘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사람을 내리게만 하고 출발은 안 하길래 가사님께 여쭤보니 14:00에 제천 출발 예정이고 원주에서 다시 15:10 출발 예정이고 최종 도착지에는 5시나 되어야 도착한다고 했다. 오마 갓! 1시에 탔으니 당연히 4시쯤에는 집에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설상가상 다시 출발할 시간이 되니 제천에서 사람을 가득 태운다. 원주에 도착하니 그 모든 사람이 내리고 다시 사람을 가득 태운다. 와우~ 그리고... 서울에 가까워지자 차가 막힌다. 자도 자도 도착하지 않는다. 워매. 결국 저녁 6시가 넘어서야 터미널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면서 다들 기사님께 인사를 한다. 진짜 고생하셨을 것이다. 나도 인사를 하며 내렸다.
6. 마무리
국내여행을 혼자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생각이 안 난다. 어쨌든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뚜벅이 여행이라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해서 영월의 더 많은 여행자를 못 가본 것이 아쉬웠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있어서 카카오택시도 부르고, 버스시간도 계속 확인하며 다닐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10년 전만 해도 어떻게 차 없이 국내여행을 했을지 상상이 안된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장릉에 못 간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더니 어렸을 때 장릉과 선돌은 갔었다고 했다. 그리고 청령포와 한반도 지형은 안 갔다고 했다. 오~ 그럼 가보고 싶었던 영월 여행지는 모두 다녀온 셈이 되는 것이군. 기억은 안 나지만 다 다녀오긴 했다.
영월여행끗